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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대학 개혁’ 깃발 든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의 직설 토로

중앙대 개혁 실패하면 성공할 대학 없다

  • 안기석│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대학 개혁’ 깃발 든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의 직설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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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3년 전통의 두산가(家) 3세대 경영의 핵심이었던 박용성 두산중공업회장이 지난해 6월 중앙대 이사장을 맡은 이후 ‘대학 개혁’의 화두를 계속 던져 화제가 되고 있다. 총장직선제 폐지, 교직원 연봉제 도입 등으로 ‘철밥통’ 상아탑에 반향을 일으킨 뒤, 또다시 학부와 학과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박 이사장을 만나 대학 개혁의 성과와 방향, 그리고 그동안 말 못했던 두산가의 속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대학 개혁’ 깃발 든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의 직설 토로

● 1940년 서울 출생
●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 석사(MBA)
● 두산그룹 회장
●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 현재 중앙대 이사장, 대한체육회장, 두산중공업회장

지난해 6월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중앙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중앙대의 변화는 ‘대학 개혁’의 풍향계로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중앙대는 현재 19개 단과대학과 77개의 학과에서 매년 4590명의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서울캠퍼스 외에 안성캠퍼스가 있는데 앞으로 안성캠퍼스는 닫고 하남캠퍼스를 신설할 방침이다.

‘민주화의 상징물’로 여겨졌던 총장직선제는 폐지되고 ‘상아탑의 철밥통’처럼 여겨졌던 호봉제 대신 연봉제가 도입되자 중앙대 변화의 끝은 어디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더구나 박 이사장은 취임 이후 “구청의 문화센터에서도 들을 수 있는 취미 과목은 대학 교육에서 폐지해야 한다”는 ‘문화센터론’, “새로운 산업에 맞는 새 학과를 만들지는 않고 간판만 바꾼다”는 ‘신장개업론’, “대학경영도 기업경영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으로 대학 안팎을 찬반논쟁으로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고질병을 도려낼 수 있는 개혁가’라는 찬사도 있었지만 ‘대학사회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식한 장사꾼’이라는 비난도 잇따랐다. 이처럼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는 박 이사장을 두 차례 만났다.

9월9일 오전 9시 서울 흑석동 중앙대 후문을 들어서자 신축 중인 기숙사 공사 현장과 최근 준공된 도서관 건물이 변화의 냄새를 물씬 풍겼다. 이사장실에 들어서자 박 이사장은 “우리 집 사람이 인터뷰 사진 찍는다고 파운데이션 발라줬어요”라며 반가이 맞이했다. 주어진 시간은 정확하게 60분. 바로 질문에 들어갔다.

중앙대와 ㈜두산 홍보실에서 나온 사람들이 여러 명 배석했다. 박범훈 중앙대 총장이 인사차 들어왔다가 “이사장님 편하게 말씀하도록 다 나가자”고 하자 박 이사장은 “홍보실장만 빼고 다 나가도 좋아, 아니 모두 나가도 좋아”라며 호응했다.

학과 구조조정해야 성공

▼ 도서관을 새로 지었는데 학생들 반응이 어떻습니까?

“그동안 50년 묵은 집을 뜯어고쳤으니까 좋아요. 그냥 새로 지었어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을 텐데…. 헌집에서 공부하다가 새집에 들어가니까 차이가 나잖아요.”

▼ 한번 들어가서 책을 펼쳐봤습니까.

“개관식 때 참석하곤 아직 들어가보진 못했어요.”

▼ 중앙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후 여러 조치를 했는데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절반만의 성공이에요.”

▼ 왜 절반입니까.

“제일 큰 것이 학부와 학과 구조조정하는 겁니다. 중앙대에 77개 학과가 있는데 그동안 한번도 손을 못 댔어요. 옛날에는 한 학문 단위가 수십년 수백년 갔지만 이제는 10년도 못 가는 것이 있어요. 새 시대가 요구하는 쪽으로 대학이 먼저 앞서가야 하는데 지금 뒤따라가지도 못하고 있어요. 대학의 기득권 세력 때문에 실제 학과는 그대로 두고 학과명만 바꾸는 신장개업만 했어요. 생명이니 첨단이니 하면서 그럴듯하게 간판만 바꿔단단 말이에요. 그런 식의 신장개업으로는 앞서나갈 수 없으니 우리 중앙대는 백지에다 그리자고 했어요.”

이른바 ‘백지구상론’이다. 그는 우선 32명의 계열별 교수로 구성된 학과 구조조정팀과 한 컨설팅 회사에 구조조정 방안을 그려서 11월초에 보고하도록 했다.

“우리 대학 입학정원이 4590명인데 우리나라 전체 대학 중에서 몇 번째 될 거예요. 그러면 새롭게 대학을 창설하는 기분으로 이 인원을 배정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예를 들면 학부 정원의 경우 우선 경영대와 공대에 얼마씩 배정하고, 나머지는 여기에 맞추는 겁니다. 과의 경우에도 같은 공대 안에 있는 학과라도 옛날 산업은 사라지고 새로운 산업이 발전하니까 이에 맞출 필요가 있어요. 내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에는 화공과가 최고였고 전자공학은 알아주지도 않았어요. 사람의 일생이 태어나 교육받고 졸업하면 사회에 나가 일하다가 늙으면 물러나게 되는데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게 일자리란 말이에요.

그런데 산업현장에서 앞으로 이런 사람이 필요하다면 교육이 맞춰줘야지, 대학은 이렇게 교육시켰으니까 사회가 알아서 하라면 어떻게 합니까. 고객이 원하지도 않는 제품을 만들어놓고 시장에서 사가든 말든 알아서 하라면 어떻게 합니까.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대학이) 좋은 재료를 가지고 불량 제품을 만들어놓고는 반품도 안 해주고 애프터서비스도 안 해준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 아닙니까. 이 말은 10년 전부터 나온 소리인데 아직도 그대로예요. 이제는 바꾸자는 겁니다.”

▼ 절반의 성공은 도서관 신축, 기숙사 준공 등 하드웨어 요소이고 앞으로 과제는 학과 구조조정 등 소프트웨어 개혁이라는 거죠.

“진짜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죠. 내가 기껏 하나 끝낸 것이 교수들 평가하는 제도예요. 이제 겨우 뼈대를 세우기 시작했는데 학과 구조조정이 끝나고 실행에 들어가야 그나마 절반 이상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어요. 새로 구성된 학문 단위가 제대로 기능을 하고 졸업생이 다른 대학 졸업생과 견주어 사회에서 경쟁력이 있고 리더가 될 수 있을 때 개혁을 완성했다고 할 수 있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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