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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대기업 탐욕 멈춰야 양극화 해소된다”

재벌 때리기 나선 김종인 새누리당 비대위원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대기업 탐욕 멈춰야 양극화 해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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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명을 바꾸는 절차가 비민주적이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대기업 탐욕 멈춰야 양극화 해소된다”

김종인 위원 집무실 책상에 그의 할아버지이자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김병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사진이 놓여있다.

“공모를 통해 들어온 1만여 개의 이름 가운데 전문가들이 1차로 추리고, 이를 다시 비대위에서 논의했어요. 저는 ‘새누리’라는 이름이 정당의 이름으로는 적합지 않다며 반대했지요. 온누리교회도 연상되고, 희화화되기 십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젊은층에게 호감을 줄 수 있다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비대위에서 정하긴 했지만 전국대의원대회에서 확정지을 계획이었습니다.”

▼ 박근혜 위원장과 가끔 충돌하는 듯한 인상이 언론에 보도됩니다.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은 어떤 것들인가요?

“의견이 다르면 다르다고 말해야지. 그걸 충돌로 생각하면 안 돼요. 그런 과정을 거쳐서 의견의 일치를 보는 게 중요합니다. 이견이 없다는 것은 토론하지 말고 박근혜 위원장의 의견을 추종하라는 건데, 그게 더 비민주적인 거 아닌가요?”

▼ 지난해 ‘신동아’인터뷰에서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는데, 현재의 생각은 어떠한지요?



“그런 두려움 때문에 쇄신을 하자고 강조하는 거예요. 선거라는 게 모르는 거거든. 여당이 실정(失政)으로 인해 국민에게 배척받으면 자동적으로 야당 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거지. 현실적으로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년간 해온 것을 국민이 좋게 수용하지 않아요. 그러니 이번 총선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이랄 수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얘기하면 패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겁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비대위에서 쇄신하자는 겁니다. 새누리당이 창조적 파괴를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인물이나 정책, 브랜드까지.”

▼ 창조적 파괴….

“경제학자 슘페터가 창안한 개념입니다. 기술의 혁신을 통해 낡은 것을 도태시키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과정이 기업 경제의 원동력이듯이 정치에서도 그런 변화가 필요합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야당 후보를 이기고 야권 단일 후보가 되어 시장에 당선된 것이 바로 그런 예입니다. 기존 정당의 메커니즘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진정으로 변화를 꾀하려면 창조적 파괴를 해야 합니다.”

경제 민주화와 강한 정부

▼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기존 정당의 메커니즘이 통하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 사회는 1987년 개정된 헌법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후 정치적 민주화가 25년간 이어졌어요. 그 이전 25년간 압축성장이 이뤄졌고요. 문제는 정치적으론 민주화를 이뤘지만 압축 성장 과정에서 쌓인 여러 가지 모순은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요. 빈부 격차 등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심각합니다. 이것을 해결하는 게 정치와 정당의 의무인데 정치인들은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기득권이나 챙기고 있으니 국민이 무시하는 것도 당연하지요.”

▼ 헌법에 명시된 경제 민주화를 뒷받침하는 구체적 제도는 아직 갖춰지지 않았지요?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률이 약간 있긴 하지만 그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요. 이익단체에선 헌법 119조를 없애자고 하고, 심지어 새누리당에서도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경제 민주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해선 좀 더 구체적인 세부안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 김 위원께서 그리고 있는 그림은 어떤 것인지요?

“아직은 발표할 수 없어요. 경제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원칙만 다시 말씀드릴게요. 예컨대 복지와 성장이 함께 가도록 세제 개편, 예산구조 개편 같은 게 뒤따라야 합니다. 대선주자들이 가장 역점을 두고 만들어야 할 프로그램이 바로 그런 것들입니다. 예산은 곧 정책을 수치화한 것이니까요.”

▼ 경제 민주화 논의가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요?

“정치권에서 재벌 개혁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자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반응을 보였어요. 정치권의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면 그런 소득을 얻을 수 있었을까요?”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가

▼ 강한 정부란 어떤 것을 말합니까?

“꼭 규모가 큰 정부를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규모는 작아도 사회조화를 이루기 위해 모든 부문을 장악할 수 있는 힘이 정부에 있어야 한다는 거죠. 독일이 좋은 사례가 될 듯합니다. 미국의 후쿠야마 교수도 독일은 사회적 연대가 잘 형성돼 있는 ‘사회보장 국가(social state)’이면서 경제적 경쟁력이 높은 국가라고 표현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발시대에는 정치권력이 월등히 우위에 있었지만 1990년대부터는 경제세력의 힘이 정부를 압도하는 상황으로 변했습니다. 정부가 사회를 조화롭게 만들 수 있는 힘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오죽했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가버렸다’고 했겠어요. 이건 심각한 얘기입니다. 국가권력이 사회 조화를 위해 정책을 펴려고 해도 시장 권력에 눌려 아무것도 못한다는 겁니다.”

▼ 민간기업의 힘이 얼마나 커졌다는 건가요?

“기업들은 로비를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제도를 만들어갑니다. 제가 제11대 국회에서부터 활동했는데, 17대 국회에 들어가 보니 과거보다 그런 상황이 더 심해져 있었습니다. 1990년엔 부동산 투기가 큰 사회적 문제였습니다. 무엇보다 재벌들이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거나 환차익으로 번 돈 100억 달러 정도를 부동산 매입에 썼습니다. 그 때문에 부동산 값이 크게 뛰었지요. 그래서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재벌의 부동산 자진매각을 유도하기 위해 5대 재벌 총수를 청와대로 불러 뜻을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돌아가서는 연락이 없는 겁니다. 결국 제가 10대 재벌 기조실장들을 불러서 부동산 매각이 이뤄지도록 했지요. 그때 벌써 재벌은 대통령 얘기도 귀담아듣지 않았던 겁니다. 재벌들이 동반성장위원회 회의를 거부하고 위원장의 총수 면담 요청을 거부하는 것도 바로 힘의 관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사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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