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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만에 이뤄진 나쓰메 소세키의 염원

노벨문학상 수상한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 글·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100년 만에 이뤄진 나쓰메 소세키의 염원

일본 근대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1867~1916)는 일본 최초의 국비유학생 자격으로 3년간 영국 유학을 다녀온 영문학도였다. 영국을 열렬히 짝사랑했지만 인종차별로 힘겨워하다 신경쇠약에 걸려 귀국한 그의 작품 속 일본적 특징은 많은 부분이 영국적이기도 하다.

밖보다는 안으로 파고드는 내향성, 본심(혼네)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지만 그로 말미암아 한없이 쓸쓸한 영혼, 주변의 변화, 특히 자연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감각, 완벽주의를 향한 집착과 끝내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회한….

소세키의 대표작 ‘마음’(1914)과 ‘산시로’(1908)의 이런 특징은 영국 귀족가문 대저택의 집사장(앤서니 홉킨스)과 하녀장(에마 톰슨)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 영화 ‘남아있는 나날’(1993)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지극히 영국적 에토스(집단심성)의 발현이란 평판을 받은 이 작품의 원작은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石黑一雄·63)의 동명 소설이다.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 부모를 따라 영국으로 이민 간 이시구로가 10월 5일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1982년 ‘창백한 언덕 풍경’으로 등단해 1989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남아있는 나날’로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오른 그의 작품은 모두 영어로 쓰였다는 점에서 영국 소설가에게 주어진 것으로 보는 게 맞다. 하지만 거기에 스며든 심성에는 분명 소세키와 공명하는 점이 있다는 점에서 소세키의 못다 이룬 꿈을 100년 만에 이뤄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시구로의 문학세계를 일본적 정한으로 묶어둘 순 없다.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과 ‘녹턴’은 음악적 심미안과 영어 문장의 독특한 리듬감을 함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기이식용 복제인간의 슬픈 운명을 그린 SF ‘나를 보내지 마’와 도깨비와 중세 기사가 등장하는 판타지 ‘파묻힌 거인’은 고품격 장르소설로 분류된다.

입력 2017-10-22 09:00:02

글·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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