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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성폭력 피해자 최소 30명 드러나지 않은 사건 여전히 많다”

‘도가니’ 피해자 상담·치료하는 신의진 연세대 의대 정신과 교수

  • 송화선 기자│spring@donga.com

“성폭력 피해자 최소 30명 드러나지 않은 사건 여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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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인화학교 학생 상당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확진
  • ● 꾸중 대신 강제추행, 성폭행 후 감금까지…
  • ● 오랫동안 방치돼 ‘2차 피해’에 내몰린 아이들
  • ● “일반 언어 이해도 낮아 수사 제대로 받았을지 의문”
“성폭력 피해자 최소 30명 드러나지 않은 사건 여전히 많다”

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들을 상담·치료하고 있는 신의진 연세대 의대 정신과 교수.

영화 ‘도가니’를 통해 널리 알려진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이 이제껏 한 번도 정신과 상담 및 치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일상생활에서 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초 이들을 상담·진료한 신의진 연세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우리가 가해자를 처벌하고 학교 법인을 해산하는 데 관심을 쏟는 사이, 피해자들은 남모를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다”며 “피해자 중 상당수가 지금도 사건 당시의 기억 때문에 잠을 설치고, ‘이런 얘기 하면 선생님(가해자)이 잡으러 올지 모른다’고 할 정도로 공포를 느낀다. 그들의 머릿속에서 이 사건은 여전히 현재진행 중”이라고 했다.

또 신 교수는 “정신과 진료를 위한 정밀 검사 과정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학교 내 성폭력 사건이 새롭게 드러났다”며 “전문가 없이 진행된 기존 조사 때 피해자들이 미처 떠올리지 못하거나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내용이 이제야 밝혀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새로 드러난 사건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더 참혹하다. 피해자는 당초 10여 명을 넘어 최소 30명 수준이고,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가해자에 대한 증언도 나오고 있다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새로 밝혀진 사건 내용에 대해 의료진뿐 아니라 검사에 동행한 인화학교대책위 관계자들까지 크게 놀랐다”며 “진작 전문적인 진료를 받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모두 안타까워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번 상담은 영화 ‘도가니’ 개봉 후 광주시가 피해자의 심리진단비, 입원치료비 및 수화통역비 일체를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뤄졌다. 광주지방경찰청도 피해자와 보호자, 대책위 관계자 등이 경찰차를 이용해 서울을오가도록 배려했다. 신 교수가 이들의 진단과 치료를 맡게 된 건 오랫동안 어린이 성폭력 피해자 치료에 관심을 쏟아왔기 때문. 그는 2008년 일어난 초등학생 등굣길 성폭행 사건, 일명 ‘조두순 사건’ 때 피해자 ‘나영이’(가명)의 정신과 주치의를 맡기도 했다. 11월6일부터 닷새간 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정밀 검사와 상담을 진행한 그는 현재 단계적인 치료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11월 말 대책위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확한 진단명과 피해 내용 등을 밝힐 예정이다. 신 교수가 이에 앞서 기자를 만난 건 “그전에라도 이들이 현재 심각한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고, 그것을 치유하려면 사회적인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걸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신 교수는 “나영이를 비롯해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를 만나고 치료해왔지만 이번처럼 막막하고 가슴 아픈 적은 처음”이라며 입을 열었다.

현재 진행 중

▼ 인화학교 사건이 재조명된 뒤 나영이 아버지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아동 성폭력 범죄 공소시효 폐지 청원’을 올려 화제가 됐습니다. 요즘 나영이는 어떻게 지냅니까.

“무척 잘 지냅니다. 원래 아주 밝고 똑똑한 아이였는데, 그 모습을 거의 되찾았어요. ‘나처럼 아픈 아이를 치료하는 의사가 되겠다’며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지요. 얼마 전에는 대중목욕탕에도 다녀왔다고 하더군요. 신체적·정신적인 상처를 많이 극복한 것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인화학교 사건 피해자들을 상담하며 가슴이 무너질 때마다 나영이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의료진과 사회가 최선을 다해 돌보면 이들도 언젠가는 나영이처럼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 인화학교 피해자들의 상태가 그 정도로 심각한가요.

“고통이 오래 누적됐기 때문에 굉장히 안 좋습니다. 이번에 15세부터 35세까지 피해자 8명을 만났는데, 그중 35세 피해자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성폭행을 당한 사람입니다. 인화학교 재판 때는 2000년부터 2005년 사이의 피해만 조사했기 때문에 당시 드러나지 않았던 사람이지요. 그 사이 결혼해서 아이를 뒀지만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부부관계를 할 때마다 고통스럽다고 해서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신 교수는 이들을 통해 들은 인화학교의 실태에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는 “정치권 인사 중 한 명이 ‘공지영씨가 사건을 사실보다 과하게 묘사했다’고 말했다는데, 그가 과연 사실에 대해 아는지 묻고 싶다. 공지영씨에게 문제가 있다면 오히려 사건을 너무 축소했다는 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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