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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죽어야 사는 스턴트우먼 조주현

“‘넌 줄 전혀 몰랐어’가 최고의 찬사, 늙어서 더 못 뛸 때까지 액션 하겠다”

  • 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죽어야 사는 스턴트우먼 조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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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인공은 결코 죽지 않는다. 20층 빌딩에서 떨어지든, 열길 물속에 빠지든.
  • 전속력으로 달리는 자동차에 맞부딪혀도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달린다.
  • 죽어도 죽지 않는 게 주인공이라면, 한국 여성 액션의 주인공은 조주현이다.
  • 스턴트우먼 경력 18년차. 수천수만 번을 뛰어내리고 얻어맞아왔지만, 그는 여전히 현장에 있다.
죽어야 사는 스턴트우먼 조주현
내내 ‘착한 언니’ 같던 눈매가 매섭게 변한다. 머리 질끈 동여매더니 ‘이얍!’ 날아오른다. 날렵한 오른발이 미트 중앙에 정확하게 꽂히자, 건장한 남자 후배가 비틀 뒤로 밀려났다. “역시!” 바라보던 양길영(44) 무술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한테는 저 사람이 김태희이고, 전지현이에요.”

기자를 바라보며 웃는 두 눈에는 ‘그럴 만하지 않으냐’는 말이 담겨 있다.

양 감독은 영화 ‘올드보이’ ‘바람의 파이터’로 유명한 우리나라 최고의 무술감독이다. 지금 막 그의 앞에서 날아차기를 선보인 조주현(43)씨는 양 감독 액션의 중추. 특히 여성 액션을 구현할 때 그의 존재감은 ‘김태희’와 ‘전지현’을 합친 것보다 크다.

“흔히 ‘다찌마와리’라고 하죠. 격투 액션을 저만큼 소화하는 배우가 없어요. 와이어 액션은 우리나라 최고 수준이고, 검술 말타기 총기 액션 못하는 게 없습니다. 최고 강점은 유연성인데, 부드러움과 파워가 만나니까 언제나 그럴듯한 그림이 나와요.”

과찬이 아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영화·드라마 속 화려한 여성 액션은 대부분 그의 몸에서 나왔다.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기억하는가. 화천회의 비밀저택에서 벌어진 현란한 전투 장면. 어둠을 가르고 날아올라 상대의 쇄골을 정확히 가격하던 명품 ‘니킥’의 주인공이 조주현이다. 현란한 칼솜씨를 보여준 ‘다모’의 하지원, 하늘을 날아다니던 ‘중천’의 김태희, 남자 범인을 한 방에 제압하던 ‘투캅스3’의 권민중도 모두 조주현이다. 조씨의 ‘시그니처 액션’은 180도 뒷차기. 한 다리를 축으로 세우고 몸을 반으로 꺾어 뒷다리로 상대의 안면을 후려치는 발차기는 대한민국에서 오직 그만이 해낼 수 있다.

“아우, 1절만 해요. 귀 간지러워서 더는 못 들어주겠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발차기에 몰두하던 조씨가 기자 쪽을 바라보며 활짝 웃는다. 다시 돌아왔다. ‘큰언니’ 눈빛.

조씨는 1994년 무술 연기에 입문한 우리나라 스턴트계의 중견 배우다. 그 사이 여자 후배 여럿이 이쪽을 기웃거렸지만, 대부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떠나갔다. 새로 일을 시작하는 20대 후배들에게 그는 똑바로 쳐다보기도 힘든 ‘대선배’이자 일에 대해 다정하게 조언해주는 ‘큰언니’다.

스턴트업계의 ‘큰언니’

죽어야 사는 스턴트우먼 조주현
최근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 인기를 끌면서 스턴트우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조씨는 이런 주위의 호기심이 “생소하고 놀랍다”고 했다.

“우리 일이라는 게 드러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액션 한참 하다가도 카메라가 가까이 오면 얼굴을 반대쪽으로 돌리는 게 몸에 뱄어요. ‘어머, 그걸 대역이 한 거예요? 저는 진짜 배우가 한 건 줄 알았어요’ 하는 말이 최고의 찬사죠.”

그런데 갑자기 “OOO씨가 한 건 줄 알았는데, 실은 조주현씨가 한 거라면서요?”하는 질문이 쏟아지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는 “일반 연기자는 일반 연기자의 역할이 있고 스턴트 배우는 또 그들만의 역할이 있다. 위험한 장면을 티 안 나게 대신 해주는 게 우리의 할 일”이라고 했다.

▼ 그래도 일껏 고생스럽게 촬영했는데 찬사가 다른 사람한테 쏟아지면 억울하지 않나요?

“그게 제 직업인 걸요. 전 일반 연기자가 인터뷰에서 ‘스스로 다 했다’고 말해도 이해해요. 내가 대신한 걸 본인이 알고, 내가 알고, 스태프가 아니까요. 일반 배우의 연기는 대중이 평가하지만, 우리 연기는 감독과 스태프 그리고 동료들이 평가합니다. 그들이 ‘잘했다’고 박수쳐주면 그걸로 충분해요.”

말하는 태도가 시원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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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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