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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로 남 대화 몰래 듣는 게 도청 아닙니까? 내 편 아니면 敵으로 보는 노조가 MBC 망쳐”

MBC 기획홍보본부장 이진숙 6시간 격정 토로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전화로 남 대화 몰래 듣는 게 도청 아닙니까? 내 편 아니면 敵으로 보는 노조가 MBC 망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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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최필립-김재철 정수장학회 매각 사전 합의
  • ● “崔 기자가 전화 엿들었다 검찰서 확인”
  • ● 환노위 청문회 때 베트남 출장, 도피 아니다
  • ● “내가 선택한 길 후회 없어…정치 뜻 없다”
  • ● 노조, 계약직 기자 인간 취급 안 하다니…
“전화로 남 대화 몰래 듣는 게 도청 아닙니까? 내 편 아니면 敵으로 보는 노조가 MBC 망쳐”

이진숙
● 1961년 경북 성주 출생
● 경북대 영어교육과 졸업
● 한국외대 통역대학원 한영과 졸업
● 바그다드 무스탄스리야대 아랍어 연수
● 존스홉킨스대 국제학대학원 국제공공정책 석사
● 하버드대 니만 펠로십

“그럼 11월 2일 저녁 7시에 봅시다. 장소는 나중에 알려줄게요. 도청될지 모르니….”

10월 30일 오후 1시가 조금 넘어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51) 에게서 연락이 왔다. 인터뷰를 제의한 지 1주일 만이었다. 그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의 10월 8일 회의가 언론에 공개된 후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MBC 사측은 한겨레가 10월 15일 이 본부장과 이상옥 MBC 전략기획부장이 최 이사장과 나눈 대화록 전문을 보도하자 즉각 불법도청 의혹을 제기했다. 이튿날인 10월 16일엔 기사를 작성한 최성진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최 기자는 도청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10월 8일 비밀 회동에서 이들이 주고받은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에 관한 대화 내용은 이 본부장의 표현대로 “정치적으로도 임팩트가 크기 때문에” 대선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는 등 후폭풍이 거셌다. 더구나 이후엔 김재철 MBC 사장의 해임안 부결 관련 외압 의혹,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청문회 불출석, 노조의 파업 재개 선언 등 새로운 논란이 불거졌다.

그 때문일까. 이 본부장은 11월 2일로 예정돼 있던 인터뷰를 두 차례 연기했다. 처음엔 “검찰 조사가 끝난 뒤에 하자”며 11월 9일로, 그 다음엔 “불가피한 사정이 생겼다”며 11월 15일로 일정을 바꿨다. 하지만 ‘신동아’ 제작 여건상 15일 인터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하자 하루 앞당겨 “14일 점심에 만나자”고 결론을 냈다. 정오에 시작한 인터뷰는 오후 6시까지 이어졌다.

“인터뷰 날짜를 계속 연기해 미안했다. 약속은 무조건 지키는 편인데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

“환노위 청문회는 정치적”

▼ 어떤 사정이 있었던 건가?

“11월 9일에 베트남 출장을 갔다가 오늘 오전에 서울에 돌아왔다. 인터뷰를 미루자고 문자를 보낸 시각에 공항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 곤란해질 수 있어서였다.”

▼ 11월 12일 환노위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으려고 베트남에 간 건가?

“청문회 출석 일시와 해외 출장 일정이 겹쳤을 뿐이다. 환노위 청문회는 대단히 정치적이라고 판단한다. 물론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도 있지만, 한쪽 정당의 목적에 따라 열린 반쪽 청문회다. MBC가 전자파 이런 걸로 환경이랑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파업은 노동문제인데 최필립 이사장을 왜 증인으로 불렀는지 모르겠다. 최 이사장이 노동이랑 무슨 상관인가. MBC 파업과도 관련 없는 분이다.”

▼ MBC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사상 유례없는 170일간의 노조 파업과 잦은 방송사고, 정수장학회 이사장과의 비밀 회동 등으로 연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어쩌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인가.

“MBC 노조의 정치성에서 비롯한 것이다. (노조는) 사장으로 선임된 2010년 2월부터 ‘김재철이라는 사람은 대통령과 가까운 낙하산’이라며 출근 저지를 시도했다. 마당 앞에 천막까지 치는 사태가 발생했다. 노조는 ‘정권이 임명한 사장’이라고 얘기하는데 MBC 사장은 정권이 임명하는 게 아니다. MBC 지분 70%를 소유한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선임한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임된 사장이다. 대통령과 얼마나 가까운지는 모르겠으나 취재하며 많은 사람을 알게 되는 게 언론인이고 방송인이고 기자인데, 알고 있다는 이유로 낙하산이라고 주장하고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고 거부했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은 김재철 사장이 경영을 굉장히 부실하게 했거나 무능했기 때문이 아니다. MBC 노조의 정치성이 사태를 악화시킨 거다. 노조하고 맞지 않는 사람은 다 무능하고 문제가 있는 사장이고, 특정 정치 이념과 연계된 사장이라고 여기는 거다.”

▼ 노조가 좌파 이념에 경도돼 있다는 뜻인가.

“그렇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겠다. 정치성이라는 표현을 다소 추상적으로 했는데 MBC 노조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이른바 진보정권 10년 동안에는 딱 한 번 파업했다. 김대중 대통령 때. 그것도 방송법 개혁과 관련한 방송노조 연대파업이었다. 이번 정권에서는 13일, 6일, 4일, 29일, 170일씩 다섯 차례에 걸쳐 총 232일을 파업했다. 이것은 노조의 정치적 노선, 이념적 방향과 맞지 않는 사람은 받지 않겠다, 사장 개인의 능력이나 자질과 관련 없는 이분법으로 내 편 아니면 적(敵)이라고 하는 것이다. 중립지대라는 것이 없다. 내 편이 아니면 건전한 경쟁 상대도 아닌 적이 되는 거다. 바로 그런 MBC 노조의 성향 때문에 오늘날 여기까지 오게 되지 않았나 싶다.”

“몰래 들었으니 도청이다”

▼ 여전히 불법도청을 의심하나?

“의심 정도가 아니다. 분명히 도청이라고 생각한다. 최필립 이사장과 대화하던 시각에 최 이사장과 최 기자의 휴대전화가 한 시간 동안 연결돼 있었다는 사실을 검찰에서 확인했다.”

▼ 그걸 도청이라고 할 수 있나?

“처음에 기사에 썼던 녹취록이라는 표현도 그렇고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이 듣도록 허락하지 않은 얘기를 몰래 녹음했다. 몰래 들었으니 도청이 맞다고 본다. 변호사 10명 중 8명은 도청이라고 한다. 나머지 둘은 다르게 말하고.”

▼ 그 일로 큰 파장이 일었는데.

“어떤 것은 내가 이런 얘기를 정말 했나 싶다. 먼저 ‘박근혜에게 도움을’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특정 후보를 도와주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로 한 말이 아니다. MBC 지분 30%를 처분해서 대학생 반값등록금 재원으로 쓰겠다고 하면 잔꾀 부린다는 얘기가 나올 거라고 최 이사장이 말하기에 ‘박근혜를 도와준다는 얘기가 나오겠죠’, 이런 식으로 얘기한 거다. 또 MBC 지분을 처분해 PK 지역의 대학생 장학금으로 쓰겠다는 게 아니었다. MBC 지분 처분해 전국 대학생 반값 등록금 재원으로 쓰겠다는 이야기가 PK지역 대학생만 돕겠다고 말한 것처럼 정리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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