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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아이들의 인생 마라톤에서 든든한 동반자가 돼주고 싶다”

소년범들에게 감사 편지 받는 ‘촌놈 검사’ 이상대

  • 박은경│신동아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아이들의 인생 마라톤에서 든든한 동반자가 돼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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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는 자신을 ‘촌놈 검사’라고 부른다. 열 살이 된 뒤에야 전깃불을 처음 봤을 만큼
  • 첩첩산중 ‘깡촌’에서 자랐으니 ‘촌놈’ 맞다. 인정 많고 따뜻한 성정도 꼭 ‘촌놈’이다.
  • 검사로 일하는 10여 년 동안, 범죄자들로부터 수십 통의 ‘감사 편지’를 받은
  • 독특한 검사, 소년범들 사이에서 ‘맘 좋은 아저씨’로 통하는 이상대 검사를 만났다.
“아이들의 인생 마라톤에서 든든한 동반자가 돼주고 싶다”
저에게 검사라는 신분은 정말 두렵고 꺼려지는 존재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사님은 피해자나 피의자 모두를 따듯한 마음으로 생각해주시고 항상 최선을 다해주셨습니다. 검사님의 책을 읽고 이 세상을 부정적으로 살아가기보다 좀 더 넓은 마음으로 부끄러워하지 않고 정말 꿋꿋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사님의 편지로 인해 저 자신에 대해, 그리고 저와 가족들의 앞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현실일수록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무엇을 성취하게 되면 그 보람은 더 크고 또한 아름다울 거라는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검찰청에 가야 하는 상황이 정말 무섭고 겁도 났는데, 진심으로 검사님께서 저를 걱정해주시고 제 얘기를 들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너무 감사하고 편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 행복하다는 검사님 말씀이 생각나네요. 저도 언젠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살 수 있겠죠.”

이상대(45) 검사의 ‘행복 편지함’에 담긴 사연은 50통쯤 된다. 검사 생활 16년 동안 민원인과 소년범에게 받은 ‘감사의 글’만 모아놓은 곳이다. 범죄자가 변호사 아닌 검사에게 감사 편지를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편지들이 하나하나 각별히 소중한 이유다.

“검사님, 감사합니다”

그에게 편지를 보내는 이들의 절대 다수는 25세 이하 소년범. 이 검사는 검사 생활 5년차 때부터 일주일에 한 명씩 소년범을 상담해왔다. 청소년 범죄 사건을 수사하면서, 어려운 환경이 이들을 범죄의 유혹에 빠뜨린다는 사실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질풍노도의 시기잖아요. 누군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그들의 손을 잡아주면 이들의 삶도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사가 아닌 인생 선배로 아이들을 만나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죠.”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주기 위해 열린사이버대학에서 상담심리학도 배웠다. 지난 10여 년 동안 그렇게 만나온 소년범이 500명에 달한다. 그들 중 요즘 가장 스스럼없이 만나는 이들은 서울 고봉중·고등학교(서울소년원) 학생 5명. 지난해 9월 대전고검에서 법제처로 파견됐을 때 학교 측에 요청해 소개받았다.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매달 한두 번씩 만나 함께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눈다.

“소년원에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 전과가 여러 개 있는 누범(累犯)입니다. 청소년이 범죄를 저지르면 처음 한두 차례는 기소유예를 해주기 때문이지요. 제가 만나는 아이들도 아마 여러 번 범죄를 저질렀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그 내용에 대해 전혀 모릅니다. 소년원에 묻지도 않았어요. 선입관을 갖기 싫어서였지요. 아이들을 만나서도 전과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습니다. 검사가 아닌 형으로, 아저씨로 다가가고 싶기 때문이에요.”

그가 아는 건 아이들의 범죄 경력이 아닌, 진솔한 맨얼굴이다. 이 검사를 ‘동네 아저씨’처럼 따르는 열아홉 살 재영이(가명)는 아버지 얼굴을 모른다. 그가 어린 시절 이혼한 어머니는 아들을 고모 집에 맡겨놓은 뒤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밖으로 돌며 친구들과 어울리다 범죄의 길에 빠져든 재영이는 이 검사를 만난 뒤 “내가 먼저 어머니를 자주 찾아갔어야 했는데 그동안 10번도 가지 않았다. 돌아보니 죄송하다. 가족 없이 혼자 사는 건 정말 외롭고 슬픈 인생일 거다. 앞으로는 어머니께 잘해야겠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의 꿈은 고등학교에 진학해 컴퓨터 관련 공부를 하는 것이다.

“소년원에 있는 컴퓨터는 사양이 낮아서 워드 작업과 파워포인트 정도만 할 수 있대요. 재영이가 원하는 전문 기술을 배울 수가 없죠. 또 다른 아이는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하는데, 역시 지금으로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이 아이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여러 가지로 방법을 찾는 중이에요.”

이 검사는 벌써부터 아이들이 소년원을 나온 뒤를 걱정한다. 그들이 돌아가야 할 환경은 범죄로 빠져들게 했던 과거와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한 한 아이들을 25세까지 지켜봐줄 생각이다. 이 검사의 바람은 소년원에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이 마련되는 것. 아이들이 입소할 때부터 전문 자원봉사자가 옆에서 지켜보고 상담해주며, 그들이 사회에 나와 자립할 때까지 몇 년간 같은 지원을 계속하면 얼마나 좋을까 늘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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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신동아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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