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고별 인터뷰

“朴 당선인 공약 재원, 통상적 방법으론 마련 못해”

‘MB노믹스’ 이끈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 정현상 기자│doppelg@donga.com

“朴 당선인 공약 재원, 통상적 방법으론 마련 못해”

2/3
금융 선진화, 공기업 매각 난항

지나간 위기는 위기가 아닌 것으로 기억되기 쉽다. 2008년 7월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했다. 그해 가을 한미 통화스와프협약을 맺기 전에는 외환보유고에 대한 걱정이 많았고, 환율도 폭등했다. 2011년엔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국내 주식시장이 큰 타격을 받아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빠져나갔다.

▼ 이명박 정부는 기업 친화 정책을 폈습니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은 역대 최저였고, 양극화 심화와 같은 부정적 측면도 초래됐습니다.

“경제 살린다고 시작한 정부인데 성장률이 낮아서 서민이 고통 받고….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변명을 하자면, 지금은 전 세계 경제가 연결돼 있어 외부 요인을 감안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할 수밖에 없고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입니다. 세계경제의 맥락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겁니다. 더욱이 지난 5년 동안 두 차례의 큰 경제위기가 있었어요. 그럼에도 전 세계 평균 수준인 2.9%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선진국들의 평균 성장률은 0.6% 정도였어요. 노무현 정부 때는 성장률이 세계 평균보다 0.5%p 낮았습니다.

양극화 심화 문제는 오해가 좀 있는 것 같아요.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악화하던 소득분배 지표들이 2010년부터 조금씩 개선됐습니다. 다만 외환위기 이후 15년간 양극화가 꾸준히 진행됐기 때문에 국민이 이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양극화를 개선하기 위해 동반성장이나 공생협력을 내세우지 않았습니까.”



재벌 불투명 경영 청산해야

▼ 재벌의 문제는 뭐라고 봅니까.

“‘재벌’은 정치적 가치를 담은 용어입니다. 법률용어는 ‘대기업집단’이죠. 이들의 장점과 단점을 바르게 인식하는 게 중요합니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자본이 집중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게 대기업집단의 장점입니다. 또 이들은 어느 한쪽에서 실패해도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것으로 벌충할 수 있습니다. 기업 단위의 책임 있는 경영보다는 기업집단 중심 경영을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개별 주주의 처지에서 보면 기업집단 내 다른 기업 때문에 내 주식이 손해를 봤다는 식의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책임 전가가 발생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의사결정이 빠른 만큼 잘못된 결정이 나올 공산도 큽니다. 오너 중심으로 경도된 지배구조와 비자금 조성 등 불투명한 경영으로 지탄을 받기도 하고요.”

▼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요.

“대기업집단의 경영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편법으로 얼마든지 회피할 수 있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대기업집단의 문화와 관행이 세계 표준과 부합하도록 바뀔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다음에 최소한 시장경제와 공정한 경쟁체제를 위협하지 않을 정도의 견제장치를 법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어떤 법적 장치가 가능할까요.

“예컨대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대해선 과세를 강화하고, 하도급 회사에 대한 횡포나 납품단가 후려치기, 핵심 연구인력과 기술 빼가기 등에 대한 제어장치도 마련해야 합니다. 정부도 그런 방향으로 제도를 갖춰나가고 있어요. 그러나 기업이 크고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자꾸 규제하다간 소탐대실(小貪大失)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기업이 세계 무대에서 싸워야 하는데, 국내에선 대기업이라 해도 글로벌시장에서 보면 평범한 선수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을 감안해서 규제는 세계 표준에 부합하게 하는 것이 좋겠지요.”

▼ MB 정부의 최대 업적을 꼽는다면.

“대한민국이 처음 발제해서 세계적 어젠다로 만든 것이 바로 녹색성장입니다. 기본 틀은 현 정부에서 갖췄습니다. 저탄소녹색성장법, 배출권거래제, 녹색성장위원회, 녹색기후기금,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등이 그런 틀입니다. 물론 이런 것들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게 하려면 여러 가지 추가조치를 해야 합니다. 녹색성장정책을 통해 3만~4만 달러 소득시대로 진입할 수 있는 문을 열었다고 생각합니다.”

▼ 새 정부에 녹색성장 이행 의지가 있을까요.

“박근혜 당선인 특사로 다보스 포럼에 간 이인제 의원이 국제사회에 녹색성장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으니 그대로 지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녹색성장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전매특허이므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중요한 국가 의제로 추진해나갈 것으로 확신합니다.”

2/3
정현상 기자│doppelg@donga.com
목록 닫기

“朴 당선인 공약 재원, 통상적 방법으론 마련 못해”

댓글 창 닫기

2019/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