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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에겐 미안하지만 이제 ‘정치 노조’는 끝내야”

김재철 前 MBC 사장 사퇴 후 첫 인터뷰

  • 김지영 기자 | kjy@donga.com

“후배들에겐 미안하지만 이제 ‘정치 노조’는 끝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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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나는 보수주의자, DJ에게 리더십 배웠다
  • ● MBC 기여한 ‘선덕여왕’ 이요원에게 120만 원짜리 선물
  • ● ‘PD수첩’은 없어선 안 될 프로그램…정정당당해야
  • ● 8시 뉴스 시청률 9%대 회복…후배들이 돌아오고 있다
  • ● 후배들 미워하지 않는다, 언젠가 내 마음 알아줄 것
“후배들에겐 미안하지만 이제 ‘정치 노조’는 끝내야”
사실 좀 뜻밖이었다. 김재철(60) 전 MBC 사장과의 인터뷰가 순조롭게 성사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김 전 사장은 2010년 ‘신동아’가 단독 보도한 김우룡 당시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장의 ‘큰집 조인트’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그 일로 사장 재직기간 내내 ‘낙하산 인사’라는 낙인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그가 거듭된 인터뷰 제의에 “4월 13일 오후 3시에 보자”고 답을 보내왔다.

약속한 시각,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음식점. 김 전 사장은 감색 신사복 차림에 어울리지 않는 캡 달린 모자를 쓰고 나타났다.

“요즘 어딜 가나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서….”

그도 그럴 것이, 최근 3년여 동안 김 전 사장은 MBC를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역대 어느 사장보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콘텐츠 개발, 글로벌 사업 다각화 등을 이룬 것은 공(功)으로 평가받지만 그가 남긴 상처도 만만찮다. 170일간의 노조 파업과 230명 넘는 노조원 징계, 파업 대체인력으로 뽑은 계약직 기자의 정규직 전환 등은 MBC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다.

그는 임기가 끝나지 않은 3월 27일 사표를 내고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2010년 MBC 사장에 취임한 지 3년 1개월 만이다. 취임 첫날부터 계속된 노조의 사퇴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던 그가 스스로 회사를 나온 데는 MBC 대주주인 방문진의 해임 의결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방문진 이사들은 3월 26일 이사회에서 그가 지역사, 자회사 사장 인사를 멋대로 한다는 이유 등을 들어 사상 처음 ‘MBC 사장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김 전 사장 재임 기간 세 차례나 해임안을 부결시킨 방문진이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인 것이다. 마주 앉자마자 그 얘기부터 꺼냈다.

신라 장군 vs 백제 장군

▼ 인터뷰를 꺼릴 줄 알았다.

“MBC 사장으로 있을 때도 정식 인터뷰는 한 번밖에 안 했을 거다. 오늘 인터뷰도 회사 나와 처음 하는 거고. 요즘은 언론이 논조를 왜곡하는 경향이 있어서 인터뷰를 많이들 꺼리더라. 특히 좌쪽에 있는 언론이. 문화예술인도 문화권력인데 80~90%는 진보 쪽이다. 중도보수 쪽에 있으면 외로운 싸움이 불가피하다. 영화 좀 기획해서 만들려고 하면 막 몰아치니까.”

▼ 노선이 중도보수인가.

“보수개혁주의자다. 한군데 있기를 싫어한다. 스타일 자체도 그렇고. 항상 새로운 생각을 한다. 그게 재미있으니까.”

▼ 노사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졌는데 책임을 느끼나.

“노조 후배들이 화가 풀리기를 계속 기다리는 거다. 화 풀린 후배들은 돌아오라. 다들 젊은 기자시절이 있었으니까 화나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 기사를 거칠게 쓰는 기자들도 이해한다. 다만 사실이 아닌 걸 그냥 둘러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 편집에 관여하지 않았나.

“전혀 안 했다. FTA(자유무역협정)라든지 지금 이슈인 핵 문제라든지 정부에 중요한 사안은 의견을 제시했다. 취재를 하지 말라든지, 방향을 간섭하는 게 아니라.”

▼ 청와대에서 압력 받은 적 있나.

“MBC 문제로 기분이 상해서 전화하기도 한다. 정무수석이든 홍보수석이든. 그럼 한참 들어주고 나서 말한다. 우리도 국민을 위한 방송인데 우리가 판단해서 한다고. 마음 다치지 않게 일단 설명한 다음 내 뜻대로 한다. 그게 사장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 정부에서 신경 써달라고 했다고 얘기하면 데스크는 ‘(기사를) 빼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 않나.

“부장들하고는 내가 통화를 전혀 안 한다. 보도본부장이나 보도국장이 책임자니까 그쪽에 의견을 묻는데, 국장이 ‘지금은 보도를 안 하는 게 나은 거 같다’고 하면 그냥 끝낸다. 임원회의를 할 때도 충분히 토론한다. 임원과 본부장들 10명 정도가 회의를 하니까 3명만 오케이 하고 7~8명은 아닌 거 같다고 얘기하면 굳이 추진 안 한다. 좀 섭섭해도 기다린다.”

▼ 해고 등 징계, 인사 문제, 신천동 교육 조치, 노조 탄압…가혹하지 않나.

“나도 가슴이 아프다. 근데 김유신은 신라 장군, 계백은 백제 장군이다. 두 분이 잘 알더라도 이념 싸움 때문에 양보할 수 없는 거다. 왜 후배들을 안 아끼겠나. 난 어떤 후배에게도 한이 전혀 없다. 언젠가 후배들도 선배 마음을 이해할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젊었을 땐 선배한테 꾸지람 듣고 화가 나서 술 마시고 그랬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선배들이 옳은 얘기를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 파업 대체인력 투입도 임원회의에서 결정한 일인가.

“작년 1월 30일 파업이 시작되고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내가 그랬다. 기자들이 다 나가버렸는데 방송을 펑크 낼 순 없고, 기본적인 건 메워야 하는데 사람은 없고…그러면 부장들이 쓰러진다. 탈진한다. 화가 나면 자기들도 지쳐서 후배들과 마찰이 더 심해지지 않나. 그럴 때는 라디오 뉴스를 줄여라, 텔레비전 뉴스도 줄여라, 화가 나서 너무 지쳐버리면 아무것도 못 한다고 했다. 파업한 지 한 달 정도 지났을 때부터 사람을 좀 뽑자 그랬다. MBC는 50년이 돼서 너무 안정돼 있다. 파도가 없다. 때로는 밖에서 충격이 와야 회사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봤다. 앞으로 회사가 더 잘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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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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