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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생활 성패는 얼마나 적극적으로 기회 만드느냐에 달렸죠”

하버드대 수석 졸업한 진권용의 공부비법

  • 조건희│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becom@donga.com

“유학 생활 성패는 얼마나 적극적으로 기회 만드느냐에 달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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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는 야구선수에 비유해 자신이 누구와 닮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주저 없이 추신수 선수를 꼽았다. 마이너리그에서 피땀 흘려 ‘괴물’로 가득한 메이저리그에서 당당히 우뚝 섰다는 점에서다. 최근 한국인 최초로 하버드대 학부를 수석 졸업한 진권용 씨는 국민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공부의 신’이다.
  • 하지만 “미국에 있는 내내 짜장면이 먹고 싶었다”고 털어놓으며 웃는 모습은 수줍음 많은 스물한 살 청년다웠다.
“유학 생활 성패는 얼마나 적극적으로 기회 만드느냐에 달렸죠”
6월 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반가운 이를 만났다. 한국인 최초로 하버드대 학부를 수석 졸업한 진권용(21) 씨. 그와의 만남은 5월 말에 이어 두 번째였다. 올해 9월 예일대 로스쿨 진학을 앞두고 5월 27일 한국을 찾은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준비할 것이 많을 텐데도 인터뷰 제의를 기꺼이 수락했다. 유학에 대한 환상을 가진 부모와 학생이 꼭 알아야 할 점들과 공부 비법을 듣고 싶다는 제안에 마음이 움직인 듯했다.

그는 5월 24일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졸업생 1552명 가운데 2명인 전체 수석(the highest ranking undergraduate)을 했다. 하버드대 학부에서 한국인 유학생이 전체 수석으로 졸업한 것은 진 씨가 처음이다. 남들은 4년 걸려 수료하는 학부 과정을 3년 만에 마쳤는데도 졸업 학점이 만점(평균평점 4.0)이라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진 씨는 하버드대에서 최우등 졸업생(summa cum laude·모든 학업 분야에서 상위 5%에 든 졸업생)에 선정됐고 경제학과 수석상(존 윌리엄스상)과 최우수 졸업논문상(토머스 후프스상)도 수상했다.

그런 그가 자신을 “메이저리그로 곧장 진출한 박찬호 선수가 아닌,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은 추신수 선수에 가깝다”고 하는 이유가 뭘까.

여행 중 당한 ‘굴욕’이 유학으로 이끌어

진 씨가 유학의 꿈을 갖게 된 것은 미국에서 당한 ‘굴욕’ 때문이었다. 진 씨는 초등학교 4학년 방학에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동서부 주요 도시를 여행했다. 하버드대와 예일대도 둘러봤다. 여행 목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 어떻게 생겼는지 직접 보고 싶다’는 것, 다른 하나는 ‘미국인과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었다.

영어라고는 학원 한 번 다닌 적 없이 학교 수업에서 배운 게 전부였지만 진 씨는 두 번째 목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나름의 준비를 했다. 호텔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만화 주인공의 말을 따라 해 보기도 하고 교과서에 나와 있는 대화 예시를 외우기도 했다.

진 씨는 첫 기회를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에서 맞이했다. 햄버거와 콜라를 주문한 진 씨는 점원이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다른 건 필요 없느냐(Anything else)?”고 물어봐주길 기다렸다. “괜찮습니다(No, thanks)”가 진 씨가 준비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점원은 진 씨의 예상을 깨고 “포장해드릴까요, 아니면 드시고 갈 거예요(To go or for here)?”라고 물어왔다. 간단한 영어였지만 진 씨는 머릿속이 하얘져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때의 창피함이 진 씨를 유학의 길로 이끌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라”고 캐나다 유학을 권유했을 때 선뜻 나선 이유도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하지 못한 답답함을 극복하고 싶다는 단순한 바람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여행 중 잠깐 들렀던 하버드대와 예일대 두 대학에 입학하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현지 적응기

대치초등학교를 6학년 1학기만 마치고 태평양을 건너 캐나다에서 중학교 생활을 시작한 진 씨가 맞닥뜨린 것은 높은 언어의 장벽이었다. 유학 전 영어학원에 한두 달밖에 다니지 않아 회화실력은 더듬더듬 한두 문장을 만들어내는 수준이었다.

처음에는 낯선 동양인의 모습에 호기심을 가졌던 현지 친구들은 진 씨가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자 점차 멀어졌다. 진 씨의 부모는 진 씨가 유학 초기에 한국으로 전화만 걸면 ‘친구 사귀는 게 어렵다’고 하소연해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진 씨는 뭐든 한 가지 자신 있는 일을 하다보면 파란 눈의 친구들도 자신을 인정해줄 거라고 믿었다. 그가 택한 분야는 운동이었다. 진 씨는 초등학교 시절 교감선생님을 설득해 없던 야구부를 새로 만들 정도로 운동을 좋아했다. 캐나다에서도 소프트볼과 축구 서클 활동을 빼먹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렸다. 친구들과 연습을 하며 함께 땀을 흘리자 언어와 마음의 장벽은 조금씩 낮아졌다. 진 씨는 “매일 함께 운동을 하다보면 서로 싫어하려야 싫어할 수 없는 끈끈한 사이가 된다”고 말했다.

유학 이듬째 해에 학교 대표로 지역 축구리그에 참가해 팀을 우승으로 이끈 경험을 들려줬다. 그는 “팀원들이 ‘진(Jin) 덕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인정해주는 것을 보며 마음의 벽이 없어진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진 씨는 “어린 나이에 유학을 가 낯선 환경에 떨어지면 자신을 과소평가해 위축되기 쉽지만 운동이든 공부든 자신 있는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다 보면 적응 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겸손이 미덕이 아니니 잘하는 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말도 덧붙였다.

당초 영어를 익히기 위해 3년 정도만 계획하고 시작한 유학이었지만 미국 매사추세츠 주 앤도버의 명문고인 필립스아카데미를 눈으로 보면서 계획이 바뀌었다. 진 씨는 캐나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쯤 필립스아카데미를 방문할 기회를 잡았다. 그곳 학생들의 생활은 집과 학원을 오가는 한국 고교생과 달랐다. 오후 2시 40분에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 대신 운동장으로 향했다. 운동을 실컷 하고 저녁을 먹고 나면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교재에 파묻히기보다는 기숙사 휴게실에서 밤늦게까지 토론을 벌이며 지식을 소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진 씨의 머릿속에는 세계 최고 명문 학교에서 최고의 교수진으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단기 유학을 장기 유학으로 돌린 것은 이때였다.

필립스아카데미에 진학하고 나서도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암기를 강조하는 한국 수업에 익숙한 나머지 분석과 새로운 시각을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 수업 방식에 적응하는 데 힘든 시간을 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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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희│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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