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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여성 대통령 연기로 인기 끈 배우 고현정

“이혼하고 나니 진짜 사랑을 알겠어요”

  • 엄상현│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여성 대통령 연기로 인기 끈 배우 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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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박근혜 전 대표, 대선에 꼭 나오면 좋겠어요”
  • ● “좋은 인간이 좋은 배우”
  • ● 늘 일탈 충동 느껴… 2002년 크리스마스 추돌사고도 그 때문
  • ● 다시 사랑이 찾아온다면? “바로 확! 그럼요”
여성 대통령 연기로 인기 끈 배우 고현정
껑충했다. 공식 신장 172cm에 구두 굽까지 합해 180cm는 족히 넘어 보였다. 화장기 없는 얼굴. 맑고 하얗다. 가히 ‘민낯 종결자’다웠다. 종결자란 절대적인 우위를 점할 만큼 월등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뜻하는 네티즌 신조어. 마흔이라는 나이가 무색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건물 4층에 위치한 고현정 소속사 아이오케이(IOK)컴퍼니 사무실. 동생 병철씨가 회사 대표다. 1월12일 오후 3시 고현정은 환한 웃음으로 기자를 맞았다.

“지난번엔 정말 죄송했어요.”

당초 고현정과의 인터뷰는 1주일쯤 전인 4일로 예정돼 있었다. 정치드라마 ‘대물’로 12월31일 열린 S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터라 시기도 적절했다. 그런데 수상소감 논란이 불거졌다. 일부 네티즌들이 “시청자에게 훈계조였다” “겸손하지 못했다”“오만했다”고 비판하면서 논란이 불거진 것. 인터넷 언론들이 이를 실시간으로 보도했고, 파문이 커져갔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고현정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곧바로 사과했지만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소나기는 피하는 게 상책. 결국 인터뷰는 1주일 연기됐다.

수상소감 중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부분은 “배우들의 연기를 시청률로 평가하지 말라”는 대목. 촬영 기간 감독과 작가 등 제작진과의 불편했던 관계를 해명하려고 꺼낸 이야기가 오해를 산 것이다.

당시 동영상을 찾아 다시 봤다. 수상소감을 말하는 고현정의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고현정은 북받쳐 오르는 울음을 입술을 깨물며 애써 참는 듯했다. 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기라도 하려는 듯 비장감이 잠시 흘렀다.

‘대물’촬영 기간은 약 4개월. 그간 우여곡절이 많았다. 담당 작가가 황은경씨에서 유도윤씨로 바뀌고, 감독도 오종록 PD에서 김철규·조현탁 PD로 교체됐다. 고현정의 수상소감도 결국 이런 내부사정을 반영한 것일 터.

‘칭찬받고 싶었다’

꽤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기자와 마주앉은 고현정은 수상소감으로 논란을 빚은 데 대한 부담감이 남아 있는 듯했다.

“제가 잘못한 거 같아요…. 사실 저도 ‘대물’의 피해자라고 생각했거든요. 드라마를 촬영할 때 정말 패닉 같은 상황이 많았어요. 감독과 작가가 바뀌면서 6편 정도를 생방송처럼 찍었어요. 현장에서 대본을 받아 A4용지 2장짜리 연설문을 10분 만에 그냥 소화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고요. 다른 문제로 스태프가 와해될 분위기까지 갔었어요. 저도 사실은‘이러다 다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순간까지 갔었어요. 그러나 초기에 시청자들이 많이 사랑해줬기 때문에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스태프를 다독였지요. 사실 여배우가 할 몫은 아닌데, 제가 돼지고기를 못 먹는데도 불구하고 스태프를 삼겹살집에 데려가서 설득하기도 했죠. 막상 대상 수상자로 제가 호명되니까 상을 받아 기분은 좋았지만 이것저것 할 말도 많았고, 시간은 새벽 2시를 넘겼고….”

▼ 시청률 이야기는 왜 꺼낸 건가요.

(고현정은 시청률이 낮아도 배우의 연기가 좋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그런 열악한 제작환경에서 25%의 시청률이 계속 나왔기에 정말 칭찬받고 싶었어요. 배우는 물론 카메라·조명 감독님, 막내들까지 정말 고생 많이 했거든요.”

▼ 제작 초기 담당 감독과 작가가 바뀐 이유가 무엇인가요. 방송사와 제작사 간 마찰 때문이었나요.

“중간에 제작 환경이 와해되는 상황을 보면서 그 이유를 굳이 알고 싶지 않더라고요. 이미 우리 손을 떠난 일이고, 그럼에도 방송은 바로바로 숨 가쁘게 이어졌죠. 거의 3, 4일 만에 120~130분 분량을 찍어야 했어요. 정말 어떤 부분에서는 굉장히, 초(超) 순수한 작품이 나온 거죠(웃음). 제가 시상식 때 연꽃 이야기도 했어요. 재방송에는 편집돼서 안 나갔는데, 저는 정말 연꽃이 피는 것을 봤어요. 말도 안되는 열악한 제작환경에서 스태프가 연꽃을 피워낸 거예요.”

고현정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드라마를 제작하려는 배우와 제작진의 순수한 마음을 ‘연꽃’에 비유한 것 같다.

▼ 드라마를 끝내고 난 지금 심경은 어떤가요.

“너무 미진해서 속상하고 아쉬움도 많이 남아요. 제 가슴을 때리고 싶다니까요. 권상우도 아무 사심 없이 진짜 열심히 연기했고, 차인표 선배같이 마음이 깨끗한 배우가 함께 했다는 게 정말 다행이에요. 그런데 구슬이 서 말이면 뭐합니까. 꿰어야 했는데 줄이 확 끊어져서 쟁반에 흩어져버린 셈이지요.”

미실보다 서혜림에 애착

고현정에게는 MBC 역사드라마 ‘선덕여왕’의 미실 캐릭터가 아주 강하게 각인돼 있다. 고현정은 2009년 MBC 연기대상에서 미실로 연기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두 인물을 연기하면서 어떤 차이점을 느꼈을까.

“미실은 거의 전사에 가깝게 길러진 여자죠. 목적의식이 아주 충만하고, 자기가 하는 일에 의심이 없었죠. 귀족이고. 미실 연기를 해보니 작가가 미실을 그릴 때 굉장히 자유로웠을 것 같아요. 미실은 복장만 하고 있어도 충분히 설명되는 캐릭터였고, 서혜림은 거의 알몸으로 만나야 하는 캐릭터였어요. 그래서 애착은 서혜림에게 더 가요.”

▼ 두 인물의 공통점은 없나요.

“자기가 하는 게 옳은 줄 아는 거?(웃음). 그리고 자기가 제일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게 좀 비슷한 점인 것 같아요.”

드라마 ‘대물’은 방송 시작과 동시에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극중 국내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여야 대권후보군 중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선덕여왕’ 미실 역도 박 전 대표와 비교되곤 했다. 또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을 합쳐놓은 듯한 ‘민우당’이라는 드라마 속 집권여당의 당명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 정치 경험이 전혀 없을 텐데, 정치인 연기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 있나요.

“(웃음) 없어요. 결혼생활을 할 때였는데, 모 스포츠지에 ‘대물’만화가 연재된 것을 재밌게 봤던 게 전부예요. 그게 인연이 됐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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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현│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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