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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맥킨지 기업가치평가 전문가 3인

“한국, M&A 몸 사리기 그만해라”

삼성과 GE, 매각 투자비용 16배 차이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한국, M&A 몸 사리기 그만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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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M&A 몸 사리기 그만해라”

리처드 돕스 맥킨지 서울사무소 파트너, 팀 콜러 뉴욕사무소 파트너, 빌 휴이트 보스턴사무소 파트너. (왼쪽부터)

영원히 잘나가는 기업은 없다. 10년 전 30대 기업 목록을 살펴보면 현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기업이 다수다. 뒤처지면 바로 낙오한다. 현재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더라도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끊임없이 앞으로 나가면서 미래 먹을거리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 오너와 투자자 모두에게 ‘불확실성’은 최대의 공포다.

좋은 기업이란 어떤 기업일까?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 맥킨지가 1990년 발행한 책 ‘밸류에이션(Valuation)’은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이 책은 맥킨지 컨설턴트들을 위한 내부 가이드로 출발해 20여 년 동안 기업 가치 평가 분야의 바이블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에서도 5판까지 발간되며 학계와 전문가들에게 신뢰를 받았다. 하지만 “너무 두껍고 전문 지식이 많아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는데, 맥킨지는 지난해 11월 밸류에이션의 보급판이라 할 수 있는 ‘밸류(Value), 기업가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내놓았다. 2월 1일 ‘밸류’의 공동 저자이자 세계적인 컨설턴트 3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팀 콜러 맥킨지 뉴욕사무소 파트너, 리처드 돕스 서울사무소 파트너, 그리고 빌 휴이트 보스턴사무소 파트너다.

“한국 M·A 큰손? 여전히 걸음마 단계”

국내 대표적인 대기업과 미팅을 위해 방한한 세 사람은 “‘좋은 기업’이란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라고 정의했다.

“가치 창출이란 투자한 자본비용보다 높고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수익을 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 한 해 한국의 24개 기업이 당기순이익 1조 원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기업이 많은 가치를 창출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0년 한 해 당기순이익 16조 원에 약 10조 원의 가치를 창출했지만, SK이노베이션은 1조1000억 원의 당기순이익에 1000억 원의 가치를 창출했습니다. 이러한 잣대로 바라보면 사실 많은 흑자 기업은 실제로 가치를 파괴하고 있죠.”(리처드 돕스)

기업 가치 창출을 위해 지켜야 할 원칙은 총 4가지로 △가치의 핵심 △가치 보존 △기대 쳇바퀴 △최상의 소유자 등이 그것이다. 먼저 ‘가치의 핵심’이란 투입된 자본비용보다 더 높은 수익을 만들어낼 때 기업 가치가 창출된다는 것이다. ‘가치 보존’은 현금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만 가치가 창출될 수 있는데, 현금 흐름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 회계, 인수합병(M·A), 기업 포트폴리오 결정, 배당정책 등을 이용해야 한다. 셋째 ‘기대 쳇바퀴’란 좋은 기업에 투자한다고 무조건 좋은 투자가 아니라는 의미다. 현재 좋은 기업의 주가에는 미래 성과가 이미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최상의 소유자’ 원칙은 누가 기업을 소유하고 운영하느냐에 따라 큰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기업 가치에 대해 첫 책을 낸 것은 1990년. 22년이 지났지만 이들 3명은 “기본적인 원칙은 변화가 없고, 원칙을 깨뜨렸을 때 닷컴버블이나 글로벌 경제위기 등이 발생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2000년대 이후 한국 기업들도 M·A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쏟고 있다. 두산그룹이 대표적이다. 두산은 한국중공업, 고려산업개발, 대우종합기계, 진로 등을 인수하고 OB맥주 등 비핵심사업을 매각했다. 박용만 부회장의 지휘를 통한 적극적 M·A로 국내외 영향력을 넓히는 데 앞장섰다.

최근 한국 기업이 세계 M·A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관점이 많다.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2010년 한국 기업이 해외 기업 M·A에 사용한 비용은 99억1500만 달러로 전년의 69억 달러에 비해 30억 달러 이상 늘어났다. 자본시장연구원 측은 “최근 국내 기업이 풍부한 현금보유고를 바탕으로 외국 기업 인수에 나서는 경우가 늘어났고, 당분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맥킨지 전문가들은 “아직 한국 M·A 시장은 걸음마 상태”라고 진단했다.

“삼성그룹의 경우 2000년 이후 50여 개 부문을 매각했습니다. 이는 약 6조 원 규모죠. 같은 기간 GE는 370여 개 약 100조 원에 해당하는 매각 활동을 벌였습니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산업 성장이 둔화되고 마진이 악화되면 사업을 매각하지만, 성장단계에 있는 사업이라도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거나 사업 포트폴리오에 맞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매각해야 합니다.” (팀 콜러)

▼ 한국 기업들이 M·A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 기업의 한계는 성장과 수익률의 균형을 취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성장에만 치우치는 한국 기업들은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착하고 큰 로드맵이 없습니다. 성장과 자본수익률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많은 아시아 기업이 고민하는 부분인데 기업들이 이에 대해 충분히 토의해야 합니다. 성장과 ROIC(투하자본순수익률)를 좌우하는 인력, 부서가 다르기 때문에 여러 부서 간에 성과 지표를 적절히 설정해야 합니다.”(빌 휴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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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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