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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괴짜들 ⑦

‘블루 마스터’ 이창후

“태권도 잘 하는 게 ‘유식함’이라는 걸 보여주겠다”

  • 송화선│동아일보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블루 마스터’ 이창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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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란 도깨비, 줄여서 ‘파깨비’로 불리는 그는 파란색 옷만 입는다. 예외 상황은 딱 두 경우, 태권도할 때와 상갓집 갈 때뿐이다. 공수부대 태권도 교관으로 군복무 하던 시절에도 파란 옷 대신 국방색 옷을 입기는 했다. 태권도 공인 5단인 그는 늘 파란색으로 칭칭 감고 다니는 이유에 대해 ‘세상과 즐기는 게임’이라고 했다.
‘블루 마스터’ 이창후
한겨울 추위가 매섭던 2월 초 서울대 인문관. 로비에 들어서니 새파란 파카 차림의 사내가 눈에 들어온다. 수많은 사람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그는 분명 파깨비 이창후씨(41)일 것이다. 한 걸음 다가서며 살펴본다. 남색 정장 바지를 입었다. 파카 안으로 언뜻 비치는 셔츠는 연하늘 빛, 매듭만 보이는 넥타이도 진남색이 분명하다. 물어볼 것도 없이 인사를 건넸다. 난생 처음 만나는 사람을 이렇게 쉽게 찾는 것도 드문 일이다.

▼ 정말 온통 파란색만 입으시네요.

“그래도 사진 찍는다고 신경 좀 쓰고 왔어요. 이 양복은 장모님이 선물해주신 겁니다.”

‘파란 옷을 입는 사나이’로 소문이 나고 보니, 선물 받는 옷도 파란색 일색이다. 그는 1988년 서울대 철학과에 입학하면서부터 파란 옷을 입어왔다. 1년 365일, 윗옷부터 양말까지 파란색 차림이었다. 초기엔 별별 소문이 다 돌았다. 청학동에서 살다 왔다느니, 부모가 파란색 옷만 입도록 강요한다느니. 심지어 관악산 화기를 누르기 위해 물색 옷을 입는 거라는 말도 나왔다. 지리학개론을 강의하던 한 교수님은 “파란 옷만 입고 다니는 학생이 있다는데, 풍수지리설의 관점에서 볼 때 일리가 있다”고 말해 ‘파란 옷 신화’가 만들어지는 데 한몫을 했다. 그런데 숱한 사람들이 궁금해하던 그 이유에 대한 대답이 영 싱겁다.

“아무 이유도 없어요. 그냥 때가 안 타서 입는 겁니다.”

22년째 파란 옷만 입어온 데 대한 변으로는 말이 안 된다 싶다. 때가 안 타기로 따지면 까만색, 회색도 있지 않을까.

파란 옷을 입은 사나이

그가 처음 파란 옷을 입은 건 입학 직후 교수들과의 상견례 자리에서였다. 그때는 새파란색 티셔츠만 입고 있었는데 한 교수가 “자네 운동하다 왔나?”하고 질문해왔다. 그러고 보니 파란 티셔츠는 정말 트레이닝복 차림처럼 보이는 게 아닌가. 격식을 갖추기 위해 그 위에 파란 목도리를 둘렀다. 그랬더니 검은색 바지와 참 어울리지 않았다. 이번엔 파란 바지를 샀다.

“파란색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통일하지 않으면 맞춰 입기가 참 난감해요.”

그는 정말 곤란했다는 투로 말했다.

▼ 다른 색도 골고루 사시지 그러셨어요.

“외지 생활이잖아요.(그는 대구 출신이다.) 고등학교 끝나고 서울 올라오면서 책 한 가방 옷 한 가방만 들고 왔어요. 세탁 안 해도 때 안 타는 옷을 담다보니 파란색이 많았죠. 그거랑 맞춰 입으려고 산 게 또 다 파란 색이고. 시장 가서 보면 파란 옷이 가장 싸거든요. 사람들이 많이 안 사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 파란 옷이 때가 안 탄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입어보면 아는데, 정말 묵은 때가 안 보여요. 자취를 하다 보니 빨래할 시간이 없었거든요.”

그는 상갓집에 가느라 한 번씩 검은 양복을 입고 나면 파란색이 얼마나 실용적인지 깨닫게 된다고 했다.

“먼지만 붙어도 얼마나 지저분해 보이는데요.”

그가 가장 좋아하는 하얀색을 못 입은 것도 순전히 ‘때 걱정’ 때문이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보니 사람들이 그를 ‘파란 옷만 입는 자’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파란색 물건이 생기면 갖다 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대학 시절 즐겨 매던 파란 머플러는 이모할머니가 샀다가 ‘도저히 맞춰 입기 어렵다’며 그에게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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