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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내 소설이‘시적(詩的)’이라는 건 멸시”

김유정 문학상 받은 소설가 심상대

  • 이소리│시인·문학in 대표 lsr21@naver.com

“내 소설이‘시적(詩的)’이라는 건 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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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술, 휴대전화 끊고, 빚쟁이 피해 산속 홀로 생활
  • ● “소설을 쓰는 수밖에 뾰족한 방법이 없더라고요”
  • ● 아버지가 준 상처로 아직도 아버지라는 말이 두려워
  • ● 서재에 갇혀 소설 쓰는 글쟁이 경멸
  • ● 12년 공백기에 대학원 공부와 개성공단 매력에 빠져
  • ● 앞으로 ‘소설가 심상대’ 정체성 규명하겠다
“내 소설이‘시적(詩的)’이라는 건 멸시”
소설가 심상대(52)가 중편소설 ‘단추’로 4월 제6회 김유정문학상을 탔다. 2001년 단편소설 ‘미(美)’로 제46회 현대문학상을 받은 지 11년 만이다. ‘단추’는 꿈속에서 잃어버린 단추를 찾아 헤매는 남자와 그 단추를 현실에서 주운 남자의 삶이 엇갈리면서,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이 지닌 불안한 꿈과 현실을 담아낸 작품이다.

심상대 하면, 많은 이가 소설집 ‘묵호를 아는가’를 떠올린다. 그가 신춘문예에 응모했다 낙선한 작품 11편이 고스란히 실려 있는 이 소설집은 그의 출세작이다. 이 소설집에 대해 묻자 “그 당시 신춘문예 예심, 본심 심사위원들의 무식함 때문에 탄생했다”고 잘라 말했다. 헛웃음이 났지만 자신감 있는 그의 태도에 내색할 수 없었다.

휴대전화 없이 강원도 첩첩산중에 홀로 살고 있는 그를 5월 8일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강원도 산중에서 먹이를 찾아 두리번거렸을까. 산짐승처럼 그의 눈이 강렬하게 빛났다.

“제 소설의 핵심은 저도 몰라요”

읽고 있던 책갈피에 손가락을 끼운 채 전화하면서 민우는 줄기차게 자신의 꿈을 변호했다. 단추는 한강에 던져버렸고 단추 떨어진 코트 입은 꿈을 다시 꾸게 됐고, 그래서 행복하다는 내용이었다. 자신은 가난하기 때문에 가난이 두렵지 않고, 가난이 두렵지 않으므로 탐욕에 빠지지 않아도 되며, 자신이 탐욕하지 않으므로 타인의 탐욕에 조롱당하거나 지배받을 이유가 없을뿐더러 자신은 저항할 이유고 상대도 없다고 그는 말했다. 누군가는 자신의 가난을 탐욕에 대한 저항이라 여기겠지만 사실은 저항이 아니라 자립 조건이라고. -‘단추’ 중에서

“어젯 밤을 꼬박 새우고 4시간을 달려 서울로 왔어요. 일주일에 한 번 강의를 하고 가족을 만나기 위해 정신 사나운 서울에 옵니다. 어쩔 수 없이 서울을 오가곤 하지만, 강원도 첩첩산중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어버이날이어서 딸을 데려왔다며 웃는 그의 얼굴에는 행복감이 묻어났다.

▼ ‘단추’에서 말하고자 한 핵심은 뭔가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사람은 예술가가 아닙니다. 제가 쓴 소설이니 그 내용이라면 잘 알지만, 핵심이 뭔지는 사실 저도 알지 못해요(웃음). 오히려 평론가나 학자가 대답해야 할 문제죠. 내용을 얘기하기도 쑥스럽고요.”

▼ 그럼 소설가가 된 이유는 뭡니까.

“어린 시절, 제가 꿈을 소설가로 정하게 된 것은 세 사람의 영향 때문입니다. 유년 시절 한글과 한자를 가르쳐준 아버지와 강릉시 남양초교 3학년 담임선생님으로 제게 도서관 관리를 맡기신 홍경호 선생님, 그리고 영화 ‘봄봄’의 원작자 김유정 선생님이지요.”

김유정문학상은 스물아홉 꽃다운 나이에 요절한 작가 김유정(1908~1937)을 기리기 위해 만든 상이다. 강릉 태생인 심상대가 춘천 태생인 김유정을 기리는 문학상을 타기 전부터 둘의 인연은 지속돼 왔다.

“동해시 동호초교 4학년 때 아버지와 함께 지금은 불타버린 묵호극장에서 ‘봄봄’이라는 영화를 봤어요. 김수용 감독 작품으로 신영균·남정임·허장강이 출연한 영화였는데, 영화관을 나온 뒤 아버지가 이 영화는 본래 소설이라 말해주신 거예요. 그 뒤 강릉시에 있던 삼문사라는 서점에서 김유정의 소설집을 사보게 됐어요.”

데릴사위를 유심히 관찰하던 소년

작가는 초등학교 4, 5학년 무렵부터 고향인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 이웃에 사는 데릴사위를 유심히 관찰했다고 한다.

“나도 ‘봄봄’처럼 데릴사위가 나오는 소설을 쓰려고 생각한 거죠. 문제는 그 데릴사위는 말만 데릴사위였지, 이미 나이 먹어 분가한 사람이었어요. 지금도 돌투성이 신작로에서 덜컹거리며 우차(牛車)를 몰고 가던 그분의 모습이 떠올라요. 그런 노력들이 소설가로 만든 게 아닌가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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