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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 개발 36년 한길 LG트롬 美 점유율 1위 주역

LG전자 첫 고졸 출신 조성진 사장

  • 송화선 기자 │ spring@donga.com

세탁기 개발 36년 한길 LG트롬 美 점유율 1위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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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 LG전자 세탁기는 국내는 물론 세계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 세계 최대 가전 시장 미국에서도 5년 연속 드럼세탁기 부문 판매 1위다.
  • 초대용량 고효율 세탁기 구동 기술을 개발해 LG전자의 승승장구를 이끈 이는 최근 인사에서 LG전자 새 사장에 임명된 조성진 HA사업본부장(57).
  • 공고 졸업 뒤 입사한 조 사장은 최고의 엔지니어를 거쳐 고졸사원 최초 CEO가 된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다.
세탁기 개발 36년 한길 LG트롬 美 점유율 1위 주역

<약력>
● 1956년 충남 대천 출생
● 1975년 서울 용산공고 졸업
● 1976년 9월 LG전자 전기설계실 입사
● 1995년 4월 세탁기설계실(부장)
● 2001년 3월 세탁기연구실장(상무)
● 2005년 1월 세탁기사업부장
● 2007년 1월 세탁기사업부장(부사장)
● 2013년 1월 HA사업본부장(사장)
● 수상 : 신지식 특허인상(2002), IR52장영실상(2005), 국산 신기술 KT마크(2005), 대한민국 10대 신기술상(2005), 동탑산업훈장(2007), 대한민국 100대 기술 주역상(2010)

2012년 11월 말 발표된 LG전자 인사의 주인공은 단연 ‘고졸 사장 탄생’으로 각 언론에 크게 보도된 조성진 사장이다. 조 사장은 1975년 서울 용산공고를 졸업한 뒤 LG전자(당시 금성사)에 입사했다. 1년의 견습기간을 거친 뒤에야 정식 직원이 됐다. 그 ‘소년’이 36년 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회사의 생활가전사업(HA·Home Appliance)을 총괄하는 CEO 자리에 올랐다. 고졸자가 사장이 된 건 54년 LG전자 역사상 처음이다. 세간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조 사장은 취임 후 어떤 언론과도 공식 인터뷰를 하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연구소와 창원 공장을 오가며 꼼꼼히 업무만 파악 중이다. 축배를 드는 대신 곧바로 ‘새 일’에 뛰어들었다. 조 사장을 아는 이들은 이것이 바로 ‘조성진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조 사장은 사장이 되기 전부터 업계에서 이미 ‘학벌의 벽을 뛰어넘은 엔지니어’로 유명했다. 통돌이 세탁기, 노클러치 터보드럼 세탁기, 대용량 스팀드럼 세탁기 등 우리나라 세탁기 시장의 판도를 바꾼 제품이 모두 그의 연구를 바탕으로 탄생했다. 1976년 금성사 전기설계실에 배치돼 세탁기 설계를 시작한 뒤 30여 년간 한 우물만 파면서 이뤄낸 성과다. 그동안에도 그는 한결같았다. 혁신적인 기술로 ‘대박’을 기록하고 나면 곧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조 사장에게 ‘Mr.세탁기’라는 명성을 가져다준 ‘LG 통돌이 세탁기’ 개발 무렵으로 가보자. ‘통돌이’는 요즘 일반 세탁기를 가리키는 고유명사처럼 쓰인다. 하지만 1996년 LG전자가 이 제품을 내놓기 전까지, 모든 세탁통은 세탁기 안에 단단히 고정돼 있었다. 바닥의 세탁판만 돌아가면서 물살을 만들고 빨랫감을 돌렸다. 조 사장은 이 ‘고정관념’을 깼다. 세탁통과 세탁판을 역회전시키는 알고리즘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1997년 9월 1일 ‘매일경제’는 이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통이 돌아가는 세탁기

“조성진 실장을 주축으로 구성된 개발팀은…매일 ‘고정관념을 깨자’는 주제로 회의를 하면서 신선한 아이디어를 모았다.…통돌이 세탁기 프로젝트팀은 한번 토론을 하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물고 늘어져야 직성이 풀렸다고 한다. 수시로 철야와 야근을 해야 하는 연구팀원들의 침식을 위해 아예 연구실 내에 오디오, 침대는 물론 식기세척기까지 갖춰놓았다. 새벽에 퇴근하는 것이 일상화된 연구원들은 집에서도 문전박대당하기가 일쑤였지만…그 보람은 말할 수 없이 컸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당시 LG전자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고정돼 있던 세탁통을 역방향으로 돌린 효과는 놀라웠다. 기존 세탁기에 비해 세탁물 엉킴 현상이 51% 감소하고 세탁력은 22%, 헹굼력은 24% 개선됐다. 통돌이 세탁기는 그해 가전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조 사장의 다음 도전은 세탁기 모터 혁신이었다. 당시 세탁기의 기본 구조는 세탁통과 모터를 벨트로 연결해 클러치로 조정하는 방식이었다. 세탁통과 모터의 연결 부분에서 결함이 자주 일어나고 소음과 진동이 컸다. 모터의 힘이 세탁통에 바로 전달되지 않아 세탁기 용량을 키우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조 사장은 ‘세탁통에 직접 모터를 부착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당시 세계 세탁기 시장을 석권하고 있던 일본을 비롯해 해외 어느 나라에도 없는 기술이었다.

철야근무와 합숙 연구가 이어졌다. 해법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외환위기까지 찾아왔다. 조 사장은 “외환위기 당시 고비용이 드는 모터 기술 개발을 포기하라는 윗선의 지시를 받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상사의 눈을 피해 일과 후 팀원들과 몰래 숨어 연구를 계속했다. 마침내 1999년 ‘다이렉트 드라이브(Direct Drive)’ 기술을 완성했다. 세탁통에 속도 조절이 자유로운 인버터 모터를 단 것. 현재 LG전자의 모든 드럼세탁기에는 이 때 개발된 ‘DD모터’가 장착돼 있다.

세탁력은 강해지고 진동과 소음은 줄었다. 전기소모량도 감소했다. LG전자는 그해 미국에서 열린 가정용·산업용기기 학술행사 AMCE에서 이 기술로 논문 대상을 차지했다. 통돌이에 터보드럼 기술을 더한 ‘터보드럼 세탁기’는 1999년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선정한 히트상품 대상에 선정됐고, 조 사장은 공로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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