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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여기 사는 즐거움’ ⑩

미생물로 흙 살리고 토종 씨앗 살리는 괴산 농부 이태근

  • 김서령| 칼럼니스트 psyche325@hanmail.net

미생물로 흙 살리고 토종 씨앗 살리는 괴산 농부 이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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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흙 한 줌 속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 농약과 제초제와 비료로 범벅이 된 땅이 아니라 미생물이 살아 숨 쉬는 땅이 생명을 살리는 땅이다.
  • 그런 땅에서 농작물을 키우고, 토종 씨앗 연구에 한평생을 바치고 있는 흙살림 이태근 대표의 삶.
미생물로 흙 살리고 토종 씨앗 살리는 괴산 농부 이태근
추수 끝난 벌판을 달려 충북 괴산군 불정면 ‘흙살림 토종연구소’에 도착했다. 종자들이 이삭째 벽에 줄줄이 걸려 있다. 벼와 수수와 조와 기장이다. 특히 벼는 10여 종류에 가깝다. 이삭이 길고, 짧고, 때로 알록달록하기도 하다. 탈곡되기 전의 이삭을 보는 것이 얼마만인가. 도시인은 흙에서 나는 것을 먹지 않으면 단 하루를 견디지 못하면서 생생한 곡식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군데군데 ‘흙살림 20년, 유기농 20년’포스터가 붙었고 ‘토종, 5000년 희망을 싹틔우다’라는 현수막도 걸렸다.

흙살림의 이태근 대표는 묵묵히 이삭들을 보여주고 높이와 이파리 모양이 들쭉날쭉한 10여 가지 토종배추가 자라는 밭을 구경시켜준다. 음식물 쓰레기와 미생물이 섞여 발효되는 퇴비장을 보여주고 1000여 종 넘는 토종 씨앗이 보관된 방문을 열어준다. 논바닥을 기어가는 우렁이와 흙더미 속에서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이런저런 설명이 있을 법도 한데 그는 그저 벙싯거리며 웃기만 한다. 하긴 말이란 건 부질없다. 처음 보는 곡식 이삭과 유리병에 든 알곡과 우렁이, 지렁이 같은 생명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나는 그가 평생 몸바쳐온 일의 진상을 짐작할 만했다. 어떤 사람의 희로애락을 자락자락 들춰보자는 것이 내 일이건만 이태근 대표 앞에서는 어쩐지 췌언이 부끄럽다. 말보다는 수줍은 듯 자랑스러운 듯 꺼내 보여주는 곡식 알갱이 속에 그가 모시고 사는 하느님이 그대로 보인다. 그 하느님은 두말할 것 없이 흙이다. 그리고 흙의 다른 이름은 생명일 것이다.

흙살림은 미생물 살림

묻고 싶은 것이 엄청 많다. 그냥 둬서는 도무지 알아서 입을 열 것 같지가 않으니 일단 초보적인 질문부터!

▼ 유기농이 뭐지요? 그냥 농사는 유기농이 아닌가요?

“원래 5000년래 우리 민족의 농사는 다 유기농이었지요. 따로 이름을 붙일 필요도 없이! 1970년대 정부가 식량증산을 위해 농약과 비료와 제초제를 값싸게 보급하기 시작했어요.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늘어났고 김매고 거름 만드는 노동도 줄어들긴 했지요. 이제는 일반적인 농사가 다 농약과 비료를 쓰게 됐으니 그걸 ‘관행농’이라고 부르고 화학비료, 농약, 제초제 안 쓰는 농사를 따로 ‘유기농’이라고 부르지요.”

▼ 유기농에도 여러 단계가 있다지요?

“더 철저하게 하자면 3무농법(화학비료, 제초제, 농약 안 쓰는 농법) 말고도 밭에 비닐도 깔지 않고 짐승 똥으로 만든 퇴비에 항생제나 방부제가 들어있을 경우 그것을 사용하지도 않는 단계가 있고, 그냥 유기농이 있고, 농약은 쓰지 않지만 비료는 기준치의 3분의 1만 쓰는 무농약농법이 있어요. 그걸 통틀어 친환경 재배라고 하지요. 농약을 조금 쓰는 저농약도 있지만 그건 곧 친환경 농산물에서 제외될 거예요.”

▼ 흙을 살린다는 것이 무슨 소리지요? 지금은 흙이 죽었단 말입니까?

“흙도 사람처럼 숨을 쉬거든요. 흙이 숨 쉰다는 것은 흙 자체가 아니라 흙 속에 사는 토양미생물이 숨 쉰다는 겁니다. 흙 한 숟갈 속에는 지구 위에 사는 사람보다 더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어요. 그런데 땅이 오염되면 그 생명이 죽어버려요. 농약과 제초제와 비료를 퍼붓는 땅에서는 다양한 미생물이 살 수가 없다고요. 흙을 살린다는 것은 토양미생물을 살린다는 말입니다.”

▼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면 죽었던 미생물이 살아나나요?

“살아나긴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지요. 천천히 자연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면 좋겠지만 당장 생산물을 만들어야 하는 농민으로선 언제까지나 기다리기 어렵지요. 그래서 미생물을 배양해서 땅에 넣어줍니다. 그러면 빠른 속도로 땅이 살아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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