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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권교체 준비 안됐다 젊은층 유인 시스템 만들어야”

안경환 문재인 캠프 새정치위원장

  • 송화선 기자 | spring@donga.com

“민주당 정권교체 준비 안됐다 젊은층 유인 시스템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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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월 20일 오전 안경환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밤새 못 주무신 것 같다’고 하자 “그 사내 생각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안 교수는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새로운정치위원장을 지냈다.‘정권교체와 새정치를 위한 국민연대’ 상임대표를 맡아 범야권의 문 후보 지원을 이끌기도 했다. 저명한 법학자이자 인문주의자로 평생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살았던 그는 왜 선거 한복판에 뛰어든 걸까. 그곳에서 무엇을 꿈꿨고, 무엇에 좌절했을까. 18대 대선에 대해 ‘인생의 마지막, 잠깐의 꿈이었다’고 말하는 그와 짧았던 정치 체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민주당 정권교체 준비 안됐다 젊은층 유인 시스템 만들어야”
투표율은 높았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승기를 잡은 듯 보였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문 후보를 1.2% 차로 누른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됐을 때까지도 분위기는 괜찮았다. 박빙의 승부가 되리라 예상됐다. 하지만 개표가 시작되면서 격차는 벌어졌다. 12월 19일 오후 11시 40분께 결국 문 후보는 대선 패배를 공식 인정했다. 그와 더불어 ‘새 정치’를 이루고자 했던 안경환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65)의 꿈도 꺾였다.

안 교수와의 인터뷰는 두 번에 걸쳐 이뤄졌다. 선거전이 한창이던 12월 15일 그는 희망에 차 있었다. 선거전 초반 압도적인 우위를 지키던 박근혜 당선인의 지지율이 주춤하던 때다. 연일 계속된 강행군 때문인 듯 얼굴이 해쓱했지만 눈빛만은 반짝였다.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다면 사회적인 의미에서 내 평생 가장 기쁜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나는 평생 특정 정당에 관여한 적 없다. 후진 양성을 통해 내가 원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간접적으로 기여하겠다는 마음으로 살았다. 그 원칙을 깨고 나온 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에서다. 박 후보 개인은 훌륭한 분이겠지만, 지지자의 세대와 성향은 과거 정부와 다르지 않다. 그의 당선은 곧 이명박 정부의 연장이다. 우리 사회의 분열과 반목이 심화되고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는 데 작은 힘이나마 더해야 한다는 역사적 소명의식으로 캠프에 합류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꿈이 없다. 부모 재산을 물려받지 않으면 자신의 미래가 암울할 수밖에 없다고 여긴다. 그들에게 꿈을 돌려주고 싶다.”

청년 세대의 좌절

문재인 후보의 낙선이 확정된 뒤 그는 또 한 번 청년에 대해 얘기했다. “박근혜 당선인의 승리는 구체제의 승리다. 그들이 의회까지 갖고 있다. 경험과 힘으로 청년들을 밀어붙일까봐 걱정이다. 그럴 경우 분노한 젊은이들이 모여 또 한 번 ‘촛불’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안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젊은 세대가 느낀 좌절과 분노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새 정치’를 꿈꾸게 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박 당선인에게 ‘포용과 상생’을 주문하면서, 특히 ‘안철수 현상’을 통해 드러난 젊은이들의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을 실현시킬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우리나라는 보수와 지역주의가 결합돼 있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젊은이들이 정치에 대해 냉소할 수밖에 없다. 여당정치는 돈 벌고 기득권 갖고 적당히 타락한 후에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야당정치는 투사적인 것 정도로 여긴다. 건전한 의미의 정치에 대한 상(像)이 없다. 지금까지 야권은 담합이나 연합작전 같은 ‘특별한 사건’을 통해 이를 돌파해왔지만 한계가 있다. 근본적으로 젊은 층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대학생 때부터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바로 새 정치다.”

그는 이를 위한 출발점으로 참정권 확대를 들었다. 15일 인터뷰 때도 그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 뭐냐”는 질문에 박 당선인의 토론 회피와 더불어 ‘참정권 행사의 제약’을 들었다.

“첫째로 지적할 것이 선거 연령 문제다. 민주 시민은 교육을 통해 길러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른 분야에서는 만 18세를 성년으로 인정하면서 선거권은 만 19세부터 부여한다. 타당하지 않다. 투표 시간도 문제다. 야당은 ‘더 많은 국민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투표 시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 후보는 선거 중 발표한 ‘인권 10대 공약’ 중 2번에 ‘참정권 확대’를 넣었을 만큼 이 문제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안 교수는 대선이 끝난 뒤에도 이 문제의식만큼은 이어져 다음 선거 때는 이런 부분이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의원들 자기 입지만 생각해”

그는 민주당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의원들이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없어 보였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문재인 캠프 새정치위원장에 취임하던 날 안 교수는 ‘민주당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고 저는 시민의 이름으로 경고하고 국민의 이름으로 역사의 책무를 주문하고 명령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했다. 이후 민주당의 혁신을 위해 뛰었다. 당 외 조직으로 ‘정권교체와 새정치를 위한 국민연대’를 만들기도 했다. 안 교수는 “문 후보는 새 정치에 대한 의지와 진정성이 분명했다. 그러나 당이 그것을 충분히 지지해주지 못하고 있었다. 재야 등을 중심으로 ‘민주당만으로는 안 된다’는 얘기가 나왔다. 문 후보가 당선되려면 민주당 지지자 외에 안철수 전 후보와 심상정 전 후보의 지지자, 나아가 합리적인 보수까지 아우를 조직이 필요했다”고 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대선 승리보다 개인 입지를 더 생각하는 사람들”은 끝내 힘을 보태지 않았다.

“ 국회의원 임기가 3년 반이나 남지 않았나. 다음 선거는 새 대통령 임기 후반에 있다. 그때는 여당 인기가 떨어질 때니까 차라리 야당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근거 없는 생각은 아닐 거다.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 청년들이 민주당을 새누리당과 다를 바 없는 구세력으로 본 데는 이유가 있다. 이런 당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외연을 넓히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그러나 안 교수는 본인이 이 과정에 참여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15일 인터뷰 때 그는 “나는 50일짜리 기간제 임시직이다. 선거가 끝나면 결과에 관계없이 연구실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다만 문재인이라는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틋함 때문에 잠시 함께 꿈을 꿨을 뿐”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문 후보를 매우 신뢰하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모든 것을 바쳤다. 합리적인 보수주의자이자 불편부당한 사회 원로로서의 명성을 기꺼이 내려놓았다. ‘특정 정권의 창출이나 연장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삶의 원칙도 깼다. 첫째 이유가 ‘정권교체’에 대한 사명감 때문이었다면, 둘째 이유는 ‘인간 문재인’에 대한 신뢰였다. 15일 인터뷰에서 안 교수는“문 후보와 사적인 인연은 거의 없다. 다만 그분이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얘기는 많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소위 제도권에 있는 변호사들은 민권변호사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어느 누구도 ‘문재인 변호사’에 대해서는 나쁘게 말하지 않았다. 청렴하고 바르고 성실하고 변론 실력도 뛰어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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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 기자 |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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