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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죽은 문화재 보고 ‘야 미치게 아름답네’ 할 줄 알아야 해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교수가 밝히는 베스트셀러 비밀

  • 정현상 기자│doppelg@donga.com

“죽은 문화재 보고 ‘야 미치게 아름답네’ 할 줄 알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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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국인의 문화적 이중성 심각
  • ●‘남이 포착하지 못한 아름다움 발견할 줄 알아야’
  • ● 문화유산답사기 ‘시즌 2’ 시작
  • ● 6권, 문화유산 지키고 가꿔나가는 고수들 얘기
  • ● 인생의 목표는 ‘한국미술사강의’ 완간
“죽은 문화재 보고 ‘야 미치게 아름답네’ 할 줄 알아야 해요”
유홍준(62) 명지대 교수가 최근 답사기를 들고 10년 만에 독자 품으로 돌아왔다. 연속 드라마로 치면 ‘시즌 2(Season two)’의 시작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권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편은 5월 중순 출간된 이후 ‘서울의 지가’를 올리고 있다. 열흘 만에 서울 주요서점에선 주간베스트 종합 10위권에 진입했다. 5권까지 팔린 책만 해도 260만권. 6권 출간과 더불어 1~5권의 개정판도 출시됐다. 대체 이 시리즈가 이렇게 인기를 잃지 않으며 장수하는 비결은 뭘까.

이번 답사기에도 그의 독특한 글 향기가 가득하다. 남이 보지 못했던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능력, 인생을 균형감 있게 바라보는 관점, 곳곳에 숨어 있는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술술 읽히는 글쓰기 같은 것들이 그의 특장이다.

특히 문화유산과 얽히고설킨 사람 얘기가 흥미롭다. 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며 혹은 남이 모르는 깨달음을 얻은 채 살아가는 ‘상수(上手: 고수)’들에 대한 얘기는 구미를 돋운다. 경복궁 근정전 앞뜰의 박석(薄石)이 지닌 가치를 발견한 관리소장, 광주비엔날레 대상 수상작의 의미를 천연덕스럽게 해석해내는 촌로, 지게의 의미를 몸으로 알려준 70평생 농사꾼, 노비 출신의 비천한 신분으로 경회루를 설계 시공한 당대 최고의 건축가 박자청 같은 이들이 그런 고수들이다.

인생도처유상수

경복궁 관리소장의 에피소드는 흥미로운 반전이고, 역설이다. 2004년 9월 그가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문화재청장 임명장을 받은 뒤 경복궁 ‘초도순시’를 갔을 때의 일이다. 그가 대뜸 “소장님, 경복궁은 언제가 가장 아름답습니까”라고 묻자 당시 관리소장이던 박연근씨는 그에게 이런 말을 해준다.

“청장님, 비 오는 날 꼭 근정전으로 와 박석 마당을 보십시오. 특히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여기에 와보면 빗물이 박석 이음새를 따라 제 길을 찾아가는 그 동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물길은 마냥 구불구불해서 아무리 폭우가 쏟아져도 하수구로 급하게 몰리지 않습니다. 옛날 분들의 슬기를 우리는 못 당합니다.”(‘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가운데)

박석은 말 그대로 얇고 편평한 화강암판으로 두께는 보통 4치(12㎝)이고 넓이는 구들장이나 빨래판의 두 배 정도 되는 돌을 말한다. 이 박석은 근정전의 월대와 전정, 종묘의 진입로 및 정전과 영녕전의 월대 등 여러 곳에 쓰였다. 그런데 현장에 가서 보면 박석은 크기도 일정치 않고, 표면도 약간 울퉁불퉁하다. 이를 두고 마감을 깔끔하게 하지 않는 우리 건축의 폐단이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이가 많다. 더욱이 누가 바닥에 깔린 그런 박석을 눈여겨봤을 것인가. 그러나 유홍준 교수는 여기서 ‘자연스럽게 흐트러진 선’의 미학을 발견하고, 이것이 월대의 수직 수평선, 근정전 처마의 가녀린 곡선과 환상적으로 어울리고 있다는 것을 ‘포착’해낸다. 거기에 관리소장이 경험으로 발견해낸 미감(美感)이 화룡점정(畵龍點睛)이었다.

“그동안 박석 자체가 갖고 있는 고유한 기능과 미학을 폄하해왔는데, 이것을 복권시키고 싶었어요. 문화재청장으로 있던 당시 깨진 박석이 많았는데 이를 구할 길이 없었어요. 여러 방면으로 수소문한 결과 강화에 박석광산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걸 채취해 2010년 8월15일 경복궁 광화문 월대 복원에 사용하게 됐답니다. 박석의 부활이었지요.”

‘반 학자, 반 딴따라.’

유홍준 교수는 자신을 그렇게 불렀다. 1990년대 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전국에 답사열풍을 불러일으켰고, 미술사학자를 넘어 인기 강사, 문화재청장, 아름다운가게 이사 등으로 활동 폭을 넓히며 열정적 삶을 살아온 자신에 대해 스스로 붙인 꼬리표다. 베스트셀러의 비밀은 그의 학자적 깊이에서 오는 걸까, 아니면 그의 ‘딴따라(tantara: 트럼펫 소리란 뜻으로 연예인을 얕잡아 부르는 말)’적 재주에서 오는 걸까.

6월7일 서울 명지대 연구실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민예품과 고가의 미술서적들, 서류 등 연구 흔적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 칸막이 한쪽에 걸린 신학철의 그림 ‘지게’의 인상이 강렬하다. 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농군의 지겟단 위에 진달래와 나비가 따라붙었다. 유 교수는 ‘슬림형’ 담배를 끝도 없이 피웠다. 글을 쓰거나 진지한 대화를 할 때는 긴장해야 하기 때문에 담배를 피우게 된다고 했다. 자신이 포착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전할 때는 담배를 낀 그의 손가락이 제법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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