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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 1년 맞은 기업호민관(중소기업 옴부즈맨) 이민화

  • 글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사진 / 장승윤 기자

개소 1년 맞은 기업호민관(중소기업 옴부즈맨) 이민화

개소 1년 맞은 기업호민관(중소기업 옴부즈맨) 이민화
정부 규제로 인한 기업의 애로사항 해소를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호민관(중소기업 옴부즈맨)이 출범 1년을 맞았다.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한 이 기관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행위 근절에도 앞장서고 있다. 산하에 지역호민관, 협력호민관 등을 두고 있는 기업호민관은 지난 1년간 무려 1250여 건에 달하는 기업의 애로사항을 접수해 처리했다.

‘호민관’은 원래 로마시대 평민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 뽑은 사람을 부르던 말. 로마시대 호민관이 시민의 권익을 대변했다면, 기업호민관은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권익을 대변하는 일을 한다. 기업호민관실을 이끌고 있는 이민화(57) 기업호민관을 8월9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름이 좀 생소하죠. 일반인은 아직 잘 모릅니다. 원래 중소기업 옴부즈맨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조직인데 제가 기업호민관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옴부즈맨’이라는 이름이 어렵고 차별화도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불필요한 정부규제를 발굴하고 해소하는 일을 주로 합니다.”

기업호민관이 만들어지기 전에도 기업의 애로사항 해소를 돕는 기관은 있었다. 규제개혁위원회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기업호민관과는 하는 일에 차이가 있다. 규제개혁위원회가 주로 불필요한 규제의 사전 예방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주로 대기업 중심의 규제개혁을 맡는 반면 기업호민관은 주로 중소기업의 눈으로 규제개혁 문제를 바라본다. 이 호민관은 “규제를 고치는 경우도 있지만 집행이나 적용을 잘못해서 생기는 일이 더 많다. 공장 입지에 관한 문제, 인력 고용에 관한 것, 기술 인·허가에 관한 것까지 할 일이 아주 많다”고 말했다.

기업호민관은 정부에서 설립, 운영하는 정부기구지만 정부의 규제로 인해 피해를 본 기업의 입장에서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반정부 기구’와 같은 성격도 띠고 있다. 정부부처와 크고 작은 갈등도 많이 겪었다. 처음 기업호민관이 관심을 가진 문제도 정부가 규제관련 민원을 제기한 기업에 대해 보복해온 관행을 없애는 것이어서 더욱 그랬다.

“지난해 기업호민관이 출범하면서 3대 전략과 5대 과제를 설정했는데 5대 과제 중 첫 번째가 정부의 기업에 대한 비(非)보복문화 정착이었습니다.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정부가 기업에 대해 보복을 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규제문제는 쉽게 해결됩니다. 자유롭게 비판하고 개선하는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선순환 생태계’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도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합니다.”

▼ 그동안 정부가 기업에 보복을 많이 했나요?

“솔직히 많았죠. 정부에서는 절대 인정하지 않지만요. 처음 우리가 비보복정책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었을 때 정부부처가 다 들고 일어났어요. ‘우린 보복 안 했다’면서. 사실 정부 입장에서는 ‘비보복정책’을 받아들이기 어렵죠. 보복이 있었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 되니까. 그래서 여러 가지 사례를 연구해서 제시한 뒤 설득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문제가 있음을 인정해야 하지 않겠어요? 미국, 영국도 이미 비보복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의 노력은 결국 결실을 보았다. 올해 초 각 정부부처가 기업호민관이 주장해온 비보복정책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이 호민관은 “호민관이 처음에는 힘이 없었는데 일을 하다보니 점점 힘이 세졌다”며 웃었다.

기업호민관실은 올해 초부터 트위터를 이용한 규제 발굴, 해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벌써 5000명가량의 팔로워(follower)도 생겼다. 목표는 7만명이다. 트위터를 통해 규제관련 제보를 받고 문제해결 방법도 찾는다. 팔로워들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나가는 이 과정을 이 호민관은 ‘Open Problem Solving’이라고 부른다. 조직, 자료, 문제해결 등 모든 것을 개방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기업호민관실은 요즘 기업 공정거래 유무를 판단하는 평가지표인 기업협력평가지수(일명 ‘호민인덱스’)를 만드는 데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 호민관의 얘기다.

“호민인덱스에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불공정한 거래를 제안하는지, 원가장부 등 영업비밀을 요구하는지, 불공정 거래 사실을 신고한 협력기업에 보복을 하는지 등이 담길 예정입니다. 이런 것들을 평가해 공개함으로써 기업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호민관은 현재 무보수 비상근직으로 일하고 있다. 돈을 받는 자리였다면 처음부터 시작도 하지 않았을 거란다. 처음에는 1주일에 2일 정도만 일하기로 했는데 일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아예 본업이 됐다. 그는 “그저 보람있고 재미있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호민관은 성공한 벤처기업인으로도 유명하다. 어릴 때부터 법관의 꿈을 키웠던 그는 1971년 사법파동 이후 진로를 이공계로 바꿔 서울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했다. 카이스트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985년 의료기기업체인 메디슨을 창업해 벤처 신화를 일궈냈다. 1995년에는 한국벤처기업협회를 만들어 회장을 지냈고 2000년에는 한국기술거래소 이사장도 역임했다.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아시아의 스타 5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그는 카이스트 초빙교수와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등을 맡고 있다.

신동아 2010년 9월 호

글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사진 / 장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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