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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기자의 Face to Face 30

생명운동 기수 도법 스님의 쾌도난담

가장 힘든 게 여자 생각 만날 하고 싶지만 얽매이진 않아

  • 조성식 기자│mairso2@donga.com

생명운동 기수 도법 스님의 쾌도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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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글 쓴다고 무시당한 법정 스님
  • ● 이웃 고통 외면하는 나 홀로 수행은 필요 없어
  • ● 자유로울 수만 있다면 성욕 자체는 문제 안 돼
  • ● 봉은사 사태에 외압은 없었다
  • ● 선방에서 죽어라 참선해도 깨달음 오지 않더라
  • ● 삶과 죽음은 바람 부는 바다와 같은 것
생명운동 기수 도법 스님의 쾌도난담
농삿일하다 막 돌아온 것 같은 차림이다. 밀짚모자를 벗자 싱그러운 중머리가 나타난다. 환갑이 지났는데, 동안(童顔)이다. 눈이 크고 귀가 야무지게 생겼다. 눈동자가 또랑또랑하다. 입이 아니라 눈이 말하는 것처럼. 단단한 구릿빛 얼굴 근육이 미소 지을 때마다 스르르 풀어진다. 정좌한 그에게서 녹차 향기가 풍긴다.

도법 스님(62)은 평범한 중이 아니다. 절에 앉아 시줏돈 세거나 참선한다고 골방에 처박혀 있는 중이 아니다. 그는 사회운동을 하는 중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생명평화운동이다. 1999년부터 그가 이끄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는 불교계의 대표적인 사회운동조직이다. 지리산 실상사가 거점이다. 본부는 서울 목동에 있다. 농업에 기반을 둔 그의 생명평화운동은 도시와 시골을 똑같이 중요시한다. 그는 2004년부터 생명평화의 기치를 내걸고 5년 동안 탁발순례를 했다. 지지자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그는 조계종에서 ‘구원투수’로 통한다. 1998년 종단 폭력사태 때 총무원장권한대행으로 활약했다. 지난해 조계종은 봉은사 사태와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갈등으로 내분에 빠졌다. 그해 6월 그는 조계종 화쟁(和諍)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종단의 분쟁을 수습하는 데 앞장섰다. 1년 뒤인 지난 6월 결성된 ‘자성과 쇄신 결사 추진본부’ 본부장도 그의 몫이었다. 이는 화쟁위원회와 민족공동체추진본부, 종교평화위원회를 합친 기구로 조계종 개혁의 총사령탑이라 할 만하다.

골치 아픈 종단 개혁 얘기를 하려고 그를 만난 건 아니다. 중에게 감투가 뭐 대수랴. 널리 알려진 귀농운동을 새삼 소개하려는 것도 아니다. 삶의 고단함과 찰거머리와 같은 욕망, 존재의 위기, 세상의 위기에 대한 그의 고견을 듣고 싶었다. 해법을 찾기보다는 위로를 받고 싶어서였는지 모른다. 삶에서 위로만큼 따뜻한 것도 없으니. 인터뷰는 목동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10월29일 인드라망생명공동체는 서울 양천구 양천공원에서 ‘2011 가을한마당’ 축제를 벌였다. 이 행사는 ‘도시와 농촌이 만나 희망을 만들다’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추수감사제, 귀농귀촌 알림마당, 친환경농산물 알림마당, 우리문화 체험마당, 공연마당 등이 주요 프로그램이었다.

한국 불교 전통은 멍에

▼ 요즘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십니까.

“제가 하는 일이 불교적 대안과 사회적 대안을 찾는 겁니다. 불교적인 게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이고 사회적인 게 마을공동체입니다. 마을공동체 운동은 주로 실상사에서 해요. 실상사 주지는 따로 있고요. 보통 새벽 4시에 일어나 수행시간을 갖고 나머지 시간엔 사람 만나고 강의하고 회의하고 그러죠.”

▼ 목동에 자리 잡은 것도 도시공동체 운동과 관련된 건가요?

“도시와 농촌이 만나 하나가 되는 운동이죠. 이런 운동이 불교 쪽에는 인드라망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 조계종 화쟁위원장에 이어 자정과 쇄신 결사 추진본부장도 맡으셨는데요.

“제가 그동안 해온 일과 맥이 닿아 있어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그것 때문에 서울에 자주 와요.”

▼ 여러 일을 동시에 하려면 진짜 바쁘실 것 같아요.

“실무 보는 친구들이 따로 있어요. 저는 모자 노릇, 바람잡이 노릇하는 거죠. 누구를 만난다든지 강연을 한다든지…. 혼자 모든 걸 할 수는 없죠.”

▼ 스님이 하는 일은 수행을 중시하는 전통적 불교와 방향이 다르죠?

“나는 내가 하는 게 진짜 수행이고 진짜 불교라고 생각해요.”

▼ 왜 그렇죠?

“한국 불교가 자랑스러운 대안으로 얘기하는 게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의 정혜결사예요. 최근엔 성철 스님의 봉암사 결사를 예로 들지요. 그런데 둘 다 산중에서 고고하게 수행 잘하자는 얘기예요. 출가자 중심이에요. 그런데 부처님이 하신 불교는 그게 아니에요. 수행 잘하는 건 당연한 거고요. 부처님은 당신 자신과 불교 집단의 이익을 위해 불교를 하지 않았어요. 중생과 세상의 안락과 행복을 위해 불교는 존재하고 자신도 그걸 위해 일생을 바치고 있다고 말씀하셨죠. 그런 것을 제대로 계승하는 게 진짜 불교라는 생각에서 이런 운동을 해온 겁니다.”

사회운동을 열심히 하는 스님에게는 이런 시비가 따라붙는다. 넌 도대체 수행은 언제 하느냐고. 이 질문을 던지자 도법 스님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받아넘겼다.

“당연하죠. 기성 불교 쪽에서는 다들 그런 생각을 하죠. 제가 법정 스님을, 그 분이 20대일 때부터 알았어요. 모시고 살기도 하고 봉사도 했죠. 30, 40년 전 법정 스님은 절집에서 전혀 평가받지 못했습니다. 무슨 수행자가 글을 쓰냐고. 글 쓰는 사람이 무슨 수행자냐고. 그런데 이제 와선 최고의 수행자로 평가하지 않습니까. 그만큼 불교도 변하고 불교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변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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