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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이종상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

“공사비로 후쿠시마 골프장 회원권 받고 살아 남겠나”

종합건설업체 불공정행위에 직격탄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공사비로 후쿠시마 골프장 회원권 받고 살아 남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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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종합건설업체, ‘와리’ 떼먹고, 고의 유찰 후 수의계약 종용
  • ● “자본주의 메커니즘 부정하는 사기, 협박 횡행”
  • ● 전문업체 줄도산으로 2400억 대위변제…조합 설립 후 첫 적자
  • ● 종합-전문건설사는 수레의 두 바퀴…글로벌 스탠더드 갖춰야
“공사비로 후쿠시마 골프장 회원권 받고 살아 남겠나”
모르긴 해도, 그가 ‘손 그림자’ 연극을 했다면 꽤 유명한 사람이 됐을 거라고 기자는 생각했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는 쉼 없이 손을 쥐락펴락했다. 손날을 절도 있게 아래로 내리기도 했고, 이마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기도 했다. 경험칙상 이런 손놀림은 인터뷰이가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거나 감정이 격해질 때 나온다.

이종상(63)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은 2시간여 인터뷰를 숨 가쁘게 달렸다. ‘노예계약’ ‘주종관계’ ‘정부 책임’ 등 그의 거침없는 표현에서 전문건설업체가 처한 절박함이 묻어났다.

본격 인터뷰에 앞서 전문건설업체와 전문건설공제조합(이하 공제조합)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전문건설업체는 공사현장에서 직접 시공하는 업체다. 종합건설업체가 계획을 세우고 관리, 조정업무를 한다면, 실내 건축과 토공 등 29개 업종의 전문건설업체들은 현장 인력과 공사 자재를 대면서 공사를 한다. 통계청의 ‘산업별 취업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월 현재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2424만 명 중 건설업 취업자 수는 175만 명(7.2%)이다. 현재 1만1489개 종합건설업체에서 60만여 명이, 3만8058개 전문건설업체에서 115만 명이 종사하고 있다.

공제조합은 1988년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해 설립된 건설전문 금융기관. 전문건설업에 필요한 각종 보증과 융자, 공제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건설기술인력 양성교육을 한다. 건설업 등록을 위해선 법정자본금 일부를 금융기관에 예치하고 보증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조합은 국토해양부가 지정한 금융기관으로 이 역할을 한다. 전문건설업체들의 공사비 지급 보증을 서는 은행이라고 보면 된다. 지난해 말 기준 조합원(전문건설업체) 수 4만5600여 개로 건설관련 공제조합 중 가장 많으며, 자산규모는 4조2800억 원이다. 직접 시공하는 만큼 전문건설업체는 경기변동에 민감하다. 따라서 전문건설업체의 보증을 서는 공제조합은 한국 건설업계 현황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

한국 건설업계 바로미터

“조합원이 부도, 파산 등으로 쓰러지면 보증 책임을 진 공제조합이 공사 계약보증금을 변제해줘야 하잖아요? 얼마나 많은 업체가 문을 닫았으면 공제조합 역사상 지난해 처음 적자가 났어요. 81억 원. 구조적 한계상황에 다다른 거죠.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전문건설업체는 다 죽게 됩니다.”

그의 말처럼, 조합은 지난해 2400억 원을 대위변제하면서 첫 적자가 났다. 2010년 대위변제 금액은 1600억 원이었다. 공사 중 문을 닫는 전문건설사가 늘면서 대신 변제해야 할 금액도 갈수록 많아졌다.

“전문건설업체의 공사수주 현황을 보면 평균 72.6%가 하도급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전문업체는 종합건설업체의 저가수주 부담과 각종 불법, 불공정 행위에 놀아나는 겁니다. 시공능력 100대 종합건설업체 중 23개사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에 직면하면서 이들과 협력관계를 맺은 전문업체 4062개 사가 동반 부실화됐어요.”

▼ 왜 그런가요?

“구조적 문제도 있고요, 원도급(종합건설) 업체와 하도급(전문건설) 업체 간 불공정 거래 탓이 커요. 종합업체는 실제 시공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 인력 등을 상시 보유하지 않아요. 공사를 도급받아 전문업체에 하도급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단순한 공사라고 해도 종합은 원도급, 전문은 하도급이라는 다단계 생산구조 때문에 불필요한 거래비용이 생겨요. 2개 이상 전문건설업을 등록해도 하도급만 받아 시공하도록 제한하는 것도 영업활동을 제약하고 있어요.”

▼ 불공정거래는요?

“생각해보세요. 원도급자는 발주자로부터 공사를 낙찰받은 뒤 하도급자를 선정하잖아요? 원도급자는 1인이고, 하도급자는 다수입니다. 다수의 하도급자를 대상으로 경쟁을 시켜 최저가를 유도하는 시스템이죠. 종합업체가 최저가로 수주한 공사는 보통 낙찰률이 공사 예정가의 69.3%예요. 1만 원 예상 공사를 6930원에 따내는 거죠. 그럼 6930원에서 이윤을 떼고, 6000원 정도에 하도급을 하죠. 완전 초저가입니다. 이마저 고의로 유찰시켜 2,3차례 재입찰하거나 최저가 낙찰자와 ‘네고’를 해 금액을 더 낮게 설정합니다. 이런 원-하도급 간 불공정 거래는 노예관계, 주종관계입니다. 공생발전이라는 인간사회 대의명분을 고려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최저가 낙찰 후 고의 유찰

▼ 고의로 유찰시킨다?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최저가 낙찰은 자본주의에서 경쟁을 유도하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원도급자가 하도급을 나눠줄 때 많은 업체가 참여해 최저가로 낙찰됐다고 해도 그걸 들고 다시 흔듭니다. 유찰을 시키는 거죠. 그러곤 ‘이번에는 더 낮게 하도급 받아가라. 다음에 일거리 줄게’라고 합니다. 이건 자본주의 메커니즘을 부정하는 사기, 협박입니다. 하도급업체는 가만있으면 죽으니까 ‘울며 겨자 먹기’식 공사를 해요. 원도급자는 저가하도급 심사를 피하려고 발주자에게 하도급 내용을 허위로 통보해요. 물량을 축소하거나, 특정 항목을 누락시켜 하도급자의 견적 착오를 유발하기도 하죠. 민원처리비용이나 야간 작업비, 산업재해처리비 등 추가비용을 하도급자에게 전가하는 것도 여전해요. 이래서 어떻게 하도급자, 즉 전문건설업체가 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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