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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초적 욕망 꿈틀대는 악마 같은 뉴스로 인류 중독시키다

‘미디어 황제’ 루퍼드 머독 이야기

  • 김동률|서강대 MOT대학원 교수·매체경제학 yule21@empas.com

말초적 욕망 꿈틀대는 악마 같은 뉴스로 인류 중독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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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퍼드 머독은 돈과 여자, 선정주의로 고상한 언론을 무자비하게 오염시킨 인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전세계 수십억 명은 매일 머독 제국의 텔레비전과 신문을 본다. 불법도청 취재와 영국 청문회 활극으로 더 유명해진 ‘문화 제국주의’의 살아 있는 아이콘, 루퍼드 머독의 삶을 조명해본다.
말초적 욕망 꿈틀대는 악마 같은 뉴스로 인류 중독시키다
어떤 사람은 그를 ‘미디어의 악마’라고 부른다. 또 어떤 사람은 그를 ‘더러운 광부’라고 한다. 그와 마찰을 빚었던 또 다른 미디어 황제 테드 터너는 그를 향해‘비열한 인간’‘위험한 인물’이라며 엄숙한 법정에서조차 고함쳤다. 그러면서 아예 사각의 링에 올라 글러브를 끼고 결판을 내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는 루퍼드 머독이다.

만일 두 미디어 황제의 시합이 성사된다면 세기의 시합인 무하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 매치를 능가하는 흥행이 될 것이다. 미국 대통령후보로도 곧잘 거론되는 ‘신사 중의 신사’ 테드 터너가 이 렇게 나올 정도이니 머독에 대한 평판은 사실 더 볼 것도 없다. 그래도 몇 마디만 더 들어보자.

미국 ‘시카고’ 칼럼니스트인 마이크 로이코는 “욕심 많고 돈에 눈이 먼 데다 권력에 아부하는 인간”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정치가 해터슬리 경은 점잖게 “민주주의에 위험하고도 위험한 인물”이라고 했다. 물론 이들은 머독 가족이 보내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기대하지 않는다.

영국 ‘인디펜던트 선데이’는 사설에서 “아메리칸 약탈자 머독의 야망을 제지하려는 것은 마치 독수리에게 풀만 먹게 하려는 것과 같다”고 했다. 정상적인 언론인 대부분은 머독을 두려움과 혐오감에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이들은 공통적으로 머독의 엄청난 존재감만큼은 인정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그를 “지구촌의 정보통신부 장관”이라고 말한다.

여성 편력과 검소함의 기괴한 공존

1931년 3월11일 호주 멜버른 출생, 1985년 미국 시민으로 귀화, 올해 1월 기준 순익 76억달러의 뉴스코퍼레이션(News Cor-poration)의 오너 겸 CEO. 자신의 왕국 내에선 이름보다는 KRM으로 불리는 루퍼트 머독(Keith Rupert Murdoch)의 간단한 신상명세다. 뉴스코퍼레이션에는 ‘월스트리트저널’‘더 타임스’‘폭스뉴스TV’‘20세기폭스’ 등 수십여 개의 신문, 텔레비전, 케이블네트워크, 위성방송, 영화사, 출판사가 소속되어 있다. 머독은 최근 자신 소유 영국 타블로이드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가 취재원을 상대로 저지른 도청, 해킹 사건으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어권에서는 그를 ‘미디어 무굴(media mogul)’이라고 부른다. ‘무굴’이란 인도어로 ‘무굴제국 사람’이라는 의미다. 막대한 부와 영향력을 가진 거물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단어다. ‘미디어 무굴’이 우리나라에선 ‘미디어 황제’로 번역된 것이다.

실제로 머독은 웬만한 나라의 대통령이나 총리를 능가하는 국제 사회의 거물이다. 그가 거느린 미디어 제국이 전세계 인구의 25%를 시청자와 독자로 확보하고 있으니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는 미디어를 통해 세계 대중의 일상적 삶에 깊이 개입하고 있는 셈이다.

위키피디아는 그의 화려한 여성 편력을 낱낱이 까발리고 있다. 그러나 위키피디아는 객관적으로 건조하게 기술하는 편이어서 그의 진면목을 파악하기는 힘들다. 머독을 칭하는 말은 미디어 무굴 외에도 식인 상어, 워커홀릭(일 중독자), 타고난 승부사, 언론 장사꾼, 저널리즘의 역사를 되돌린 사기꾼 등이 있다. 호평보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를 곁에서 지켜본 사람 중 일부는 그에게 쏟아지는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루퍼트 머독의 중국 모험기(Rupert Mur-doch′s adventures in china)’를 쓴 중견 언론인 브루스 도버(Bruce Dover)는 머독을 세상의 어떤 억만장자와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자가용 비행기도 없고, 보좌관도 없고, 경호원도 없고, 명품 하나 가지지 않고, 그저 낡은 옷 입고, 낡은 가방 메고, 서류첩을 들고 다니는 소탈한 비즈니스맨이 바로 머독이라는 것이다. 할인율이 높은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을 주로 이용하는 머독은 공항에 마중 나온 승용차를 탈 때도 가능하면 뒷좌석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끼어 앉는 것을 선호한다. 그만큼 그는 검소함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것이다. 화려한 여성 편력과 서민적 풍모를 동시에 가진 유명 인사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머독은 또한 타고난 승부사다. 제롬 터쉴레의 저서 ‘머독’에서 머독은 다음과 같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한다.

“나는 신문쟁이 집안에서 자랐지요. 아마 나 스스로도 그 점에 흥분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삶의 방식을 가까이에서 보고 있었기 때문에 열 살이나 열두 살 무렵에는 다른 인생이라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습니다. 보도의 세계, 특히 신문의 세계에서 살고 있노라면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재미있는 사건의 한가운데에 있을 수가 있지요. 신문 이외의 인생에 저 자신을 바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나의 아버지, 위대한 저널리스트였던 아버지는 원래 신문사를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며 나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맨 처음에는 아버지가 애들레이드에서 시작한 보잘것없는 신문사가 하나 있었을 뿐입니다. 나는 여기에 족하지 않고 항상 커질 것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1931년생으로 올해 팔순을 넘긴 머독은 타고난 신문쟁이다. 1953년 신문사를 경영하던 아버지가 사망하자 그는 22살의 나이에 미디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의 아버지는 신문 제작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 경영엔 무능해 사업에 실패했기 때문에 머독이 순조로운 출발을 한 건 아니다. 오히려 자수성가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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