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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대통령선거 코앞인데 과학기술 교육 비전은 깜깜”

‘내년 2월 퇴임’ 서남표 KAIST 총장

  • 김희균│동아일보 교육복지부 기자 foryou@donga.com

“대통령선거 코앞인데 과학기술 교육 비전은 깜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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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가이드라인-해법 만들어 자료 제시할 것
  • ● “선진국 모방해선 발전 없다… 원천기술 절실”
  • ● ‘무조건 반대’, 교수 좋은 일도 반대하더라
  • ● 학과장에 전권… 글로벌 대학 키워 자부심
  • ● 잇단 학생 자살-선행학습 풍토는 아쉬워
“대통령선거 코앞인데 과학기술 교육 비전은 깜깜”
오랜 퇴진 공방 사태에 지쳤을 법도 하련만 그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껄끄러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고민하던 기자가 오히려 머쓱해지는 순간이었다. 11월 6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 비즈니스센터에서 만난 서남표 KAIST 총장(76)은 “머리숱이 없으니 사진 찍을 때 앵글을 위쪽에서 잡지 말아달라”는 농담을 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주위가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인터뷰가 진행됐지만 지친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대학과 교육, 한국의 미래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그의 에너지는 대학생 못지않았다.

1959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줄곧 미국의 대학과 정부에서 일한 그가 KAIST 총장으로 부임한 것이 2006년 7월. 서남표 총장은 2010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급격한 개혁 정책으로 교내외의 반발을 샀다. 특히 지난해 초 KAIST 학생이 잇달아 자살하면서 학생과 교수, 이사회까지 그의 퇴진을 종용하기 시작했다. 학교 구성원 간의 극한 대립 끝에 그는 내년 2월 졸업식을 마치고 학교를 떠나기로 했다.

2년 가까이 퇴진 요구에 시달렸지만 그는 미국의 요직을 버리고 고국에 와서 KAIST를 이끈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학교 발전을 위해 구상했던 계획들을 하나하나 실천에 옮겼고, 그 결과 KAIST의 세계 랭킹이 많이 올라 보람이 크다고도 했다. 하지만 학내 갈등에 상처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솔직히 안 힘들었다면 거짓말이지”라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퇴진 과정에서 겪은 이사회와의 갈등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야 있지만 뭐 좀…”이라고 말을 아끼면서 “밝은 이야기나 하자”고 화제를 돌렸다.

그는 총장에 부임하자마자 학교 발전 5개년 계획을 세웠다. 조직을 정비하고, 중장기 계획을 짜는 것이 그의 주특기라고 말했다. 서 총장은 1991년 6월부터 10년 동안 MIT 학과장을 하면서 교수진 40%가량을 새로 임명하고 교과과정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혁신을 추진했다. 그 경험을 KAIST에도 접목하려 했다.

뿌듯하고도 가슴 아픈 6년

▼ 총장으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를 꼽는다면?

“KAIST가 특화된 대학으로서 실적이 굉장히 좋아졌다. 특히 공학 분야는 세계 순위가 24위까지 올라갔다. 총장 취임 직후 만든 5개년 계획을 지금까지 따라 하며 지켜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일은 교수를 늘린 거다. 내가 있는 동안 교수가 400명에서 600여 명으로 늘었다. 몇 년 만에 교수를 50% 늘린 대학은 세계 어디에도 없을 거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전 세계가 대학을 비롯한 모든 곳에서 사람을 줄이지 않았나. 그때 우리가 글로벌 무대에서 취업을 못 하고 있던 우수한 인재를 60명이나 모셔 왔다.”

▼ 교수 숫자를 급격히 늘릴 때 반대 여론이 있었다던데.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다. 정부 예산이 아니라 학교 예산으로 지원하는 교수가 많아지면 학교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우리는 연구중심대학이니까 스스로 연구비를 벌어들여서 학교를 잘 운영해야 한다. 수업료를 받아서 운영하는 대학이라면 연구중심대학이 될 수 없다. 학부생이 도대체 돈을 얼마나 많이 내야 교수 연구비를 댈 수 있겠나. 학부생은 자기가 수업을 받는 만큼만 돈을 내고, 우리는 연구비로 연구를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KAIST가 연구비로 운영할 수 있다는 능력을 증명해냈다. 이건 한국 대학가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일이다.”

일부 교수와 학생이 그의 퇴진을 요구할 때 첫 번째 이유로 든 것이 독선적인 운영이었다. 학교를 그의 뜻대로 너무 빨리 바꾸려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성적이 나쁜 학생에게 등록금을 받는 바람에 학생들을 자살로 내몰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서 총장 역시 이 대목이 가장 가슴 아픈 일이었다고 돌이켰다. 그럼에도 그는 독선적이라는 지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변했다.

“내가 KAIST에서 한 일 가운데 한국 대학에 중요한 일이 또 있다. 바로 학과장 중심으로 학교를 운영했다는 점이다. 나는 내 모든 권한을 학과장에게 넘겼다. 옛날에는 과학기술부가 우리 학교에 신규 교수 정원을 배정해주면 총장이 그걸 받아 들고 와서 어느 과에 나눠주느냐로 총장의 파워를 만들었다. 나는 그런 총장의 파워를 버렸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수 정원에 대한 혁신이 필요했다. 교수 숫자에 제한을 두지 않고, 학과장에게 교수 선발 권한을 맡긴 것이다. 내가 오기 전까지 학과에서 학과장은 파워가 없었다. 제일 높은 선배가 파워가 셌다. 이건 한국의 다른 대학에서도 일반적인 현상이다. 한국 대학은 학과별 교수 정원도 정해져 있다. 하지만 오늘날 KAIST는 학과장이 모든 권한을 갖고 책임까지 지도록 바뀌었다. 학과장이 교수 숫자도 전적으로 정한다. 본부는 교수의 수준을 볼 뿐이다. 어떤 결정을 할 때 학과장이 ‘노(No)’하면 학장, 총장이라도 이를 바꿀 수 없다. 물론 아직도 눈치를 보고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학과장이 있긴 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매우 잘하고 있다. 학과장 시스템을 잡아놓으니 테뉴어(tenure·정년 교수직 제도) 시스템도 잡히고, 인사위원회도 강해졌다.”

▼ 테뉴어 심사가 너무 엄격하다고 반발하는 교수도 많은데

“대학에서 테뉴어라는 게 중요한 이유가 뭘까. 우리가 세계에서 제일 좋은 대학들과 경쟁하겠다고 목표를 세웠다면 이제 우리 학교의 정책은 우리 스스로 정할 수 없게 된다. 세계에서 제일 좋은 대학들이 공통적으로 쓰는 정책을 수용해야 한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강력한 테뉴어 정책이다. 제일 잘하는 대학들을 보고 우리의 테뉴어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한국의 기관이나 대학은 목표를 정하면 덮어놓고 스스로 원하는 정책을 만들어선 안 된다. 세계적으로 잘하는 곳의 정책을 보고 이를 참고해서 정책을 발전시켜야 경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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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균│동아일보 교육복지부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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