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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핸디캡은 절망 아니라 자극제”

휠체어 타는 정신과 의사 류미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인생 핸디캡은 절망 아니라 자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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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핸디캡은 절망 아니라 자극제”
흰 가운과 휠체어.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경남 창녕의 국립부곡병원 신경정신과 의사인 류미(37) 씨는 휠체어를 타는 의사다. 고 3때 당한 사고로 양쪽 발목에 박리성 골연골염을 얻었다. 특히 오른쪽 발목은 연골 조직이 괴사했고 주변 조직에 염증이 있다. 그는 10분 이상 서 있거나 30분 이상 걸을 수 없다. 발목에 조금만 무리가 가도 복숭아뼈에 극심한 통증이 전해진다. 세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소용없었다.

길은 편평하지 않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자면 거치적거리는 것도 많다. 류 씨의 인생이 딱 그랬다. 문턱에 걸린 적도, 돌아가야 한 적도 많았다. 연세대 의생활학과 중퇴. 서울대 불문과 졸업 후 3년간 경향신문에서 편집기자 생활을 하다 수능 준비. 의대 낙방 이후 가톨릭대 의대 편입, 그리고 두 차례 모교 인턴 탈락과 숱한 레지던트 낙방까지. 신경정신과 의사를 꿈꾸던 소녀가 현재 자리에 오기까지 근 20년이 걸렸다. 먼 길을 돌고 돌아, 그는 휠체어를 탄 채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됐다.

“하루에 2시간만 걸을 수 있다면…”

5월 4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사 로비에서 류 씨와 만나기로 한 날. 나는 그가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궁금했다. 휠체어를 탔을까, 목발을 짚고 있을까, 아니면 그냥 서 있을까. 회사 로비를 한창 기웃거리다 로비 한편의 의자에 앉아 있는 그를 발견했다. 하얀 얼굴에 아담한 키, 단정한 외모가 인상적이었다. 억세고 다부진 인상은 아니었다.

“의자와 엘리베이터. 어딜 가든 딱 발견해요. 생존을 위해, 이건 거의 초감각적인 것 같아요.”

덤덤하게 이야기하며 그는 천천히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그리고 자리에 앉자마자 물 한 잔을 부탁했다. “왜 오늘은 휠체어를 타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가 대답했다.

“한 10분 정도는 참고 걸을 수 있어요. 오늘 같은 경우 지하 3층에 주차하고 엘리베이터로 올라오고. 딱 동선이 예측되잖아요. 이럴 땐 휠체어가 오히려 불편하죠. 시선도 많이 받고요.”

그의 통증은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장애등급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생활 속 장애는 다양하다. 그는 “예측 불가능한 모든 상황이 내게는 도전”이라고 말했다. 먼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다. 버스나 지하철에 좌석이 없어 서 있거나, 택시 정류장에 서서 택시를 기다리는 것은 할 수 없기 때문. 병원이 있는 부곡에서 서울 집까지 오려면 운전을 해야 하는데 혼자 힘으로 4시간 이상 운전할 수 없으니 운전을 교대로 해줄 사람과 꼭 동행해야 한다. 그러니 서울 한 번 오기도 쉽지 않다. 마트에 들어가기 전에 사야 할 물건과 동선을 파악한 뒤 재빠르게 물건을 담아온다. 무엇보다 불편한 건 운동을 못하는 점이다.

“나이가 먹으면서 나잇살이 찌잖아요. 게다가 몸이 무거워질수록 발목에 부담을 더 주니까 체중 조절이 꼭 필요해요. 그런데 걷기, 등산같이 서서 하는 운동은 하나도 못하니까 결국 식이요법만으로 체중을 조절해야 하는 거예요.”

그는 최근 3개월 동안 5㎏을 감량했다고 귀띔했다. 오후 6시 이후 샐러드만 먹고 그 좋아하는 빵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배가 고플 때마다 ‘하루에 딱 두 시간씩만 걸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상상했다.

“스티비 원더가 말했잖아요. ‘내 평생 단 15분이라도 눈을 떠서 딸의 얼굴을 보고 싶다’고요. 저 역시 늘 같은 마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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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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