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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우 해역 다이빙 할 때보다 차갑고 어두운 통영 바다 탐사할 때 더 가슴이 뛴다”

제주도 해양보호구역 생태지도 만드는 명정구 한국해양연구원 박사

  • 송화선 기자│spring@donga.com

“팔라우 해역 다이빙 할 때보다 차갑고 어두운 통영 바다 탐사할 때 더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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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양학자 명정구 박사의 연구실은 물속에 있다. 수십 미터 깊이 해저에 개척한 생태 탐사로에서 어종을 분석하고, 생태지도를 만든다. 바다 밑 세계를 알고 싶어 공기통 메고 심해에 뛰어든 지 35년째. 어느새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지만, 여전히 현역인 그를 서귀포에서 만났다.
“팔라우 해역 다이빙 할 때보다 차갑고 어두운 통영 바다 탐사할 때 더 가슴이 뛴다”
2월21일 제주도 서귀포항에는 비가 내렸다. 바다 수온은 연중 최저치인 14도. 음력 그믐, 사리 때라 조류도 빨랐다. 짙게 드리운 안개를 뚫고 문섬으로 향하는 고깃배는 바람과 파도에 밀려 여러 번 요동쳤다. 그 위에서 명정구(57) 박사(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는 묵묵히 스쿠버다이빙 장비를 챙겼다. 어류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에게 바다는 연구실이자 실험실이다. 그는 “바다를 연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바다 안에 뛰어드는 것”이라고 믿는다. 10여 년간 바다목장 사업에 참여하며 인간의 노력으로 해양 생태를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 ‘실험’했고, 최근엔 독도 주변 10개 수역을 수심 약 50m까지 탐사하며 생물종에 대해 ‘연구’했다.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생태지도를 만드는 데 한몫했다.

한국해양연구원이 지난해 공개한 독도·울릉도 해양생태지도는 바닷속에 분포하는 생물 각각의 크기와 개체 수를 지형 및 수심에 따라 기록한 자료. 연구 대상 해역의 지형도를 그리고, 그중 특징적인 장소를 골라 탐사에 적합한 다이빙 루트를 개척한 뒤, 반복 조사를 통해 각각의 지점에서 발견된 생물종 정보를 모으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이 자료를 활용하면 누구나 바닷속에 만들어진 가상의 루트를 따라 움직이며 해양 생태 변화를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지도’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최근 남획으로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든 혹돔의 경우를 보자. 생태지도에는 독도 주변 혹돔 서식지(혹돔굴) 4곳과, 각각의 장소에 머무는 혹돔의 크기 및 마리 수, 잠자는 위치까지 표시돼 있다. 누구든 이 자료를 토대로 혹돔 서식지를 탐사해 개체 수 증감과 크기 변화 등의 후속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기존의 생태 연구에 비해 훨씬 정밀하고 체계적이다.

해양생태지도

2008년 독도 주변 해역을 탐사하며 이 같은 연구 방법을 제안한 명 박사는 이어 울릉도 해역까지 탐사한 뒤 지난해부터 제주도 연안 생태 탐사에도 뛰어들었다. 해양환경관리공단의 용역을 받아 ‘해양보호구역 생태계 현황과 생물의 서식 실태를 지속적으로 조사·관찰하기 위한 지침서’를 개발 중이다. 서귀포 인근 문섬, 범섬, 섶섬은 국토해양부가 지정한 해양보호구역. 이번 용역 대상에는 근방의 지귀도 서쪽 연안까지 포함됐다. 이 지역 해양생태를 정밀히 조사한 뒤 독도·울릉도 해양생태지도 같은 형태의 자료로 만들어 향후 지속적인 조사·관찰의 기초로 삼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게 해양환경관리공단의 주문이다. 명 박사는 이에 따라 지난해 사전 조사를 통해 네 개 섬 주변의 해양 지형을 파악했고, 탐사 루트를 정해 공동연구자들과 공유한 뒤 7월과 10월, 두 차례 수중 탐사를 마쳤다. 이날 다시 배에 오른 건 이 해역 생태가 겨울철에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추적하기 위해서다. 연구를 위해 일부러 한 해 중 물속이 가장 추운 날을 골라 제주에 왔다. 기자를 만난 건 전날 이미 범섬과 섶섬 주변 해양 생태를 탐사하고, 당일 오전 일찍 지귀도에 대한 조사까지 마친 뒤였다. 잠시 뭍에서 숨을 돌린 뒤 다시 문섬행 고깃배에 오르는 그와 동행했다.

“전문 탐사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죠? 해양 생태 조사를 할 때는 보통 이렇게 어민들 배를 빌려 타요. 지금은 문섬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새끼섬으로 갈 겁니다. 그곳에서 다이빙을 시작해 물밑 20m 지점까지 들어간 뒤 거슬러 올라오며 1m 단위로 해양생물을 관찰하는 거죠.”

동승한 연구진과 탐사 루트를 다시 한 번 조율하는 명 박사의 다이빙 슈트 위에는 수중 전용 메모판과 두 대의 방수 카메라, 뜰채 등이 붙어 있었다. 수심별로 나타나는 어종 변화를 스틸 및 영상으로 촬영하고, 탐사 도중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미기록 어종을 발견하면 채집해오기 위한 장비다. 무게가 15㎏에 달하는 수중 호흡용 공기통과 잠수마스크, 스노클, 납으로 만든 웨이트 벨트 등 스쿠버다이빙 기본 장비까지 더하면 짊어져야 할 무게가 족히 30㎏은 돼 보였다. 그럼에도 그는 거뜬했다. 기상 악화로 탐사선이 지정된 다이빙 포인트에 정박할 수 없게 되자 근처 해상에 배를 멈추게 한 뒤 모든 장비를 메고 시커먼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그곳에서부터 헤엄쳐 약속된 출발지까지 이동한 뒤 탐사 루트를 따라 조사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어 다른 연구원들과 명 박사의 아들 세훈 군이 뒤를 따랐다. 해병대 출신으로 국립 부경대에서 자원생물학을 공부하는 세훈 군은 스쿠버다이빙 마스터 자격증 소지자다. 틈날 때면 아버지와 함께 바다를 찾아 수중탐사의 조수 구실을 한다.

기자는 그들의 연구 활동을 보기 위해 문섬 수중 절벽에 설치돼 있는 밧줄을 잡고 한 걸음씩 해저세계에 발을 들였다. 스쿠버다이빙 전문가인 김병일 태평양다이빙스쿨 대표가 동행했다. 매서운 바다 위 날씨에 비해 물속은 평온했다. 몸을 깊이 담그자 오히려 추위가 가시는 느낌이었다. 수압이 귀에 해를 입히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이퀄라이징’(코를 잡고 귀로 공기를 보내는 동작)을 끝내고 ‘아쿠아렁’(수중 호흡 장비)을 통한 숨쉬기에 익숙해지자 조금씩 온몸의 감각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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