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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상습 주취자 치료 프로그램 처음 도입한 김중확 부산경찰청장

“상습 난동 주취 소란자, 공권력 도전이 아니라 치료 대상자로 봐야”

  • 윤희각│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toto@donga.com│

상습 주취자 치료 프로그램 처음 도입한 김중확 부산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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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 주취자 치료 프로그램 처음 도입한 김중확 부산경찰청장
2006년 경찰청 미국 워싱턴 주재관(당시 경무관)으로 근무하던 김중확(53) 부산지방경찰청장은 친분 있는 미국 경찰관과 대화를 하던 중 놀랄 만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알코올중독 수준의 상습 주취자를 적극적인 치료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것이었다. 이들의 소란 때문에 경찰력이 낭비되는 일도 없다는 말도 했다. 본인이 원하면 미국 보건당국이 운영하는 주취해소센터(Detoxification center)로 데려가 국가가 치료를 돕는다는 내용도 솔깃했다. 상습 주취자란 만성 알코올중독으로 인한 행동장애 증상을 보이며 단순 취객과 달리 병원 및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만큼 정도가 심각한 사람.

그는 몇 달 뒤엔 미국 경찰의 상습 주취자 대처 과정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한 주취자가 난동을 부리자 미국 경찰은 “당신은 집에서 술을 깨거나 주취해소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서 양자택일을 제안했다.

이 주취자가 주취해소센터의 치료를 원해 김 청장은 현지 경찰관과 함께 센터에 직접 가볼 수 있었다. 1층짜리 센터는 완벽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일반 병원의 부속기관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예산을 받는 독립 의료기관이었다. 정신병 수준의 알코올중독자를 위한 폐쇄병동도 있었다.

“이런 주취자 대처방법이나 시설이 주취자는 물론 일반 시민, 경찰관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제도가 될 수 있겠다. 귀국하면 반드시 한국에 알려야겠다”고 그는 스스로 되뇌었다.

귀국한 뒤 경찰청 혁신기획단장을 맡게 된 그는 몇 가지 추가연구를 한 뒤 지휘관이 되면 상습 주취자를 위한 치료 보호 프로그램을 일선 지방경찰청에서 실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올해 부산지방경찰청으로 부임하면서 7월15일부터 ‘상습 주취 소란자 치료 보호 프로그램’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10월15일까지 석 달 동안 부산시의사회, 부산의료원의 협조를 받아 부산시내 9개 지구대에서 시범 운영한 이 프로그램은 경찰 조직 안팎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부산 연제구 연산5동 부산지방경찰청 집무실에서 그를 만나 ‘상습 술꾼 치료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일반인이 듣기에 상습 주취자 치료 보호 프로그램은 생소한 제도입니다.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린다고 모두 병원으로 데려가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 취객은 대상이 아닙니다. 상습적이 아닌데다 음주 정도에 따라 실수를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상습 주취자는 다릅니다. 만성 알코올중독으로 인한 행동장애를 보이기 때문에 심각합니다. 알코올중독자는 치료를 받도록 반드시 도움을 줘야 합니다. 부산경찰이 도움을 주기로 한 거죠. 그래서 응급 치료가 필요한 부산지역 상습 주취자를 경찰이 119구급차로 부산의료원 응급실에 옮긴 뒤 응급조치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송 대상은 본인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취객, 응급환자, 알코올 의존자로 한정했습니다. 부산에서는 165명이 대상이며 사전에 본인과 가족의 동의를 얻고 있습니다. 이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 논란을 막기 위해 시민단체도 참여시키고 있습니다. 술이 깬 뒤에는 본인 동의를 얻어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게 하거나 집으로 보내는 내용입니다. 경찰이 이들을 의료기관에 떠넘기는 게 아니라 경찰이 치료, 보호 과정에 참여하면서 전문 의료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죠. 워싱턴 주재관으로 근무할 당시 미국의 체계적인 주취자 관리에 관심을 두고 1년 동안 체계적인 연구를 했습니다.”

경찰 주취자 처리 업무로 연간 500억원 낭비

▼ 상습 주취자 때문에 피해가 심각한 모양이죠?

“경찰청이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구대 업무 가운데 주취자 처리 업무 비중이 26.6%에 달합니다. 이 때문에 연간 500억원가량의 인력 낭비요인이 발생합니다. 이에 따른 경찰력 손실은 순찰 등 민생치안에 공백을 주기 때문에 심각할 수 있습니다. 부산에서도 올 1~5월 처리한 상습 주정꾼 처리업무는 5만4925건, 하루 평균 364건에 달합니다. 특히 번화가인 전포지구대, 연일지구대는 거의 매일 찾아오는 주취자 때문에 경찰관들이 치안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다고 하소연할 정도입니다. 이런 가운데 4월에는 전남의 한 지구대에서 자해를 시도한 주취자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입에 수건을 물린 뒤 저산소증으로 인한 뇌경색으로 주취자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의학적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경찰관의 과잉대응으로 빚어진 사건입니다. 이런 문제가 있는데도 주취자 처리 문제는 사실상 방치됐던 게 현실입니다. 이 문제를 반드시 풀어야 더 이상 주취자나 시민, 경찰관의 피해가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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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각│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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