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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 민족주의가 김종훈 사퇴 불렀다”

김영근 세계한인네트워크 회장

  • 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폐쇄적 민족주의가 김종훈 사퇴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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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미동포’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계기로 재외동포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중적 시각이 도마에 올랐다. 재외동포 권익 향상을 위해 활동해온 김영근 세계한인네트워크 회장을 만나 이번 일로 불거진 재외동포들의 우려와 새 정부가 취해야 할 재외동포 정책에 대해 들어보았다.
“폐쇄적 민족주의가  김종훈 사퇴 불렀다”
김영근(57) 세계한인네트워크 회장은 1981년 미국으로 가족이민을 떠났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부동산사업으로 성공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다. 2003~07년 워싱턴 한인연합회 회장, 2005~06년 세계한인회장대회 의장을 지냈다. 2005년엔 ‘재외동포 참정권연대’를 만들어 재외동포들이 참정권을 얻는 데도 기여했다. 2007년 말 한국으로 돌아온 김 회장은 세계한인네트워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세계한인네트워크는 지역한인회장 출신 등 세계 30여 개국 1000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월 제3회 재외동포정책포럼을 연 데 이어, 4월 10일 재외동포의 역할과 독도를 주제로 한 포럼을 준비하고 있다.

▼ 성공한 재미동포로 주목을 받은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논란 끝에 사퇴하고 미국으로 떠났는데.

“그분은 개인적으로 잘 모르지만, 그분 아버지가 볼티모어 한인회장이어서 가깝게 지냈다. 사퇴 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 일각에서 ‘애국심으로 장관직을 수행하겠다고 해놓고 너무 쉽게 사퇴했다, 애국심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느냐’는 비난도 있지만, 그의 선택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는 어려서 이민 온 1.5세대다. 한국인이나 한인 1세대와는 사고방식이 좀 다르다. 한국적 애국심은 민족주의란 이름 아래 맹목적으로 자신과 가족이 희생할 수 있다고 여기지만 미국식 애국심은 개인주의의 발현이다. 국가에 기여하면서 자부심도 가져야 하는데, 자기가 생각한 것과는 너무 다른 현실에 실망이 컸을 것이다. 미국도 인사청문회를 철저하게 하지만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는 않는다. 애국심 이전에 무책임한 인신공격과 모욕에서 자신과 가족의 명예를 보호하는 게 더 중요했을 것이다.”

재외동포를 보는 이중성

▼ 검증 과정에서 많은 의혹이 제기됐다.

“재외동포 사회에서 봤을 때는 어이없는 일이다. 내가 듣기로 한 재미 언론인이 청와대에 투서를 했다고 한다. 자기 소유의 비행기를 타고 도박이 합법인 도시에 가서 도박을 한 게 뭐가 문제인가. 또한 외환위기 때 부동산값 폭락을 막기 위해 한국 정부가 나서서 재외동포들에게 한국 부동산을 사라고 설득했다. 그때 애국하는 마음으로 많이들 샀다. 그런데 이제 와서 몇 배가 올랐으니 부동산 투기라고 하질 않나, 뉴저지의 룸살롱을 갔다면서 마치 범죄를 저지른 양 인신 비방하는 것을 보면서 환멸을 느꼈을 것이다.”

▼ CIA (미 중앙정보국) 간첩설까지 나왔다.

“그가 CIA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오히려 CIA에서 놓아주지 않았을 것이다. 김종훈 후보자가 CIA 자문위원을 했다는 것인데, 그 정도 성공한 인물은 이런 저런 기관의 자문위원에 위촉되게 마련이다. 그 논리라면 앞으로 성공한 한인은 아무도 한국에 돌아가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없다. 미국은 간첩사건에 엄격하다. 로버트 김은 별것도 아닌 내용을 한국 친구에게 이야기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우리도 법을 엄격히 적용하면 되는 것이지, 외국 국가기관과 관련이 있었다고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발상이다.”

▼ 김 후보자가 미국 시민권자라는 데 대한 거부감이 작용한 것 같다.

“그래서 안타깝다. 나도 처음 미국에 갔을 땐 이제 삶의 터전이 그곳이니 미국 사람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시민권도 취득했다. 그렇다고 한국인임을 저버린 것은 아니다. 재외동포들은 해외에 나가 있어도 자신이 태어난 나라 대한민국을 잊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애국자가 된다. 그런데 한국에선 우리가 해외에 있을 때만 동포로 여기고, 한국으로 돌아오면 외국인 취급을 한다.”

▼ 이번 일에 대해 재외동포들의 시각은 어떻던가.

“폐쇄적 민족주의의 발로로 보면서 실망하고 우려하는 분이 많다. ‘글로벌 시대’와 ‘세계화’를 이야기하고 ‘700만 재외동포는 우리의 소중한 인적자원’이라고 말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 배척하는 걸 보고 나도 ‘아직 이 정도밖에 안 되는구나’ 싶었다. 이번 일 때문에 앞으로 한국에 와서 뭔가를 하고 싶은 2, 3세들이 주저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재외선거 보완 필요”

현재 우리 재외동포는 175개국 720만 명으로 추산된다. 우리 인구가 4500만 명이니 16%에 달하는 많은 숫자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재외동포에게 제대로 눈을 돌린 건 20년밖에 되지 않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3년 ‘신재외동포정책’을 내놓은 게 계기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외동포법을 제정하고 재외동포재단을 만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세계 한인의 날을 제정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복수국적을 일부 허용됐다.

“한인회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게 정부의 재외동포 정책이 일관성이 없고 근시안적이라는 점이다. 미국을 방문하는 정치인들에게 재외동포 정책의 중요성을 역설했지만 관심 밖이었다. 우리에겐 투표권이 없어 표가 안 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2005년 미주한인회총연합회 사무총장을 하면서 헌법소원을 냈고, 2007년에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음으로써 마침내 재외동포도 참정권을 얻을 수 있었다. 2007년 대선 때부터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이 결사반대했다. 재외동포들을 보수층으로 인식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2008년 겨우 법률이 통과돼 지난 총선과 이번 대선에서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런데 투표결과를 보니 민주당 지지표가 더 많이 나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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