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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철녀들 21

美 대통령 10명 취재한 백악관 출입기자 헬렌토머스

“기자라면 도전적인 질문으로 대통령을 작게 만들어야”

  • 허문명│동아일보 국제부 차장 angelhuh@donga.com│

美 대통령 10명 취재한 백악관 출입기자 헬렌토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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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0세의 현역 기자. 백악관 출입 50년. 이쯤 되면 백악관 사정을 훤히 꿰뚫어보며 대통령의 시행착오에도 별로 흥분할 것 같지 않은데, 어림없다. 헬렌 토머스는 오늘도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재판정에서 피고인을 심문하듯 대통령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퍼붓는다. “사랑받고 싶거든 기자가 되지 말라”고 말하는 그녀지만,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근성으로 진정 사랑받는 기자가 되었다.
지난해 8월4일 국내 신문들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생일에 직접 케이크를 들고 백악관 기자실에 들른 모습을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날 기자실을 찾은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다름 아닌 자신과 생일이 같은 할머니 기자(?) 헬렌 토머스를 축하하기 위해서다.

헬렌 토머스 기자의 나이는 올해 90세. 1943년 UPI 통신사에 입사해 언론계에 첫발을 디딘 후 1960년 대통령에 당선된 존 F 케네디를 시작으로 린든 존슨,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부시(아버지 부시), 빌 클린턴, 조시 W 부시, 오바마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무려 10명의 미국 대통령을 취재해 왔으며 현재도 취재 중이다.

2000년까지 UPI 통신의 백악관 출입기자로 일하다 히스토리 채널과 휴스턴크로니클 등을 소유하고 있는 허스트 언론그룹 소속 칼럼니스트로 변신했다. 2008년 5월 위장질환으로 잠시 휴식을 가졌을 때만 해도 다들 ‘이제 헬렌 토머스도 은퇴할 때가 되었나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불과 6개월 뒤인 그해 11월 백악관 기자회견 때 브리핑 룸 맨 앞줄 한가운데 있는 자신의 ‘지정석’에 나타나 날카로운 질문으로 건재를 보여줬다. 당시 백악관 대변인이 “복귀를 기쁘게 생각한다”고 하자 “오바마 대통령과의 허니문은 하루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그것이 언론의 속성 아니겠느냐”고 진담 반 농담 반 받아치기도 했다.

2000년 백악관 출입기자직을 사임할 때 클린턴 대통령은 “많은 대통령이 백악관에 왔다 갔지만 헬렌 토머스 기자는 40여 년 동안 밤낮으로 높고 막강한 권력자들을 쩔쩔매게 하는 질문을 퍼부으며 백악관에 있어왔다”고 치하하기도 했다.

2008년 8월 미국 영화전문 채널인 ‘HBO’는 그녀의 일대기를 다큐멘터리로 방영하기도 했다. ‘생큐 프레지던트: 백악관의 헬렌 토머스’라는 제목의 38분짜리 다큐멘터리에서 그녀는 “역사를 기록하는 기자의 진정한 목표는 도전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대통령들을 작아지게 하는 것”이라면서 “그러한 일이 불경스럽게 비칠 수도 있지만 대통령은 당연히 질문을 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자정신을 피력하기도 했다.

‘직업이, 아니 인생이 백악관 출입기자’로 ‘미국 대통령직의 중요한 한 부분을 맡고 있다’는 평가까지 듣는 ‘저널리스트의 살아있는 전설’ 헬렌 토머스의 삶으로 들어가보자.

문맹 이민자의 딸

그녀는 10대 초반부터 기자가 될 결심을 했다니 삶의 목표가 어릴 적에 이미 결정된 운이 좋은 사람이다. 무엇보다 호기심이 많았다. 사람들이 어린 헬렌에게 “너는 너무 호기심이 많다”고 걱정하면 “호기심이 많다는 게 도대체 뭐냐?”고 되물었던 못 말리는 소녀였다.

헬렌은 자서전 격인 ‘백악관의 맨 앞줄에서’란 책에서 기자직을 선택하려는 사람들의 공통된 캐릭터에 대해 언급했다.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날 때 ‘그 자리에 있고 싶어하는’ 못 말리는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 욕망이란 인생과 사람들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해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과 그것을 밝혀내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어려서부터 글재주도 있었던지 디트로이트 이스턴 고등학교 2학년 때 영어선생님이 헬렌의 글을 높이 평가하고 학교 신문에 실어줄 정도였다. 헬렌은 그때 “마치 잉크가 내 정맥 속으로 흐르는 것 같은 희열을 느꼈고 나는 글 쓰는 일에 인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다”고 회고한다. 그리고 학교 신문기자 생활을 시작한다. 어찌나 열심이었던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는 선생님들로부터 ‘오랫동안 신문사 기자로 헌신한 것에 감사하며, 1938년 1월26일’이라는 서명이 담긴 시집을 선물 받기도 했다. 대학 때도 학보사 기자가 본업이고 공부는 뒷전이었다.

헬렌은 중동 이민자 집안의 딸이다. 1920년 8월4일 아홉 형제 중 일곱째로 태어난다. 아버지 조지 토머스는 후에 레바논의 영토가 된 시리아 트리폴리에서 태어나 1892년 미국으로 건너왔다. 당시 그의 나이 17세였고 무일푼이어서 친척이 있는 켄터키 주 윈체스터에서 과일, 야채, 목화, 사탕, 담배를 마차에 싣고 팔러 다니는 행상을 했다. 타고난 성실함 덕분에 미국 정착 32년 만인 1924년 7월 디트로이트의 침실 다섯칸짜리 집에 정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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