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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창간 80주년 기념 릴레이 강연 | ‘한국 지성에게 미래를 묻다’ ⑤

大學問國(대학문국)의 꿈과 지식의 統攝(통섭)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大學問國(대학문국)의 꿈과 지식의 統攝(통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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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원도 없고 땅도 좁은 우리나라가 살길은 교육에 대한 투자뿐이다. 주어진 숙제만 잘해선 발전이 없다. 출제를 할 줄 아는 인재, 학문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아이폰을 만든 스티브 잡스나 영화 ‘아바타’를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같은. 미래학자들에 따르면 지금의 대학생들은 평생 직업을 네댓 번 바꿔야 한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건 좋은 글쓰기이고 그 바탕은 폭넓은 독서다. 최재천 교수의 강연은 9월26일 오후 7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렸다. <편집자>
大學問國(대학문국)의 꿈과 지식의 統攝(통섭)
반갑습니다. 대한민국처럼 공부 열심히 하는 나라는 없는 거 같아요. 어제 아침엔 제가 또 무슨 조찬강연을 새벽같이 했어야 했습니다. 뭐 새벽에도 공부하고 밤에도 공부하고 무슨 나라가 이렇습니까? 미국에서 예전에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 지금 대학교수 하는데 제가 조찬강연 뭐 이런 걸 하러 다닌다고 하면 “도대체 그 나라는 무슨 나라냐?” 절보고 그럽니다. 오늘 저는 조금 딱딱한 얘기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참 우리 시대에 꼭 이렇게 하면 좋겠다 싶은 아주 간절한 마음이 있습니다.

내년에 대통령을 새로 뽑아야 하는데, 다음 대통령은 정치하시는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무조건 복지 대통령이라네요. 어느 분이 가장 국민의 가슴에 와 닿는 복지 얘기를 하느냐에 따라 결정 날 거라고 하시는데, 저는 복지도 참 중요하지만 다음 대통령이 교육 대통령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좀 합니다. 최상의 복지가 결국은 교육일 거니까요. 그런 차원에서 오늘 저 나름대로 준비한 걸 드려보겠습니다.

제가 한 10여 년 전에는 EBS TV에 6개월 동안 계속 일주일에 한 번씩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살기가 좀 불편해지더라고요. 어딜 가도 자꾸 사람들이 알아봐서, 나쁜 짓을 도대체 할 수가 없어 TV 출연은 되도록 안 하려고 도망 다니면서 삽니다. 그런데 뭐 어떻게 하다보면 1년에 한 번 정도 불려나가는데요, 작년에 KBS ‘일류로 가는 길’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강의를 해달라고 그야말로 몇 번을 찾아와서 부탁하기에 평소 하고 싶었던 얘기가 있어서 응낙했습니다.

한 4시간 녹화하더라고요. 그런데 금요일 밤 12시에 방송이 되니 누가 이걸 보겠습니까? 그런데 거기다가 한술 더 떠서 그날 제 강의가 나가는 날 저쪽 방송국에서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중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제 게 뭐 장사가 될 리가 없는 거죠. 다행히 이상화 선수가 뛴 건 아니었습니다. 조금 재미없는 경기가 나왔어요. 그런데 저라도 그 시간에 TV를 본다면 올림픽 중계를 보지 제 강연을 보겠습니까? 아유, 괜한 짓을 했구나.

그런데 뜻밖에도 많은 분이 보셨더라고요. 제가 TV에서 강연을 하고 그토록 많은 분으로부터 전화나 e메일을 받아본 기억이 없습니다. 줄잡아 한 30~40명한테서 e메일이나 전화를 받았습니다. 학생들한테서 많이 받았고요. 그리고 우리나라 IT업계의 대표주자로 그 유명한 ‘황의 법칙’이라는 걸 만들어내신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님. 지금 지식경제부 연구재단을 운영하고 계신데 그분이 전화를 하셨어요. 평소 저희가 서로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얘기를 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전화를 하시더니 그동안 참 만나고 싶었는데 건수가 없어서 못 만났다. 그런데 내 강의를 들었노라. 이제는 기어코 만나야 되겠다. 한번 찾아갈 테니까 만나달라. 그래서 아유, 황송하다고. 어서 오시라고 그랬더니 한 10분 만에 들어오시더라고요. 근처에 오셔서 전화를 하신 거예요. 친구는 대개 학창시절에 사귀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 나이에 친구가 됐습니다. 아주 의기투합이 잘되더군요. 그래서 지금도 1년에 한두 번 만나 이런저런 세상 얘기를 합니다.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G20 정상회의를 유치해서 한 적이 있죠? 그때 광화문 지하광장에서 매일같이 30분 정도 특별강연을 했습니다. KBS에서 그때 했던 강연 중에 5개를 추려 방영했습니다. 그래서 작년엔 제가 TV 강연을 두 번이나 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강연에서 제가 했던 얘기를 오늘 조금 반복해보렵니다.

도저히 믿지 못할 기적

우리 인간이 수의 개념을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동물이잖아요, 다른 동물들은 숫자를 잘 모르니까. 2010년은 사실 우리 국민한테 참 의미가 큰 해였습니다. 100년 전 우리가 나라를 빼앗겼습니다. 우리 민족이 고난을 많이 겪었지만 실제로 나라를 빼앗겨본 건 처음이었잖아요. 정말 치욕적인 일을 당한 거고. 나라를 되찾아서 좀 살아볼까 했더니 6·25전쟁이 발발해서―지구상에 인류가 치른 전쟁 중에 가장 참혹하다는 전쟁을 겪고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죠.

그 후 민주주의를 확립해보겠다고 참 노력 많이 했죠. 4·19 혁명이 일어난 지 50주년이 되는 해였고요. 또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30주년이 되는 참 의미 있는 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 이 100년을 좀 정리해봐야 되는 거 아니냐. 기왕에 우리가 수의 개념을 갖고 있는데 한 세기를 한번 이렇게 되돌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평소 우리는 기적이라는 걸 믿고 싶어합니다. 더욱이 기독교인이면 기적을 믿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믿지 못하는 기적이 있습니다. 1994년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교수를 하고 있었는데, 서울대학교에서 연락이 왔어요. 들어오고 싶다면 자리를 만들어주겠다고. 그래서 한 2년 고민하다가 들어왔습니다. 제가 1970년대 말에 미국 유학을 떠났는데 그때 우리나라는 후진국이었습니다. 후진국에서 그 최고의 선진국에 가서 공부한답시고, 어떻게 보면 열등감을 갖고 공부했는데 1994년 서울대학교 교수로 돌아와 신문을 딱 펴니까 우리나라가 세계 12위 경제대국이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믿습니까? 불과 반세기 전엔 전쟁으로 완벽하게 쑥대밭이 됐던 나라입니다. 그 나라가 그저 반세기 남짓한 기간에…. 그럼 다른 나라들은 뒷짐 지고 만날 놀았나요? 매일 낮잠 잤나요?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 그래서 제 경제학과 동료들한테 자꾸 윽박지르고 질문했습니다. 이거 우리 정부가 국민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사기 치는 거 아니냐? 그랬더니 그건 아니랍니다. 경제지표 숫자를 들여다보면 우리나라가 정말 경제대국이랍니다. 열 몇 번째 꼽을 수 있는 경제대국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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