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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周遊天下 ④

소양인男이 태음인女 만나야 하는 까닭은…

25년간 표주(漂周)한 만공거사(滿空居士)

  • 조용헌| 동양학자·칼럼니스트 goat1356@hanmail.net

소양인男이 태음인女 만나야 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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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만공을 처음 만난 시기는 25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북 모악산(母岳山) 암자에서 그를 만났다. 모악산 남쪽 자락에 조그만 암자가 하나 있고, 이 암자에 고시생이 여러 명 있었다. 1980년대 후반 무렵이다. 나는 그때 대학원에서 모악산 일대의 신흥종교를 연구하고 있었다. 모악산은 계룡산과 더불어 신흥종교의 메카다. 모악산에서 강증산이 배출됐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모악산 주변에는 일제강점기에 경상도에서 이사를 와 눌러앉은 사람이 많았다. 모악산에서 도인이 나왔다는 소문을 듣고 집과 전답을 팔고 이주한 이들이다. 그래서 모악산 일대에는 작은 점집이나 ○○도, ○○교를 표방하는 수십 개의 집단이 몰려 있었다. 나라가 망하고 일제가 통치를 시작하자 이에 반항하는 강경파는 만주에 가서 총 들고 독립운동을 했고, 차마 만주에는 갈 수 없었던 이들 중 일부는 신흥종교에서 표방하는 ‘새로운 세상’을 찾아 계룡산과 모악산 일대로 모여든 것이다.

필자가 모악산 일대의 여러 교주(敎主)를 만나러 다니고, 무당이 공들이러 다니던 미로들, 즉 모악산 이쪽저쪽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된 소로를 걸으면서 굿당과 산신기도 터를 둘러보던 어느 날, 산중에서 길을 헤매다 평소 가보지 못했던 바위 절벽 뒤로 돌아들어가니 문수암이라는 암자가 눈앞에 나타났는데, 이 암자에 고시생들이 머무르고 있었다. 만공은 문수암 귀퉁이의 방에서 고시 서적을 쌓아놓고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수년 뒤 만공을 다시 만났을 때 그는 어느 지방 소도시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무장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세간의 다툼이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결말을 맺는지 관찰하는 데 유리한 직업이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고 수년 뒤 설악산의 어느 암자에 머무르던 그가 갑자기 연락을 해왔다. 관광객이 많이 오는 설악산의 그 암자에서 만공은 허드렛일을 해주면서 틈틈이 참선을 하고, 불교의 경전을 공부하고, 새벽에 염불하는 법도 배웠던 것 같다.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 설악산에 있어. 살다보니까 흘러 흘러 설악산까지 오게 되었네.”

“잘되었네. 자네가 전생에 쌓아놓은 청복(淸福)이 있으니 설악산까지 가게 된 것이야. 풍광이 얼마나 좋은 곳인가. 아침저녁으로 운무와 장엄한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곳 아닌가. 이왕 산에 들어간 김에 기도나 한번 제대로 해봐.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거기서 100일 기도만 제대로 한번 해도 새로운 안목이 열릴 것이네! 염불하다보면 잿밥도 생길 것이구먼.”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네. 자네 말을 들으니 내가 힘을 내야 할 것 같구먼. 기왕 산에까지 들어온 김에 기도나 한번 해 볼게.”



한동안 설악산에 있던 만공은 서울의 북한산에도 머물렀고, 제주의 한라산에서도 살았다. 비승비속(非僧非俗)이었다. 승려도 아니고 속인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마냥 한가할 수는 없었다. 처자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자식이 없었다면 그의 방랑이 유람 차원으로 승화될 수도 있었겠지만, 최소한도는 부양해야 할 대상인 처자식이 있었으므로 그의 방랑은 고독함과 서글픔으로 가득했다. 한 달에 한두 번 집에 들어갈 때도 있었고, 몇 달 만에 한 번 집에 들어갈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용하게 이혼은 안 하고 현재까지 부부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도 능력이다.

가장 나쁜 체질은…

▼ 이렇게 강호를 돌아다니는 것도 타고난 팔자라고 생각하는가. 운명과 팔자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 드는가.

“사람마다 타고난 팔자는 분명 있는 것 같다. 대개 팔자대로 산다. 그래서 이 팔자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됐다. 내가 내린 결론이 팔자는 그 사람의 체질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운명과 체질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 팔자와 체질이 어떻게 함수관계가 있다는 것인가.

“우선 체질은 음양으로 나눌 수 있다. 궁합도 이 음양이 보완적이면 서로 맞는 것이고, 상극이면 부부가 오래가지 못한다. 궁합이 맞는 유형을 보면 소양인 남자는 소음인이나 태음인 여자를 만나는 게 좋다. 태음인 남자는 반대로 소양인 여자나 태양인 여자를 만나는 게 좋다. 소음인 여자에게 가장 좋은 상대는 태양인 남자인데, 태양인 남자가 흔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소음인 여자는 꿩 대신 닭 격으로 소양인 남자를 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또한 부모의 궁합이 맞지 않으면 거기서 태어나는 자식의 체질도 좋지 않다. 체질이 좋지 않으면 병이 많다.”

▼ 좋지 않은 체질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체질을 말하는가.

“음이나 양으로 확실하게 구분이 안 되는 체질을 말한다. 음 체질인 것 같기도 하고, 양 체질인 것 같기도 한 경우다. 정적인 직업이 맞는 것 같지만 결국 안 맞고, 동적인 직업도 안 맞는다. 사무직도 안 맞고, 그렇다고 해서 영업직도 안 맞는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면 사회생활에서 방황을 많이 한다. 내 체질이 그렇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체질 탓에 나도 강호를 돌아다니게 된 것이다.”

만공은 유년 시절부터 고질병을 알았다. 비염이다. 하루에 화장지 한 통을 써야 할 만큼 콧물이 흘렀다. 사법고시를 준비할 때도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럴 바에는 내가 고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본인의 체질이 무엇인지 연구하게 됐다고 한다. 연구 끝에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체질이구나’ 하는 결론을 얻었다. 왜 이런 체질을 타고났는지를 역추적하다보니 부모의 체질로 관심이 옮겨갔고, 체질이 서로 안 맞는 상극 체질이 결혼해 자신을 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버지는 소양인, 어머니는 태양인이었다. 두 사람 다 양인(陽人)이므로 만공은 양인 체질이 가진 유전인자만 물려받았다. 열이 머리로 솟아 상기되고, 간 기능은 약하고, 폐 기능은 지나치게 강한 체질이 된 것이다. 간이 약하고 폐가 강하면 외부활동에 몰두하게 된다. 그러면 간은 더욱 약해지고 상기 증상 역시 심해진다. 콧물이 계속 흐르는 비염도 이런 체질에서 유래했다. 좋지 않은 체질을 타고나 평범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산천을 방랑하게 됐다는 게 만공의 자기 진단이다. ‘나는 왜 이런 팔자인지’ 연구하다보니 ‘내 체질이 무엇인지’ 분석하게 됐고, 종국엔 다른 사람의 체질도 연구하게 됐다고 만공은 말했다. ‘사지사지(思之思之) 귀신통지(鬼神通知)’라는 말이 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나중에는 귀신과 통해서 알게 된다’는 뜻이다. 밤낮을 골똘하게 생각하면 접신(接神)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만공은 체질에 대해서는 접신이 된 사람이다. 이 집 조상 중에 체질을 연구하다 죽은 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후손이 이처럼 체질 분야에 일가견을 갖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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