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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역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에게 듣는다

“인수위 대변인 꼭 두고 인수위원들 私心 버려라”

이명박 정부 이경숙 前 위원장

  •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인수위 대변인 꼭 두고 인수위원들 私心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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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언론취재 집중돼도 인수위 공보기능 없어 혼선
  • ● ‘어륀지’ 등 왜곡보도 몇 번에 새 정부 신뢰 무너져
  • ● 참여정부 靑인사기록 인수 못 받아 인선 우왕좌왕
“인수위 대변인 꼭 두고 인수위원들 私心 버려라”
12월 19일의 승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해 5년간의 국정을 디자인한다. 인수위는 국정의 첫 단추에 해당하는 셈이다. 언론의 시선은 정권 밑그림을 그리는 인수위에 쏠릴 수밖에 없다. 국민은 인수위를 보면서 새 정권에 대한 첫인상을 갖게 된다. 호감이 커질 수도 있고 싸늘하게 식어갈 수도 있다. 당선인이야 잘해보고 싶겠지만 역대 당선인이 인수위 시절부터 불행의 씨앗을 키워온 것도 사실이다.

이경숙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5년 전 이맘때 이명박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 위원장을 맡아 두 달간 인수위를 이끌었다. 그 과정에서 별의 별 홍역을 다 치렀다. 최근 이 이사장을 만나 인수위가 어떤 곳인지, 새 정권 인수위가 어떠한 점을 유념해야 하는지 들어보았다.

▼ 벌써 5년이 흘렀네요. 인수위원장 맡았던 소회가 어떠한가요?

“사람은 지나고 나면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고 생각하잖아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는데 이런 생각도 하죠.”

▼ 당시 숙명여대 총장으로서 학교발전기금도 많이 모아 CEO 총장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압니다. 이런 점 때문에 이명박 당선인이 인수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우리나라의 대통령 당선인이 인수위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수위는 있어야겠죠. 지난 정부 5년의 국정 내용을 평가하고 새로운 정부 5년의 국정철학, 비전을 세워야 하잖아요. 전체적인 청사진을 만들어둬야 하는 거죠.”

“시선이 온통 인수위로 쏠리니…”

▼ 그땐 청사진을 어떻게 잡았나요?

“첫 번째로 한 것은 나라의 큰 그림 그리기죠. 많은 사람의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이미 검토된 자료도 많았고요. 그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선진국 진입이라는 국정지표를 세웠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100대 실천과제를 만들었어요.”

▼ 막상 인수위에서 일하다 보면 이상과 현실이 부딪힐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사람들 관심이 전부 인수위로 쏠리잖아요. 5년 전 이때 노무현 정부와 언론의 관계가 굉장히 나빴어요. 기자들 500~ 600명이 인수위 건물에 모여 있었어요. 인수위의 일거수일투족이 다 기사화됐습니다. 국정에 대한 큰 그림이나 중요한 내용이 기사화되기보다는 아무튼 온갖 게 기사화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어요.”

당시 이명박 당선인은 상대편 정동영 후보와 무려 531만7708표의 압도적 차이로 당선됐다. 그러나 그는 당선 직후부터 국민 지지에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여기에 인수위 관련 논란이 한몫을 했다. 이에 대해 이경숙 이사장은 원인을 곰곰이따져보니 인수위 내부의 확정되지도 않은 사안들이 두서없이 언론에 보도된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당선인이 정권의 첫 단추를 잘 꿰려면 인수위에 대변인을 두든지 해서 공보체계를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는 게 이 이사장의 설명이었다.

▼ 언론 이야기를 하셨는데, 인수위원장 시절 ‘어륀지’ 발언 때문에 곤욕을 치르셨죠?

“여론이 왜곡된 정보를 흘린 것에 대해…. 저는 무슨 일이 생기면 자기반성하지 남의 탓 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조용히 있었어요.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발언은 본래 사교육비 절감과 연결되는 좋은 취지로 한 거예요. 영어교육에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연간 15조 원입니다. 중산층 학부모들도 영어 과외로 월 150만 원 내는 상황이 너무 고통스럽다고 이야기해요. 그래서 집집마다 인터넷으로 원어민 영어 동영상 교육 프로그램 볼 수 있게 하자는 거였죠. 인프라 비용이 5조 원밖에 안 들어요. 저소득층 학생들은 영어 과외 받기도 힘들고 학원 가기도 힘들고 조기유학은 더구나 말도 안 되고…영어교육의 사각지대가 이들 저소득층 학생이거든요. 이 학생들에게도 똑같이 기회를 주기 위한 사업이죠. 지금도 국가가 국민의 영어교육을 맡아야 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어요. 당선인이 이걸 꼭 해주었으면 해요.”

▼ 영어 몰입교육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명박 후보가 2007년 대선 때 747이라고 국민소득 4만 달러 이상 가겠다고 이야기했잖아요. 그래서 인수위 때 제가 ‘4만 달러 이상 되는 나라 다 조사하라’고 했어요. 조사해보니 그 나라들 전부 영어가 공용화되어 있었어요. 우리 국민 전체가 영어만 제대로 하면 일자리도 많이 늘어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국가가 영어를 책임져 국민을 한결 자유롭게 해드리자는 거였죠. 그러나 이런 좋은 취지는 다 없어졌어요. 그(어륀지) 발언 나온 것도 ‘내가 대학원 나와 미국 가서도 그렇게 발음을 못하더라’라는 그런 겸손, 자기반성 비슷한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앞뒤 내용 왜곡해서 사람을 희화화하더라고요.”

“왜곡하고 희화화하고…”

▼ 속이 상하셨겠네요?

“사실…꿈에도 그때…참 오해받고 이런 것이 한순간이구나…어떻게 설명할 데가 없더라고요. 지금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거예요. (어륀지 발언 논란도) 좋은 뜻인데 그렇게 이상하게 왜곡되고…꿈에도 생각을 못 했어요. 막상 당하고 보니 제 성격상 변명하고 이런 것도 귀찮더라고요. 거기 있던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니까.”

▼ 일부 언론에서 악의적으로 보도했다고 보시는 건가요?

“음. 그렇겠죠. 그랬죠. 또 학원가에서 그 사업을 많이 싫어했고. 영어학원 문 닫을까봐.”

▼ 말씀을 들어보니 인수위의 언론 대처가 중요하다는 취지인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이번 인수위는 언론에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보나요?

“저는 지금도 언론에 대해 굉장히 친화적이에요. 숙대 총장 때 워낙 잘 지내서 그런 건지, 언론인들하고 정말 친해요. 또 언론이 민주주의를 지켜주는 점도 알고 있어요. 그런데 당시엔 인수위가 무엇을 결정하기 전에 그게 전부 기사화되는 거예요. 예를 들면 ‘휴대전화 요금이 비싸다. 요금 인하에 대해 의논해보자’ 이래서 토론을 시작해요. 끝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당선인과도 의논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퇴근해 TV를 보니까 이 문제가 9시 뉴스에 나오는 거예요. 인수위가 몇 % 인하한다고요. 그러니까 업자들이 난리가 나고. 이렇게 언론이 인수위에서 확정되지도 않은 안을 미리 써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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