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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승려 무상스님

  • 글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사진 / 정경택 기자

노래하는 승려 무상스님

노래하는 승려 무상스님
인천 강화군 법명선원의 주지 무상스님은 절을 비우는 날이 많다. 캠핑카로 개조한 승합차를 몰고 전국 각지로 노래하러 다닌다. 점잖게 찬불가를 부르는 것도 아니다. 지역 사찰이나 비정부단체(NGO) 등이 여는 행사에 참석해 ‘러브 미 텐더’ ‘언체인드 멜로디’ 같은 올드 팝송을 부른다. 단골 첫 인사는 이렇다.

“지금 저한테 ‘그분’이 오셨습니다. 부처나 예수가 아닙니다. 엘비스 프레슬리예요. 이제부터 여러분 앞에서 노래하는 사람은 중 무상이 아니라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입니다.”

삭발하고 승복을 입었지만, 이쯤 되면 가수라 해도 틀리지 않을 듯하다. 법문에 들어선 지 20년이 된 중견 스님이 내놓고 가수가 된 이유는 뭘까. 그는 “불교를 알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지난해 초 법명선원 주지로 임명됐어요. 하루 종일 목탁 치며 절을 지켜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더군요. 일단 절 문턱을 낮춰야겠다 싶어 요사채에서 콘서트를 열었어요.”

출가 전 대학 노래 동아리에서 활동한 덕에 노래 실력만큼은 자신 있었다. 이웃 주민들을 초대한 뒤 직접 통기타를 메고 노래를 불렀다. 관객 대부분이 개신교인이거나 무신론자인 걸 감안해 레퍼토리는 올드 팝으로 정했다.

“평소 공연을 접하기 어려운 지역이라 그런지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어요. 그때부터 매달 마지막 토요일마다 절 안에서 ‘야단법석’음악회를 열고 있죠. 평소 알고 지내던 예술가들이 도움을 줘서 요즘은 서도 창, 오카리나 독주 등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집니다. 물론 저도 늘 노래를 하고요.”

스님이 팝송을 부른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공연 요청이 오기 시작했다. 그는 ‘노래로 불교를 알리는 것이 내 소임인가보다’는 생각으로 뜻이 좋고 시간이 맞는 행사에는 참석한다고 했다.

“공연에서 교리를 얘기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사람들이 저를 보며 불교를 떠올리고, 조금이라도 가깝게 생각하게 된다면 그것으로 제 역할을 다 하는 것 같습니다.”

신동아 2010년 2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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