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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하버드대 교수들이 일본 교과서로 한국 연구하면 되겠나”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펴낸 에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

  • 이소리│시인, ‘문학in' 대표 lsr21@naver.com

“하버드대 교수들이 일본 교과서로 한국 연구하면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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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일본 책으로 한국 연구? “한국인은 창피한 역사 감추기 때문”
  • ● “동양 문화 가운데 한국 문화가 으뜸…세계 문화 이끌 것”
  • ● “한국 정치 발전? 비빔밥 재료처럼 여러 후보 나와야”
  • ● 박지원과 정약용에 심취…연암 단편 10권 번역하기도
  • ● 박정희는 새마을운동으로 복지 정책 추진
  • ● 책 읽는 엄마가 자녀와 토론하는 게 가장 좋은 교육
“하버드대 교수들이 일본 교과서로 한국 연구하면 되겠나”
다문화 사회로 가는 한국에 살면서 한국말을 한국사람처럼 잘하는 ‘푸른 눈’을 가진 하버드대 박사가 있다. “한국은 더 이상 아시아의 변방이 아니라 더 큰 나라가 돼야 한다”며 “이제 민족이란 말도 버려야 한국 문화가 세계 문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경희대 후마니타스(인문학) 칼리지 교수인 에마누엘 페스트라이쉬(Emanuel Pastreich, 한국 이름은 이만열). 1964년 미국 테네시 주 내슈빌에서 태어나 1987년 예일대(중문과)를 전체 우등으로 졸업한 뒤, 1991년 도쿄대에서 비교문화학 석사를, 1998년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언어문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 겸임교수,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 겸임교수, 고려대 아시아문제연구소 객원교수, 도쿄대 교환교수 등을 지냈다.

그런 그가 동양으로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때 ‘세계정세’란 자료를 찾으면서 찾아왔다고 한다. 그는 그즈음 ‘앞으로 동양, 특히 중국, 일본, 한국이 세계를 이끌 것’이란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그가 서울대 중문과 대학원 연구생이 된 것이나, 중국이나 일본이 아닌 한국에 머물게 된 까닭도 동양 문화, 그 가운데 한국 문화가 으뜸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 21세기 한국 사회를 콕콕 꼬집은 하버드 박사의 한국 표류기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를 펴냈다. 이 책은 ‘하멜 표류기’와는 다르다. ‘하멜 표류기’가 조선을 유럽에 처음 알린, 조선 관광 안내지도서 정도라면 이 책은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를 푸른 눈을 필름 삼아 빠짐없이 찍어, 가슴으로 인화한 21세기판 ‘한국 표류기’라 할 수 있다.

기득권이 주는 편안한 삶을 포기하고 한국에 와서 한국 여자와 결혼해 1남1녀를 둔 에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를 9월24일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만나자마자 “제 아이들도 모두 국제학교가 아닌 한국 학교에 보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유학을 선호하고, ‘한 시간 더 공부하면 (미래) 남편의 연봉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한국 교육은 큰 문제”라며 가족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연암 박지원 소설 10편을 영어로 옮겼고, ‘중국의 통속소설이 한국과 일본에 미친 영향’이라는 주제로 박사 논문을 쓴 페스트라이쉬. 그와 대화할수록 제 나라를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한국인인 것 같아 낯이 뜨거워졌다.

▼ 최근 펴낸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에서 말하는 ‘속도’는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 ‘빨리빨리’로 앞만 내다보고 달려온 한국 사람들 속내를 이야기하고 있고, ‘방향’은 그 ‘빨리빨리’ 때문에 놓치고 있는 인문학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한 핵심은 무엇인가.

“21세기는 ‘빨리빨리’(속도)라는 논리의 경제가 우선이 아니라 ‘방향’을 잡아주는 인문학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책 앞부분은 한국에 와서 살면서 한국 문화를 겪었던 경험이고, 뒷부분은 한국 교육 문제와 여러 가지 제도 문제를 다뤘다. 한국 교육은 사실 부분적으로 개선하면 가장 좋은 교육이 될 수 있고, 엄청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본다. 나는 한국사람처럼 생활하면서 한국 사회를 바라본다. 나는 외국인이지만 한국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을 느끼고 어루만지며, 외국에 가서도 한국 지식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은 고령화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긴 하지만 이제 다민족 다문화를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외국인이 한국 문화를 알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한(韓)’은 크다는 뜻이다. 큰 나라에서는 문화도 커야 한다. 한국인이 조상한테 제사를 지내는 것도 아주 좋은 문화다. 이런 좋은 문화를 외국인에게 즐겁게 소개해야 외국인이 한국 문화를 제대로 알 수 있게 되고, 한국이 세계 문화를 이끌고 갈 수 있다.”

한국은 ‘비빔밥 정치’ 해야

▼ 정치 분야부터 시작해보자. 책에서는 한국이 ‘비빔밥 정치’를 해야 한다고 썼다. 왜 그래야 하는가.

“한국 정치는 비빔밥처럼 혼란스러운 것 같지만 비빔밥에 골고루 든 영양소처럼 나름대로 합리성이 있고 과학적이다. 하지만 새로운 정치토론이 필요한 것 같다. 정계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 새로운 사고로 이끌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도 한국 정치는 미국보다 낫다. 미국보다 제도 혁신이 빠르며, 유연성이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양당 외에 다른 정당이 생기지 못하는 시스템이다. 한국 정치도 미국처럼 양당제 비슷한 구도로 닮아가고 있다면 단일후보는 바람직하지 않다. 여러 분야를 다루는 인문학처럼 정치계에서도 여러 후보가 나오는 것이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 한국에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내년에 총선(4월)과 대선(12월)이 잇따라 치러진다.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나뉘어 있는 양당제인 미국에 비해 정당이 많은 한국 정치에 관심은 많다. 그렇지만 외국인으로서 이러쿵저러쿵 말하기는 좀 곤란하고 힘들다.”

▼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정당을 가진 분 혹은 정당이 없는 분 가운데 누가 후보로 나서는 것이 좋다고 보나?

“보수나 진보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미국의 경우 후보가 몸담고 있는 정당 그 자체보다 시민의식을 더 높이 평가한다. 개인적으로는 무소속 정신이 좋다고 여긴다. 물론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양당제가 좋은 나라도 있고 다당제, 혹은 무소속이 더 좋은 나라가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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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리│시인, ‘문학in' 대표 ls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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