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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교수가 쓰는 ‘시대정신과 지식인’ ⑨

무장투쟁 전개한 행동파 독립운동가 신채호, 민족개조론 편 친일 개화론자 이광수

신채호와 이광수

  •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 kimhoki@yonsei.ac.kr

무장투쟁 전개한 행동파 독립운동가 신채호, 민족개조론 편 친일 개화론자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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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인이자 역사학자인 신채호는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무정부주의까지 수용했다. 근대적 민족주의를 체계화한 그는 문화운동을 거부하고 무장폭력투쟁을 민족해방의 주요 전략으로 제시했다.
  • 반면 일제강점기 언론인과 소설가로 문명(文名)을 떨친 이광수는 안창호의 영향을 받아 문화운동으로 민중을 계몽하려 했다.
  • 하지만 그의 문화적 독립운동은 뒷날 친일행위로 변절된다.
무장투쟁 전개한 행동파 독립운동가 신채호, 민족개조론 편 친일 개화론자 이광수
이땅의 삼월 고두미 마을에 눈이 내린다. /

오동나무함에 들려 국경선을 넘어오던

한줌의 유골 같은 푸스스한 눈발이 / 동력골을 넘어 이곳에 내려온다.

꽃메 마을 고령 신씨도 이제는 아니 오고 /

금초하던 사당지기 귀래리 나무꾼 / 고무신 자국 한 줄 눈발에 지워진다.”

시인 도종환의 작품 ‘고두미 마을에서’다. 부제는 ‘단재 신채호 선생 사당을 다녀오며’다. 고두미 마을은 충청북도 청원군에 있다. 도종환의 이 시가 부지불식간에 생각난 것은 지난해 8월 말 상하이를 방문했을 때였다. 상하이를 찾아간 것은 한 잡지에 연재한 기획 기사 때문이었는데, 한일병합 100년을 맞이해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와 윤봉길 의거가 있던 훙커우 공원을 직접 찾아간 적이 있다.

그동안 책에서만 봐오던 임시정부 청사를 직접 둘러보니 이곳을 무대로 활동한 여러 독립지사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이승만, 김구, 안창호, 김규식, 여운형 그리고 신채호가 떠올랐으며, 신채호를 생각하니 다시 도종환의 시 ‘고두미 마을에서’가 떠올랐다. 상하이의 뜨거운 여름 날씨에 멈출 줄 모르는 땀을 손으로 씻으며 푸스스한 3월의 눈발 속의 고두미 마을을 그린 이 시를 떠올리던 기억이 마음 한구석에 생생히 살아 있다.

민족주의란 무엇인가

내가 이 시를 처음 읽은 것은 1980년대 중반이었다. 군사독재에 맞선 민주화운동이 절정으로 가던 시대였다. 돌아보면 1980년대는 ‘열정의 시대’였다. 이 열정의 시대를 이끈 동력은 민족해방과 노동해방에 대한 열망이었다. 이념으로 표현하면 그것은 민족주의와 마르크스주의였다. 어느 나라이건 민족주의와 마르크스주의는 사회변혁운동의 양대 이념적 지반을 이룬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른바 민족해방(NL), 민중민주주의(PD)라는 말이 보여주듯이 두 이념은 격렬하게 분출했다.

이 기획에서 앞서 고려시대 김부식과 일연을 다룰 때 민족주의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민족주의는 모더니티의 한 요소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그 역사적 기원은 전통사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계 내에서는 민족주의의 기원에 대한 토론이 제법 활발히 진행되기도 했는데, 우리 민족이 근대 이전에 형성된 만큼 그 이념적 지반인 민족주의의 역사적 기원을 모더니티의 시간 안에 가두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사전적 의미에서 민족이란 한 지역에서 장기간에 걸쳐 언어·풍습·종교·정치·경제 등 다양한 사회 및 문화생활을 공유해온 공동체를 뜻한다. 민족주의란 바로 이 민족이 갖는 정치적·의식적 기획, 다시 말해 민족의 자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모색하고 추구하는 이념을 뜻한다.

무장투쟁 전개한 행동파 독립운동가 신채호, 민족개조론 편 친일 개화론자 이광수

충북 청원군에 있는 신채호 선생의 묘소.

우리 역사와 사회에서 이러한 민족주의가 갖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민족주의는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내면화하는 가치이자, 나이가 들어 보수와 진보로 나뉜다 해도 대다수 사람이 공유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존경받은 인물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이가 백범 김구인데, 김구의 정체성을 이루는 것도 다름 아닌 민족주의다.

이러한 우리 민족주의가 뜨겁게 분출하고 새롭게 재구성된 시기가 바로 식민지 시대다. 식민지 시대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민족의 주권이 상실된 시대다. 민족의 주권을 되찾으려는 독립운동에서 민족주의가 부상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번 호에서는 식민지 시대의 가장 강렬한 시대정신을 이룬 민족주의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자 한다.

식민지 시대를 어떻게 볼 것인가

식민지 시대에 대해서는 학교 수업을 통해 배우기도 하지만, 필자 세대는 부모님으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내 경우 평생을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던 아버지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는 식민지 시대에 대한 인식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식민지 모더니티는 제도와 일상생활로 이뤄지는바, 부모님으로부터 들은 당시 경성, 일본, 그리고 만주에 대한 이야기는 식민지 일상생활을 이해하는 데 나름대로 소중한 자료였다.

그 가운데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것은 식민지 시대 경성의 풍경이었다. 1930년대 후반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광복 직전 혜화동 주변에서 신혼살림을 차렸던 부모님의 경성 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보다도 더 실감나는 것이었다. 전차, 다방, 축음기가 만들어낸 모더니티의 풍경에 대해 부모님이 느꼈던 놀라움과 두려움이라는 양가감정(兩價感情)은 모더니티를 바라보는 필자의 무의식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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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 kimhok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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