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호

세계 태권도문화축제 오경호 조직위원장 (충청대학 이사장)

태권도 종주국의 위기 … “두 개로 나뉜 태권도 조화롭게 공존해야”

  • 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10-07-30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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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태권도문화축제 오경호 조직위원장 (충청대학 이사장)
    6월30일부터 7월10일까지 충북 청주에서 열린 제11회 세계태권도문화축제(이하 태권도축제)의 슬로건은 ‘WI are one’ 이다. 여기서 ‘W’와 ‘I’는 각각 세계태권도연맹(WTF)과 국제태권도연맹(ITF)을 의미한다. 이번 축제는 ‘WTF와 ITF는 하나의 태권도’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번 태권도축제에선 WTF와 ITF 경기가 동시에 치러졌다.

    이미 알려진 대로 세계 태권도계는 한국이 주도하는 WTF와 북한의 지원을 받기도 했던 ITF로 양분돼 있다. 물론 주류는 올림픽 태권도 경기를 주관하는 WTF다. 전세계 1억명가량으로 추산되는 태권도인 중 약 6000만~7000만명이 WTF 태권도를 하고 있다. ITF는 한국 정부에 의해 친북인사로 낙인찍혔던 고(故) 최홍희씨가 창립한 단체다. 최씨가 사망한 이후 3개로 분열되기도 했던 ITF는 현재, 최씨의 아들인 최중화씨가 이끄는 ITF와 북한 IOC 위원인 장웅씨가 주도하는 ITF로 나뉘어 있다. WTF와 ITF는 사이가 좋지 않은데, WTF는 ITF를 사이비 단체 혹은 유사 태권도 단체라고 부를 정도다.

    스포츠적인 요소가 강한 WTF 태권도에 비해 ITF 태권도는 무도정신과 실전성을 강조한다. 외형만 봐도 ITF는 발기술 못지않게 주먹기술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WTF에서는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하는 기술을 허용하지 않지만, 얼굴 공격이 허용되는 ITF에서는 이종격투기에서나 볼 수 있는 손가락 일부가 드러나는 글러브를 착용하고 경기(맞서기)에 나선다. 대신 WTF에서 볼 수 있는 몸통보호대나 헤드기어 같은 호구(護具)는 없다. 기술이나 스타일, 인사법 등은 일본의 극진가라테와 닮았다. 주먹기술이 발달하다보니 ITF는 WTF에 비해 상당히 공격적이다. 받아치는 기술이 발달한 WTF보다 훨씬 다이내믹하고 박진감이 넘친다.

    글러브 낀 태권도

    세계 태권도문화축제 오경호 조직위원장 (충청대학 이사장)
    충북 청원에 위치한 충청대학은 1998년부터 태권도축제를 개최해왔다. 지방의 작은 전문대학이 이처럼 세계적인 수준의 행사를 10년 넘게 해올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이 대학 오경호(57) 이사장의 숨은 노력 덕분이다. 오 이사장은 이번 11회 행사에서도 조직위원장을 맡아 행사를 하나부터 열까지 챙겼다.



    오 이사장은 태권도계에서 ‘이단아’로 불린다. 특히 WTF로부터 욕을 먹고 있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과 인연이 있는 ITF와 올림픽을 주도하는 WTF의 융합을 계속 주장하면서 ITF 관련 행사인 태권도축전을 매년 진행하기 때문. WTF는 이번 태권도축제를 앞두고도 오 이사장의 조직위원회 측에 “WTF라는 용어는 ‘세계태권도연맹’의 지적재산이므로 허락 없이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오 이사장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쪽이다. 오히려 “그런 거 무서웠으면 지금까지 오지도 못했다”고 한술 더 뜬다.

    “한마디로 우습고 유치합니다. 그런다고 제가 그 이름을 안 쓰겠어요? WTF라는 용어는 세계태권도연맹이라는 국제기구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ITF와 대비되는 ‘WTF 스타일’의 태권도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말을 WTF가 독점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우리의 태권도 수준이 그 정도입니다. WTF에선 태권도축제를 앞두고 전세계 태권도인에게 ‘태권도축제에 참가하지 말라’는 압력도 넣었다고 해요. WTF든 ITF든 모두 같은 태권도인데 말이죠. 그래도 이번 행사에 WTF 측 태권도인이 많이 참가했습니다. 사실 태권도를 직업으로 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이런 문제가 아무 의미도 없어요. 두 조직을 합치는 문제에 대해서도 외국에서는 전혀 반발이 없다니까요. 우리나라에서만 난리죠. ”

    7월8일, 태권도축제가 막바지로 치닫던 이날 청주 실내체육관에서는 ITF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전이 열렸다. 총 6개 체급에서 우승자가 나왔고 단체전 경기도 있었다. 격파, 틀(품새의 ITF식 표현) 등 종목에서도 메달리스트가 결정됐다. 이번 행사에는 전세계 50여 개국에서 총 2000명가량의 선수와 임원진, 가족 등이 참가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오 이사장은 다소 들뜬 모습이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WTF와 ITF의 통합, 하나 된 태권도를 주장했고 태권도 종주국의 위기라는 표현을 여러 번 써가며 태권도계에 날선 비판을 날렸다.

    세계 태권도문화축제 오경호 조직위원장 (충청대학 이사장)

    ITF 태권도 경기 모습 (왼쪽)과 경기용 글러브

    WTF에서 쫓겨났다

    ▼ ITF 태권도 경기를 오늘 처음 봤습니다. 올림픽 태권도(WTF)보다 훨씬 박진감이 있고 힘이 넘치는 느낌입니다.

    “맞아요. 다들 그렇게 얘기합니다. 솔직히 올림픽 태권도(WTF)는 재미없잖아요. 공격기술은 없어지고 반격, 되차기 기술만 남았어요. 그러니까 3분 3회전을 해도 팔짝팔짝 뛰기만 하다가 끝나는 거죠. 점수만 따면 되니까 요령만 남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보면 손과 발을 다 쓰는 ITF 태권도는 재밌죠. 주먹기술이 있으니 격투기 느낌이 확 살지요. 솔직히 격투기의 꽃은 공격이잖아요. 다치고 부러지는 맛도 있어야 사람들이 관심을 갖습니다. 안 그래요?”

    오 이사장은 거침이 없었다. 그리고 명쾌했다. 태권도 같은 격투기는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는 신념이 강하게 느껴졌다.

    ▼ 이사장께서는 줄곧 WTF와 ITF의 통합을 주장해오셨죠?

    “당장 통합하자는 건 아닙니다. 역사가 다른 데 당장은 어렵죠. 일단 조화롭게 공존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어쨌든 세계태권도계를 주도하는 WTF가 ITF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예요. 두 개 모두 우리의 태권도입니다. 올림픽 종목인 레슬링에도 그레코로만형과 자유형이 있잖아요. ITF 태권도도 WTF처럼 올림픽 태권도의 한 종목으로 인정되도록 노력하자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메달도 많아지고 그 만큼 많은 사람이 태권도에 관심을 가질 것 아닙니까.”

    ▼ 이사장께서는 WTF와 ITF와 모두 인연이 깊죠?

    “WTF에서 대학태권도연맹 회장을 지냈어요. 2년 전 ITF 태권도의 창시자인 최홍희 장군의 아들로 현재 ITF 총재를 맡고 있는 최중화씨를 우리나라에 불러오는 일도 했고요. 그런데 두 단체의 화해와 통합을 주장하니까 WTF에서 욕을 많이 해요. 왜 유사단체에 관심을 갖느냐고 그러지. 그런 이유로 대학연맹 회장을 하다가 이사들이 반대해서 물러났죠.”

    2008년 12월 오 이사장은 한국대학태권도연맹 회장에 당선됐다. 그러나 “ITF를 WTF가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다니면서 대한태권도협회, 대학연맹 지도부와 마찰을 빚었다. WTF는 ITF를 사생아로 보기 때문이다. 오 이사장은 결국 1년여 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오 이사장은 이를 두고 “쫓겨났다”고 표현했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오 이사장은 여전히 “ITF와 WTF가 함께해야 한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WTF와 ITF가 함께하는 유일한 세계대회인 ‘태권도축제’에 그가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WTF가 인정하든 안 하든 현재 해외에는 ITF 태권도를 사랑하고 ITF 태권도를 수련하는 3000만명의 태권도인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은 태권도인이 아닌가요? ITF가 북한과 관련이 있으면 그 사람들은 다 빨갱이입니까? 아니잖아요. 말하자면 ITF는 집 나간 자식과 같습니다. 태권도 종주국이라는 한국이 이들을 받아주지 않으면 이들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그리고 솔직히 태권도 역사를 한번 보세요. 역사라고 해봐야 고작 40~50년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ITF입니다. 1955년에 최홍희 장군이 만든 거예요. 이건 무시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유럽의 반대

    ▼ ITF 태권도 인구가 전세계에 3000만명이나 되나요?

    “남미의 경우 70% 이상이 ITF 태권도를 합니다. 그리고 유럽, 특히 동유럽 지역에 아주 많아요. 중국도 우리와 외교관계를 맺기 전에는 모두 ITF 태권도를 했습니다.”

    ▼ ITF를 창설한 최홍희씨가 사망한 뒤 ITF가 분열한 것으로 압니다.

    “3개로 분열이 됐었죠. 그러나 지금은 최중화 총재 계열이 중심이 되어 조직이 재건되고 있습니다. 북한 IOC 위원인 장웅 계열은 현재 빈에 있는 사무실도 폐쇄하고 홈페이지 사용료도 못 내고 있을 정도입니다.”

    ▼ 이사장께서는 WTF에 대해서 그동안 신랄한 비판을 해오신 걸로 압니다.

    “솔직히 우리나라 태권도는 썩었어요. 얼마 전 유럽에서 세계태권도연맹회장 선거할 때 망신을 당했잖아요. 유럽에서 반대표가 쏟아졌어요. 스페인, 프랑스, 아제르바이잔, 터키 같은 곳에서. 그만큼 WTF에 대한 불신이 깊어요. 우리나라 태권도계 내부의 갈등도 너무 심합니다. 2년 전에는 올림픽공원에서 정부 주최로 ‘태권도의 날’ 행사가 있었는데 서울시에 배정된 5000석이 텅 비는 일도 벌어졌어요. 서울시협회에서 사람들을 안 보냈거든요. 자기들 세를 과시한 겁니다. 이래서 되겠느냐는 겁니다. 저는 이번 대회가 태권도의 가야 할 길을 제시해주는 행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또 ITF라는 이유로 무시당했던 태권도인들의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주는 대회가 되길 바랍니다. 하나 더 지적하자면, 우리나라 언론도 문젭니다. 만날 ‘코리아 태권도 원더풀’ 이런 것만 취재합니다. 세계대회나 올림픽에서 메달 몇 개 땄는지에만 관심을 갖죠. 난 그러면 안 된다고 봅니다.”

    ▼ 그래도 종주국인데 성적이 좋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국제경기에 가보세요. 한국 선수만 나오면 야유가 나옵니다. 심판 부정이 엄청나요. 이젠 우리는 더 이상 메달에 연연해서는 안 됩니다. 메달 못 따면 어때요. 생각해봐요. 중국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하나 따면 그때마다 중국에 태권도 인구가 10만명은 늘어납니다. 우리가 따는 것보다 태권도의 보급과 발전을 위해서는 그게 더 좋은 일 아닌가요? 꼭 부정을 저질러서 우리 선수에게 금메달 줘야 합니까? 그래서 제가 ‘태권도 종주국의 위기’라는 말 하는 겁니다.”

    태권도는 문화상품

    ▼ 이번 태권도축제 참가 인원이 역대 최대 규모라고 들었습니다.

    “이번 우리 행사에 2000명 정도가 참여했습니다. 영국 ITF에서만 150명 정도가 들어왔어요. 자비로 1인당 4000달러를 내고 온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쓰는 돈만 60만달러죠. 보통 규모의 행사가 아닌 겁니다. WTF보다 ITF 태권도인들이 조직에 대한 로열티가 더 높습니다. 이리저리 치이면서 어렵게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결속력이 더 강해요. 이들이 이번에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겁니다. 이들에게 이 대회가 갖는 의미는 무척 크죠.”

    ▼ 이번 행사에선 ‘ITF 세계태권도대회’도 동시에 개최되는 걸로 압니다.

    “그렇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의미는 최중화 총재를 따르는 3000만명의 전세계 태권도인을 한국에 초청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ITF에 공식적으로 초청장을 보낸 거죠. 사실 쫓겨난 것이나 다름없지만, 올해 초 대학연맹에서 손을 뗀 것도 바로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따지고 보면 두 개의 태권도를 통합하는 일은 제가 할 일이 아니고 국가와 제도권이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하는 사람이 없어서 제가 나선 겁니다. ITF라는 이유로 매도돼선 안 됩니다.”

    오 이사장은 인터뷰 도중 “태권도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상품”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처음 태권도에 손을 댄 것도 “우리의 문화를 수출해보고 싶다”는 욕심에서였다는 것. 참고로, 오 이사장은 비(非)태권도인이다. 한 번도 태권도를 배워본 적이 없다.

    세계 태권도문화축제 오경호 조직위원장 (충청대학 이사장)

    최중화 ITF 총재 (왼쪽)와 오경호 충청대학 이사장.

    ▼ 어떻게 이런 힘든 일을 시작하시게 됐나요?

    “10여 년 전에 아버님이 돌아가시면서 이사장을 맡았어요. 그러고 나서 교육부에 갈 일이 있었는데 교육부 공무원이 그러더라고요. ‘2세가 맡아서 잘된 학교를 못 봤다’고. 그 말을 듣고 난 뒤부터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학교에 변화를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 대학을 국제화하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까를 말이죠. 그러다가 찾은 틈새시장이 바로 태권도였습니다. 그러나 국내에는 이미 한국체육대학, 경희대 등이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해외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죠. 또 매년 열리는 태권도 관련 국제 행사가 없다는 것을 알고 태권도축제를 생각해냈습니다. 처음엔 말도 많았고 욕도 많이 먹었어요. ‘지방의 전문대가 무슨 국제대회냐, 학교 운영이나 잘 해라’ 이런 얘기를 귀에 못이 박이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태권도가 주는 감동에 빠졌다고 할까요? 전 태권도가 진정한 한류라고 생각합니다. ”

    ▼ 욕 먹어가며 이런 어려운 길을 왜 가시는 겁니까.

    “글쎄요, 내가 왜 할까요? 태권도는 우리의 문화입니다. 솔직히 아쉽고 아까워서 그래요. 저는 이번 행사에 전세계 태권도인 2000명을 모아냈습니다. 저는 애국하는 길이 이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프트웨어가 없어요”

    오 이사장은 태권도를 지금보다 더 국제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태권도와 관련된 소프트웨어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주에 들어서는 대규모 태권도 공원 같은 하드웨어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 예로 오 이사장은 대학에 태권도 관련 교재가 별로 없는 것, 외국인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부족한 것, 태권도의 메카라고 자부하는 국기원에 외국어로 된 태권도 소개책자도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 등을 들었다.

    “국기원 정도면 나라별로 소개책자가 있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역사를 알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전세계 태권도 역사가 다 정리되어 있어야죠. 그런데 그런 게 없어요. 시간이 좀 더 지나면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될 겁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서 태권도 사범이 왔다고 합시다. 그 사람에게 뭘 보여줄 수 있겠어요? 외국 태권도인들이 한국에 올 때는 자기 나라에서 못 배운 거 배우려고 오는 거거든요. 현란한 발차기 이런 거 보러 오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다 애들만 태권도를 합니다. 종주국인데도 권위자가 별로 없어요. 원로 태권도인도 거의 없습니다. 보고 배울 사람이 없는 거예요. 일본 검도 보세요. 머리가 하얀 원로 사범이 칼을 잡습니다. 멋있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존경심과 애착을 갖게 되는 건데 말이죠.”

    ▼ 그렇다면 태권도의 발전을 위해 당장 해야 할 일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우선 국내에서는 종주국의 자만을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태권도가 갖는 문화콘텐츠를 개발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가 태권도 종주국이라고는 하지만 보여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하물며 태권도를 상징화한 캐릭터도 없어요. 또한 세대교체도 시급합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건가요.

    “태권도를 가르칠 교육프로그램도 제대로 된 게 없잖아요. 관광상품도 없고 소개 책자도 하나 없습니다. 사실 아무것도 없으니 지방대 이사장인 나 같은 사람이 태권도판에서 먹히는 겁니다. 지방에 있는 작은 대학의 행사가 성공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죠. 아이러니죠. ITF 태권도를 하는 전세계 사람들은 이제 충청대학을 다 압니다. 서울대학교는 몰라도…(웃음). 우리 대학 티셔츠를 다들 입고 다녀요.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정말 죽을 고생을 했습니다(웃음).”

    태권도 종주국의 위기

    ▼ 말씀대로 태권도 종주국의 위기네요.

    “이제 유럽에서는 단증도 독자개발해서 발급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예요. 그러면 그런 움직임에 대한 해결책이 준비되고 있느냐? 전혀 없어요. 제 생각에 세대교체가 되지 않고서는 안 됩니다. 원로의 가장 추한 모습은 바로 후배와 경쟁하는 겁니다. 물러나지 않으면 밀려나는 거예요. 그런데 죽을 때까지 하려고 하니까 되겠어요? 금메달 딴다고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더 큰 것을 잃어버리고 있어요.”

    ▼ 마지막으로, 많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사장만의 동력이 궁금합니다.

    “내 최대 무기가 뭔 줄 아세요? 난 태권도 안 했어요. 그러니까 하다가 안 되면 그냥 안 하면 돼요(웃음). 대학 이사장에만 충실하면 되는 겁니다. 잃을 게 없어요. 물론 지난 10여 년 동안 해 놓은 게 많지만 솔직히 그런 생각으로 일을 합니다. ITF든 WTF든 저는 아무런 직함도 가진 게 없습니다. 국내에서 가질 수 있는 자리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WTF와 ITF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저의 믿음은 버릴 수 없습니다. 저는 이런 믿음이 잘못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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