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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반성하는 민주당 호남 텃밭 날릴 수도”

한상진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장

  • 구자홍 기자│jhkoo@donga.com

“말로만 반성하는 민주당 호남 텃밭 날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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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이냐, ‘은폐’냐

▼ 2월 1~2일 열린 워크숍에서 ‘총선 평가’ 문건 은폐 논란이 있었지요. 그 부분에 대해서도 진실규명을 합니까.

“사실에 기초해 조사를 벌일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문성근 전 대행에게 질의서를 보낼 겁니다.

문 대행이 이의 제기를 했다면 누구에게 보완하도록 했는지가 나와야 하는데 그게 분명치 않아요. 지도 체제가 바뀌면 차기 지도부에 보고서를 인계했어야 하는데 박지원-이해찬 체제로 지도부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전혀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총선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채 대선에 임했다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한 꼴이 됐습니다. 총선 보고서 은폐 논란이 사소한 문제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건 정당의 체질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논란입니다.”

보고서 유실 논란 얘기는 민주당의 운영 실태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민주정책연구원의 운영 현황을 들여다본 한 위원장은 ‘난맥상이 극에 달했다’고 혀를 찼다.



“민주정책연구원은 형식상 독립기구입니다. 1년에 45억 원의 국고를 지원받아요. 그런데 실상은 독립성, 자율성과 거리가 멀어요. 연구원 인력 대부분이 다른 일을 하고, 예산도 전용된 사례가 많습니다. 당의 싱크탱크가 이렇게 운영된 것은 중앙당이 모든 것을 통제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중앙당 운영의 난맥상이 연구원 인력과 예산 운용에도 그대로 투영된 셈입니다.”

한상진 위원장은 “민주당이 큰 병에 걸렸다”고 걱정했다. 다시 대선 평가로 화제를 돌렸다.

“대선 평가는 개개인의 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그래서 당 소속 인사들의 집합체가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등 당 지도급 인사들 의견도 묻고, 광역의원, 의원 보좌진 의견도 수렴할 생각이에요. 집합체 의견은 대선 평가의 중요 척도가 될 것입니다. 선대위 활동에 대한 문서도 살펴보고, 관련자 증언도 청취해 선거 캠페인과 조직 운영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세밀히 분석할 계획입니다.”

대선평가위원회는 출범 이후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전체회의를 열어 평가를 진행해왔다. 설 연휴 뒤인 2월 셋째 주부터는 선대위 3개 캠프(민주, 희망, 미래)에 참여한 실무 책임자를 직접 불러 청문 절차도 진행한다.

그러나 대선평가위원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할 실무진은 위원회가 출범한 지 20여 일이 지나서야 겨우 구성을 마쳤다. 서둘러 대선평가위를 출범시킨 것과 대조된다. ‘마지못해 대선 평가를 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 개인적으로 민주당의 대선 패인이 어디에 있다고 봅니까.

“대선 때 당이 총력 체제로 운영되지 못한 점이 가장 커요. 민주당은 대선에서 승리한 경험도 있고 전국 조직도 갖춘, 잠재력이 큰 정당입니다. 그런데 대선에선 잠재 역량의 70%, 아니 50%도 발휘하지 못했어요. 어떤 이유로 내부 시스템이 풀가동되지 못했는지 규명돼야 합니다. 당 전체가 야권후보 단일화라는 도그마에 너무 깊게 매몰돼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후보단일화가 엉망으로 끝나면서 선거구도도 어그러졌어요. 그렇게 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따져볼 것입니다.

또한 한국 사회의 변화를 민주당이 정책적인 면에서 충분히 따라잡지 못한 점도 있어요. 정당의 지식두뇌 기능이 제대로 발휘됐다면 생활 밀착형 공약으로 유권자의 표심을 사로잡았을 겁니다. 예컨대 경제민주화나 복지 프로그램이 원래는 민주당이 선점한 정책 아닙니까. 그런데 박근혜 후보가 두 공약을 가져다가 유권자 구미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구경꾼처럼 지켜봐야만 했죠. 대선 과정의 여러 의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평가할 것입니다.”

‘親文 이너서클’이 문제?

▼ 총선과 대선 이후 당 지도부는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는데요.

“그거야 정치적으로 물러난 것이죠. ‘직(職)’에서 물러났을 뿐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얘기하지 않았잖아요.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당에 해를 끼쳤다면 어떤 잘못과 과오를 범했는지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밝혀야죠. 그래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냥 직에서 물러나면 그만이라는 식 아니었습니까. 대선 과정에 당의 단합이 이뤄지지 못했다면 누군가 책임지는 사람이 나와야 마땅합니다.

문재인 후보를 중심으로 선대위를 꾸려 선거를 치렀으니 그 과정을 찬찬히 따져보면 책임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지 않겠어요? 당시 선대위 본부장을 지낸 사람조차 충분한 권한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말은 (선대위) 내부에 이너서클이 있었다는 얘기 아닙니까. 대선 과정에 당의 많은 인사가 소외감을 넘어 무력감, 심지어 모멸감까지 느꼈다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당을 위해 불행한 일이죠. 선거에 지고도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는 민주당이 국민의 눈에 오만하게 비치지 않겠어요?”

▼ 친노(친노무현) 이너서클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친노에 대해 당내 인사들은 경계와 구분이 모호하다고 말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의원 배지를 단 사람은 모두 친노 아니냐고. 어떤 이는 ‘친노가 아니라 친문(친문재인)’이라고도 합니다. 문재인 전 후보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낼 때 문 실장을 중심으로 함께 일한 사람들을 가리켜 그렇게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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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 기자│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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