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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부록 | 한호 수교 50주년 - 호주의 재발견

권기범 호주 변호사

한인동포 첫 호주 시장 지내

  • 시드니 = 윤필립 시인, 호주전문 저널리스트

권기범 호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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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범 호주 변호사

스트라스필드 시청사 앞에 선 권기범 변호사.

‘눈덮인 들판을 갈 때에도(踏雪野中去) 함부로 걷지 말지어다(不須胡亂行) /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취가(今日我行跡) /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遂作後人程)’

백범 김구 선생이 자주 인용했다는 서산대사의 시다. 사람은 누구나 삶의 발자국을 남긴다. 더욱이 신세계로 진출한 이민자의 경우는 첫눈을 밟을 때처럼 그 자국이 선명해진다. 50년 역사의 호주 한인동포 사회에서 여러 분야에 큰 족적을 남긴 이들이 등장했지만 권기범(49) 스트라스필드 전(前) 시장 같은 이도 드물다. 변호사인 그는 2008년 이 고도(古都)에서 메이저 정당인 노동당의 공천을 받아서 시의원(직접선거)과 시장(간접선거)으로 선출된 최초의 한국인이다.

태권도와 럭비, 축구 등으로 단련된 그를 만나면 아직도 청년의 분위기가 물씬 나지만 그를 자세하게 소개하자면 책 한 권이 부족할 정도다. 필자는 지난 20여 년 동안 권 변호사의 활동을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그를 통해서 호주 동포사회 1.5세대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 동포사회에서 1.5세대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이민 1세대는 열심히 일해서 가족의 터전을 마련하는 일과 자녀교육에 전념한다. 썩어 밑거름이 되는 밀알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1.5세대는 호주 주류사회로 진입해서 족적을 남겨야 한다. 그 언저리에 권기범 변호사가 있다. 그의 행보에서 서산대사의 시가 연상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대학교만 10년 다닌 사연

1962년, 경기도 동두천에서 태어난 권기범은 서울에서 성장했다. 서울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그는 나이 열다섯에 부모를 따라서 호주로 이민했다. 그게 1977년이었으니 올해로 34년 전의 일이다. 한국에서의 삶 15년의 두 배 이상을 호주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지금도 한국인의 정서가 더 짙게 묻어난다. 기층심리(基層心理) 형성기를 한국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권기범은 호주의 명문대학 NSW대학교에 입학한 1982년부터 1992년까지 계속 대학생이었다. 그는 10년 동안 토목공학, 역사학, 법학을 전공했다. 거기에 변호사가 되기 위한 연수원까지 다녔으니 10년이 부족할 정도로 다양하게 공부했다.

NSW대 토목공학과에 입학한 권기범은 2년 동안 공부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같은 대학 문과(역사학)로 전과했다. 그는 역사공부에 푹 빠져들었다. 그래서 1년 더 연장해 우등(Honours)으로 졸업했다. 그렇다면 또다시 법대로 진학한 이유는 무얼까? 그 답은 그의 직장경력에서 찾아야 한다.

그의 첫 직업은 식당 웨이터였다. 대학 2학년 때 꼬박 1년간 웨이터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바로 그해(대학 2년)에 택시면허증을 취득한 권기범은 변호사가 되기 1년 전까지 8년 동안 파트타임 택시운전사로 일했다. 그러다 1988년 이민부 정착담당 직원으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그의 법대 진학 수수께끼가 풀린다.

신규 이민자의 정착을 돕다보니 법률상식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그 때문에 법대에 진학한 것이다. NSW대의 경우 법대 진학 경쟁률이 몹시 높다. 그는 가끔 농담 삼아 말한다. “그놈의 열 받는 성질 때문에 법대에 갔다”고. 이민자들의 질문을 대충 얼버무려도 될 터였지만, 기왕 하는 것 제대로 하자고 다짐한 것이다.

1992년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 그는 변호사와 정치인으로 정착한다. 그렇다면 권기범 변호사는 왜 어렵사리 이룩한 안정적인 법조인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정치계에 투신했을까? 역시 ‘그놈의 성질’ 때문에 소시민으로 사는 걸 스스로 거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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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 윤필립 시인, 호주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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