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호

“저소득층이 입학사정관제 혜택 먼저 누리도록 하겠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 첫 공식 인터뷰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10-10-18 14: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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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방위 공격받는 입학사정관제
    • “낮잠 자는 아이들이 없다”
    • 장관이 관료에 포섭당한 거 아닌가?
    • “100% 입학사정관으로 뽑으면 간단한데…”
    “저소득층이 입학사정관제 혜택 먼저 누리도록 하겠다”
    평준화, 주입식이라는 낱말은 20세기 한국이 남긴 유산이다. 신(新)세기가 열린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20세기의 잔재가 망령처럼 떠돈다. 주입식으로 가르쳐 성적으로 줄 세우는 방식을 극복해야 한다는 견해엔 이견(異見)이 거의 없다.

    진보건, 보수건 정부마다 교육개혁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혁신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역대 정부는 없다. 대입제도가 시도 때도 없이 바뀌었으나 한국은 이제껏 망령을 극복하지 못했다. 교육만큼 변화 속도가 느린 분야가 있을까.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현 정부 교육개혁의 상징이다. 대통령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 교육부 제1차관을 거쳐 8월30일 교육부 수장에 올랐다. 임기 절반을 넘긴 이명박 정부 교육개혁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는 국회의원 시절 이명박 후보의 교육 분야 대선 공약을 설계했으며 실세 차관으로 불리면서 교육개혁을 이끌어왔다. 이명박 정부가 정책으로 구현한 교육개혁 콘텐츠의 대부분이 그의 손을 거친 것이다.

    이대영 교육부 대변인은 “장관 취임 후 처음 하는 공식 인터뷰”라면서 “잘 부탁한다”고 했다. 공격적인 질문을 던지려고 노력했으나 때로는 이 장관 설명에 빠져들어 한참을 듣기만 했다. 인터뷰는 10월12일 서울 세종로 교육부 장관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전 방위 공격받는 입학사정관제

    ▼ 이명박 후보 교육 분야 대선 공약을 총괄했다. 학자로서, 의원으로서 품었던 이상을 얼마나 실현했다고 자평하나.

    “15년 넘게 교육문제를 들여다봤다. 김영삼 정부 때 대통령 직속 교육개혁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참여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교육정책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반대로 갔다. 문제점을 지적하는 연구를 실증적으로 수행하면서 대안을 내놓았다. 학자로서 이러저런 제안을 했으나 좌절감을 느꼈다. 정치를 통해 바로잡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고 느꼈다. 정치에 입문한 것도 교육을 바로잡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제도, 틀을 만드는 일은 성공했다고 여긴다. 가장 큰 성과는 잠재력, 창의력을 평가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한국형 입학사정관제 도입이다.”

    ▼ 지난해 7월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말(2012년)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로 100% 가까이 학생을 뽑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고 말했다. 장관도 같은 생각인가.

    “입학사정관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현장에서 확실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 왜 입학사정관제 중심으로 대학입시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입학사정관이 학생의 잠재력, 소질을 다양한 전형 자료를 통해 평가한 뒤 입학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대학은 이 제도를 통해 모집 단위의 특성에 맞고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한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게 된다. 점수 1~2점 차로 당락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대학별로 건학이념과 인재 상에 따라 학생의 창의성, 인성을 적극적으로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 제도가 정착하면 학교 교육이 체험·창의 활동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동아리 활동, 예체능 교육, 봉사 활동도 활성화할 것이다. 언제까지 성적으로 줄 세워 학생을 뽑을 건가.”

    입학사정관제는 ‘이주호식 교육개혁’의 대표선수다.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딸 특채 사건 불똥이 이 제도로도 튀었다. 이 장관의 야심작이 전 방위로 공격받는 양상이다. 이 제도가 ‘스펙 평가’로 변질해 부유층 특목고 학생의 입학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이 입학사정관제 혜택 먼저 누리도록 하겠다”

    이주호 장관은 겸손하고 말본새가 반듯하다.

    ▼ 정치권에서 입학사정관제의 신뢰성, 공정성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나 같은 사람이라도 막아야지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입학사정관제 부정 터지면 감당 못할 사태 올 수 있다’는 제목의 사설을 쓴 신문도 있다.

    “우려하는 부분엔 공감한다. 속도를 조절하겠다. 60개 대학에서 더 늘리지 않겠다.”

    그는 “점진적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입시 컨설팅 서비스, 심층 면접 대비 특강 등 고가(高價)의 사교육이 오히려 창궐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입학사정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행 첫해엔 해외봉사 같은 화려한 스펙을 가진 학생이 많이 지원했다고 한다. 화려한 스펙을 가진 학생들은 대부분 떨어졌다. 입학사정관은 공교육에서 정상적으로 이수한 활동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토익·토플 점수 같은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활동은 평가에서 배제된다. 학생부엔 교외 수상 실적도 기록하지 못하게 돼 있다. 350개 대학 중 60개 대학이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다. 잘하는 곳도 있고,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 신입생 100%를 입학사정관으로 뽑는 카이스트, 포스텍이 대표적 성공 사례다. 특목고 출신을 우대해 뽑았다는 비판도 있던데, 부작용을 줄여가면서 점진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추진해나가야 한다.”

    ▼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통해 사교육에 밀리는 공교육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으리라고 보나.

    “기존의 점수 위주 암기식 교육에선 학원이 학교보다 잘 대처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창의성, 인성을 중심으로 한 입시제도에선 학교생활을 충실히 한 학생이 유리하다. 사교육이라는 게 뭔가. 입시 위주 교육을 전문적으로 시키는 것 아닌가. 학교에서 토론·참여형으로 수업한 뒤 그것을 바탕으로 평가하고, 입학사정관이 잠재력을 들여다보는데 사교육이 어떻게 개입하나. 교과 내 봉사 체험, 대덕연구단지 과학캠프 같은 걸 학원이 어떻게 제공하나.”

    ▼ 고려대, 연세대 같은 학교가 말을 듣겠는가.

    “대학교육협의회가 공동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특목고 우대를 비롯해 의혹이 제기되는 대학에 대해서는 교육부 차원에서 감사를 실시하고, 문제가 드러나면 예산 지원을 중단하겠다. 비리 사실을 확인하면 지원금을 회수하고 행정제재를 추진할 것이다. 자기소개서·추천서 대필·표절 문제가 거론되는데 기계적으로 표절 여부를 걸러내는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이 구축된다. 본인이 쓴 글인지, 누군가 대신 써준 글인지는 심층면접을 통해서도 걸러진다. 한두 해씩 해나가다 보면 신뢰와 노하우가 쌓일 것이다.”

    그는 “학생들을 점수 경쟁으로 계속 내몰 수는 없다”면서 “입학사정관제는 공정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입학사정관제는 고등학교 교육 정상화와 함께 가야 한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큰 물꼬가 터졌으나 수학능력시험을 비롯해 성적순으로 학생을 뽑는 제도가 남아 있다. 기존의 입시를 한꺼번에 없앨 수는 없다.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입학사정관제 확대는 천천히 할 테니 학교 정상화를 빨리 하라는 것이다.”

    ▼ 학교 이념에 따라 대학이 학생을 자유롭게 뽑는 시대가 오는 건가. 예컨대 정원의 10%를 어머니가 동남아시아인인 아이들로 뽑는 대학도 등장할 수 있는 건가.

    “그렇다. 입학사정관제는 다양화를 추구한다. 학부모 소득, 지역, 고교 유형 같은 학생 구성원의 다양성을 평가해 높은 점수를 받은 대학에 혜택을 줄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를 두고 우려가 나오는 것은 시험을 보고 등수를 매겨 학생을 선발하는 게 공정하다는 문화에 익숙해서다. 사회가 공정하지 않아 입학사정관제가 올바르게 운용되기 어렵다는 시각도 많다.

    ▼ 유명환 전 장관 딸 사건으로 공무원의 50%를 행정고시가 아닌 특채로 뽑겠다는 구상이 무산됐다. 고시제도의 폐해가 큰 데도 결론은 그렇게 났다.

    “시계추가 왔다갔다 하다 그렇게 됐다. 입학사정관제로 100% 바꾸겠다고 한 적 없다. 점진적으로….”

    ▼ 입시 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지적이 있다. 헛갈려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 정보력 싸움이라는 비아냥거림도 나온다.

    “자율화 추세로 변화하고 있기에 복잡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도 자율화의 일환이다. 대학이 알아서 뽑되 학생 선발 역량을 키우라는 것이다. 포스텍, 카이스트처럼 100% 입학사정관으로 뽑으면 간단한데…, 수시전형은 가능하면 입학사정관제로 통합하는 게 좋다고 여겨진다. 입시가 바뀌어야 교육이 살아난다.”

    “낮잠 자는 아이들이 없다”

    ▼ 교육부가 내놓은 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을 두고도 뒷말이 많다. 입학사정관제를 강조하면서 수능시험은 거꾸로 국·영·수 중심으로 개편했다는 비판이다.

    “사안을 지엽적으로 본 것이다. 입시에서 수능 비중은 점진적으로 줄어든다. 수능 개편은 대학입시 때 수능시험 의존도를 줄이고 수험생 부담을 덜어주고자 추진하고 있다. 수능시험 부담이 줄면 학교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활동을 입학사정관이 평가하는 것이다. 수능시험에서 탐구영역 비중이 줄어든 것을 두고 과학자들이 과학을 홀대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더라. 과학은 학교에서 실험·탐구하는 방식으로 가르쳐야 하지 않은가, 객관식 수능시험으로 점수를 매기는 게 과연 과학 향상에 도움이 되느냐고 설명했더니 이해를 하더라. 의견 수렴이 될 것으로 본다.”

    ▼ 고등학교의 다양화는 진즉 이뤄졌어야 했다. 그런데 자율형사립고를 두고는 국·영·수 중심으로 입시 교육을 시키는 곳일 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꼭 그렇지 않다. 자율형사립고는 대체로 수업 분위기가 좋다. 낮잠 자는 아이들이 없다. 성적으로 뽑는 입시가 남아 있는 현실이어서 국·영·수 중심으로 가는 곳도 있지만, 방과 후 스포츠 활동, 동아리 활동이 잘 이뤄진다.”

    ▼ ‘진보 교육감’이라고 불리는 인사들은 자율형사립고 추가 지정에 반대한다. 고교 다양화 정책에 걸림돌이 생긴 셈이다. 교육감이 반대하면 강제할 수단이 없다. 어떤 복안이 있나.

    “자율형사립고를 100개 만들기로 했는데 현재 50개를 지정했다. 교육감이 안 하겠다면 못 한다. 하겠다는 교육감이 더 많다. 다 채우리라고 본다.”

    ▼ 학생 수가 가장 많은 서울시교육감, 경기도교육감이 추가로 지정하지 않겠다고 한다.

    “대통령도 공약을 다 지키지 못한다. 설득하겠다. 지방의 몇몇 교육감은 자신들 지역에서 더 많이 지정해서 서울 학생을 유치하겠다고 한다. 그것도 경쟁 아닌가. 자율형사립고가 많은 지역, 적은 지역이 나타날 수 있다.”

    ▼ 학교별 다양화도 중요하지만 학교 내 다양화도 중요하지 않은가.

    “지난해부터 647개 중·고교에서 교과목별로 특성화한 교실을 지정해 학생 수준별 맞춤형으로 수업을 제공하는 교과교실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예술·체육·과학 중점학교 운영을 통해 특별한 분야에서 재능과 적성을 가진 아이들을 배려하는 교육도 확대하고 있다.”

    “저소득층이 입학사정관제 혜택 먼저 누리도록 하겠다”
    ▼ 학교 교실 수가 부족해 교과교실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예산을 투입해 교과교실을 많이 지었다. 학생 수가 줄어서 고등학교는 교사 1인당 학생 10명, 15명 이렇다. 우리도 미국처럼 아이들이 사물함에 책을 보관하고 이동하면서 수업 받는다. 신설 학교들은 거의가 그렇다. A타입은 완전히 돌아다니고 B타입, C타입은 수준별로 이동하면서 공부한다.”

    ▼ 미술대학에 진학하길 원하는 학생은 홍익대 앞 학원부터 알아봐야 하는 게 현실이다. 공교육이 그런 학생을 지도해줄 수 있는 때가 올까.

    “온다. 와야 한다. 그동안 학교 교육에선 공통적으로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았다. 교육과정을 20% 덜어낸다. 전달할 지식이 많으니 발표·토론할 시간이 없는 거다. 고등학교에서 예체능 교육을 강화하게끔 노력하고 있다. 문화·예술·스포츠 강사를 확보하는 방안을 문화관광부와 협의해 진행하고 있다. 블록타임제라고 해서 특정 분야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것도 도입한다.”

    “학생 간 경쟁 완화해야 한다”

    진보 진영에선 이명박 정부의 교육개혁을 ‘경쟁 만능주의’ ‘신자유주의식’이라고 공격한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교육개혁에는 좌파와 우파가 있을 수 없다, 이념의 잣대로 정책을 꾸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 학생들의 경쟁을 완화해야 한다고 보나, 경쟁을 통해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보나.

    “학생들 간의 경쟁은 완화해야 한다. 우리가 경쟁을 얘기하는 건 선생님들 간, 학교 간 경쟁이다. 아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야 한다. 행복해야 한다. 그러려면 1점 올리기 경쟁을 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선생님들이 열심히 하는 게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길이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개혁은 김영삼 정부 때와 비슷한 방향이다. 당시에도 신자유주의 이야기가 나왔다. 아이들을 점수 경쟁에서 벗어나게 하고 창의력·인성을 강조하는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에 근거한 교육개혁이 아니다.”

    ▼ 장관은 시장, 경쟁을 강조하는 주류 경제학을 공부했다.

    “그렇다. 내가 일한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시장경제의 산실이다. KDI에서 열심히 연구했고, 한나라당 정책조정위원장 하면서 교육정책을 다듬었다. 대학 간, 고등학교 간, 선생님 간 경쟁은 상당히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들 관점에서 보면 점수 경쟁은 폐해가 크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역할이 많은, 시장 만능주의가 아닌 실용주의다. 교육은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수단이다. 소외된 계층에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 입학사정관제도 마찬가지다. 제도가 바뀌면 변화에 따른 열매가 생긴다. 그 과실을 먼저 따는 쪽이 어려운 계층이어야 한다. 자율형사립고를 비롯해 좋은 학교 만들 때 어려운 학생을 먼저 배려해야 한다.”

    ▼ 신자유주의에 근거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노 차일드 레프트 비하인드(No child left behind)’ 정책과 이명박 정부 교육개혁이 닮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표현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부시 전 대통령의 개혁보다 우리가 앞서 있다. 오바마 정부가 들어와서 하는 모델이 우리와 비슷하다. 학업성취도를 평가할 때 향상도를 중요시한다. 학업성취도를 그냥 공개하면 서울 강남지역 학교가 제일 높지만 향상도를 보면 선생님들이 잘 가르친 학교와 노력을 하지 않은 학교를 구분할 수 있다. 잘못 가르친 학교에 책임을 묻고, 뒤처진 아이가 많은 학교를 지원하는 게 골자다. 교육개혁의 요점은 앞서 말했듯 입시 위주 교육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같은 목표를 가졌지만 수단이 거꾸로 가는 바람에 실패했다. 사교육을 줄이고 창의력을 높이는 교육을 하자는 큰 방향에서 좌파, 우파가 있을 수 없다. 진보 교육감들도 내가 말하는 취지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 거꾸로 사교육 규제가 도를 넘어섰다거나 고교선택제가 유명무실하다거나 국제중, 자율형사립고 입시에 도입한 추첨 제도를 거론하면서 허울뿐인 자율, 무늬뿐인 경쟁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신자유주의자면서 왜 그러느냐는 거다. 양쪽 비판을 다 받는다. 중심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념을 잣대로 교육을 보면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념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면 이념의 반대에 부딪힌다. 이명박 정부 교육개혁은 성향이 다른 정부가 이어받아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 시도교육청에 교부금을 비롯한 예산을 배정할 때 교육성과를 따져 차등해서 주기로 한 것으로 안다. 교육감들을 상대로 칼을 휘두르겠다는 건가.

    “우리 정책을 안 따르면 안 주겠다는 게 아니다. 사교육을 안 줄이면, 기초 학력 미달 학생을 방치하면 덜 주겠다는 거다. 그동안 이 같은 제도를 시행하지 않았던 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 장관이 때로는 칼을 휘둘러야 하는 것 아닌가.

    “칼을 휘두른다기보다는 자극을 주는 것이다. 예전엔 평가단이 나가서 온갖 디테일한 것 물어보고 점수화했다. 우리가 관철해서 시도별로 사교육 통계가 나온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 감소 비율, 고등학교 학업중단 학생 감소 비율,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절감 비율,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생 취업 비율 등을 반영하는 것이다.”

    ▼ 이명박 정부와 성향이 다른 교육감들과는 소통이 잘 이뤄지고 있나.

    “진보 교육감들이 처음 당선됐을 때보다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지금은 틀, 제도를 바꿔놓고 현장에 안착하는 단계다. 다양성이 필요한 상황에서 다양한 분이 일을 맡으신 거다.”

    “장관이 관료에 포섭당했다”

    그는 국회의원 시절 “누구나 능력이 있으면 교장 직에 오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 문제에서만큼은 과격한 개혁주의자로 통했다.

    ▼ 개혁 의지가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관료를 힘으로 누르는 개혁은 실패한다. 이해찬 전 장관 개혁이 그랬다. 청와대 수석 할 때 교육부 1급 10여 명을 왕창 날렸다. 외환위기 직후 경제부처도 못한 일을 했다. 그게 이어져서 촛불시위 이후 수석 직에서 물러났다. 차관으로 교육부에 들어와 보니 1급 한 명 바꾸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 그분 나가서 일할 자리 만들어야지, 엄청 힘들다. 그런 일은 정권 초기 아니면 못한다. 지금은 만들어진 틀과 제도를 안착시켜야 할 때다. 개혁의 시점마다 주력할 부분이 다르다.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보다는 2년 반 동안 한 일을 현장에 확산해야 한다. 그게 장관으로서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 교원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전국 평가는 올해가 처음이다. 시범평가를 거친 학교는 다 잘한다. 올해 처음 하는 곳은 잘 못할 수밖에 없다. 첫해에 제도가 안착하기는 힘들다. 시간이 필요하다. 점진적으로 나아질 것이다. 학교가 바뀌고 있다고 보시는 학부모님도 많다.”

    ▼ 안병만 전임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교사들은 정신 바짝 차려야, 인사에 교원평가 반영한다”(2009년 4월호 기사 참조)고 밝혔다. 그런데 그게 흰소리가 됐다. 평가가 올바르게 이뤄지려면 평과 결과를 인사에 반영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전임 장관 말씀은, 그게 아마 이 뜻일 거다. 교원 평가 결과가 능력 개발과 연계된다는 얘기다. 평가 결과에 따라 맞춤형 연수를 실시한다. ‘아주 미흡’으로 나온 선생님은 6개월 동안 장기 연수를 받는다. 일본의 예를 살펴보면 장기 연수 대상으로 지목된 교사 가운데 그만두는 사람이 나온다. 현재의 교원 평가가 결코 약한 게 아니다. 올해부터 평가 결과를 토대로 연수를 보내게 되어 있다.”

    ▼ 교장 공모제 확대와 관련해 관료에게 포섭 당했다, 물러섰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모제로 교장을 뽑는 학교를 50%로 늘리고, 교육감에게도 공모제로 교장을 선발할 권한을 줬다(10%). 물러선 게 아니다.”

    ▼ 당초엔 능력 있는 사람은 누구나 교장이 돼야 한다는 게 소신 아니었나.

    “국회의원 때 그런 법안을 낸 적이 있다. 교장자격증이 있는 사람들만 경쟁시켜도 충분히 효과가 있으리라고 봤다. 그런데 그 정도도 현장에서 받아들이는 걸 어려워하더라. 현장이 엄청나게 흔들려서 교사들을 엄청나게 많이 만나고 정말로 힘들었다. 관료에게 포섭당한 게 아니라 선생님들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현장에 맞는 정책을 낸 것이다.”

    ▼ 고교 내신을 2014년부터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

    “검토 중이라는 말씀밖에…. 시험점수로 학생 줄세우기를 하는 방식을 절대평가로 바꾸는 게 원칙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본다. 9등급 상대평가제는 어떻든 고쳐야 한다. 그런데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부작용이 있어서 점진적으로 가야 한다.”

    ▼ 대부분의 학생에게 A를 주는 등 내신 부풀리기 같은 부작용이 일어날 것 같다.

    “그게 문제다. A, B, C, D, F를 대학이 신뢰해주면 좋은데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 이과가 1개 학급밖에 없는 여고에선 내신 1등급을 받으려면 전교 1등을 해야 한다.

    “불합리하다. 그래서 바꿔야 한다. 1등급을 따기 위한 경쟁이 정말로 치열하다. 그런데 내신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다른 문제가 생긴다. 입학사정관도 내신 성적을 본다. 절대평가로 바꾸면 내신이 입시에서 비중이 떨어지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가 지금 방안을 찾고 있다.”

    ▼ 문제해결력, 비판력, 분석력을 갖춘 인재를 키워내려면 학교시험을 기존의 선다형에서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서술형 평가로 전환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해야 한다. 교육청에 서술형 평가 실시 근거를 마련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서술형 평가가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그런데 서술형 시험은 채점의 공정성 시비가 일 수 있다.

    “그것도 입학사정관제와 마찬가지다. 그걸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 교육이 선진화하지 못한다.”

    ▼ 미국이 SAT(수학능력시험)를 서술형 시험으로 바꾸기로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선다형으로 입시를 치르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만 남는다.

    “SAT뿐 아니라 피사(PISA·OECD가 주관하는 국제학업성취도조사)도 그렇게 바뀌고 있다. 국·영·수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스킬 같은 걸 보는 거다. 지금은 피사 평가에서 한국이 상위권이지만 앞으로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입시 위주 교육으로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 입학사정관이 성공해야 한다. 입시가 바뀌면 서술형 평가가 용이해지고, 절대평가도 도입하기 쉽다. 이쪽 방향이 좋으니 바꾸자고 해도 학교는 잘 안 바뀐다. 학교 현장이 얼마나 경직돼 있는가. 그래서 교장 공모제도 하고, 교원 평가도 하는 것이다. 학업 성취도 평가도 학교를 움직이게 하는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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