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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vs 인물

김병관 - 김관진 우정과 경쟁 40년

스페셜리스트 vs 제너럴리스트

  • 이정훈 편집위원│hoon@donga.com

김병관 - 김관진 우정과 경쟁 4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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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사 28기 동기 김관진과 김병관은 학창시절부터 치열하게 경쟁했다.
  • 한 사람은 제너럴리스트, 다른 한 사람은 스페셜리스트의 길을 걸었다.
  •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국방 책임자는 제너럴리스트인가, 스페셜리스트인가.
김병관 - 김관진 우정과 경쟁 40년
북한의 거듭된 도발 위협으로 박근혜 정부의 국방부 장관 임명 파동은 벌써 먼 옛날의 일이 돼버린 것 같다.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 사태는 한 달 이상을 끌다가 김 내정자가 자진사퇴하고, 김관진 현 장관이 유임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 과정에는 김병관과 김관진의 우정과 경쟁 40년, 우리 사회의 막연한 오해와 정쟁(政爭) 등 여러 단면이 뒤섞여 있다.

이 사태는 김 내정자가 중개업체인 UBM텍의 고문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롯됐다. 그리하여 UBM텍이 김관진 장관 등에게 영향을 끼쳐 UBM텍이 수입하는 무기를 사도록 하기 위해 김 장관의 육군사관학교 28기 동기인 김 내정자를 고용했다는 ‘소설’이 만들어졌다. 육군 대장 출신이 로비스트로 고용됐으니 ‘당연히’장관 자격이 없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런데 재향군인회와 성우회 등 군을 잘 아는 쪽에서는 “김병관은 국방부 장관을 할 자격이 있다”며 그를 감쌌다. 180도 다른 주장이었다.

그런데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국회 청문회는 시중 여론을 재탕, 삼탕하는 선에서 끝나버렸다. 그리고 김 씨가 사퇴하면서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다. 엉킨 것을 풀지도 않고. 이는 필요한 인사를 검증하는 국회 시스템이 주먹구구라는 걸 보여준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쓰지 못하면 혼란과 낭비가 초래된다.

로비스트는 고위 인사에게 뇌물을 건네고 유리한 대가를 받아내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뇌물 수수가 밝혀지면 로비스트는 물론이고 뇌물과 향응을 받은 공직자도 처벌된다. 뇌물 사건은 준 사람보다 받은 사람이 더 강하게 처벌받는다. 김병관 씨가 로비를 했다면 그 핵심 대상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노대래 방위사업청장이어야 한다. 두 사람이 로비와 관련해 김 씨를 만났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김 장관은 유임시키고, 노 청장은 장관급인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영전시켰다. 김 씨의 로비가 있었다면 이는 아주 잘못된 인사인데, 김씨를 물고 늘어졌던 야당과 여론은 두 사람의 유임과 영전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유임, 영전한 ‘로비 대상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 씨는 로비를 하기 위해 UBM텍에 들어간 것이 아니었다. 김 씨는 김 장관과 노 청장을 상대로 로비를 한 적이 없으니 야당도 대형 ‘게이트’를 만들지 못하는 것이다. 그는 국산 전차 K-2의 결정적 결함을 해결하기 위해 이 회사에 들어갔다.

우리나라는 막연한 ‘국산무기 제일주의’에 빠져 있다. 시작할 때는 세계 최고를 만들 것처럼 큰소리를 쳐놓고, 끝날 때는 마무리를 제대로 못해 절절맨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국산 대잠(對潛)로켓(ASROC)인 ‘홍상어’다.

보통의 어뢰는 물속으로 발사된다. 그런데 물은 저항력이 크기 때문에 어뢰는 수상함이나 잠수함이 전속력으로 달리는 정도의 속도로 항진한다. 따라서 너무 멀리 있는 적 잠수함을 향해 쏘면 표적에 도달하기 전에 연료가 소진된다. 이 때문에 멀리 있는 적 잠수함을 잡아야 할 때는 수상함에서 대잠로켓을 발사한다. 미사일처럼 하늘로 발사된 대잠로켓은 적 잠수함이 있는 곳에서 입수(入水)해 스크루를 돌려 표적으로 돌진해간다.

지난해 초 1000억 원을 들여 개발한 홍상어가 실험발사에서 입수 직후 사라져 버렸다. 보고를 받은 이명박 대통령이 이상하게 여겨 다른 홍상어도 발사해보게 했다. 그 결과, 8발 가운데 3발이 입수 직후 실종됐다. 그제야 원인을 찾는 작업이 시작됐다. 물은 부드러운 것 같지만 고속으로 떨어지는 물체엔 맨땅이나 다름없다. 금속으로 된 항공기도 바다로 추락하면 풍비박산이 난다. 홍상어도 입수하는 순간 이런 충격을 받는다. 따라서 낙하할 때 낙하산을 펴 낙하 속도를 줄여준다. 이때 중요한 것이 입수 속도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발사된 홍상어가 올라갈 수 있는 정점(頂點)에 헬기를 띄우고, 그곳에서 홍상어 대용물을 떨어뜨려 입수 속도를 구했다. 직하(直下)하는 낙하 속도를 찾은 것이다. 그런데 홍상어는 미사일처럼 발사되므로 정점에 오른 다음에는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진다. 포물선 낙하는 직하보다 속도가 빠르다. 그러니 직하 속도를 근거로 개발된 홍상어는 입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리거나 전자장치가 망가진 것으로 추정됐다. 그 후 ‘홍상어 뇌진탕 사건’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최신 무기로 소개됐던 K-11 복합소총도 실제 사격에서는 조준경이 깨져 전량 리콜됐다. K-21 신형 장갑차는 물속으로도 갈 수 있도록 개발됐다는데, 개발 후 강을 건너가다 물이 새어 들어와 승조원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흑표’라는 별명을 가진 K-2 신형 전차는 엔진과 변속기, 냉각시스템을 합친 ‘파워팩’이라고 하는 구동품에 하자가 있어 운행 도중에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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