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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연구

‘공공의 적’인가 ‘천리안 전략가’인가

‘NLL 南南전쟁’ 태풍의 눈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 이정훈 편집위원 | hoon@donga.com

‘공공의 적’인가 ‘천리안 전략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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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대모산 국정사 대처스님’의 비밀
  • ● 어항 속 금붕어 생활 즐기는 ‘관저귀신’
  • ● 외부 회식은 없다, 외부 사람도 안 만난다
  • ● 동기 김오랑 죽음에 항의, 하나회 비판
  • ● 노무현, 박근혜와의 기싸움
‘공공의 적’인가 ‘천리안 전략가’인가
2011년 8월 18일자 ‘국민일보’는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내곡동 관저 대신 국가안보전략연구소가 입주한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부근의 한 빌딩 1개 층을 개조해 관저로 쓰고 있다. 일반인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건물을 국정원장 관저로 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도했다. 결론부터 밝히면 이 보도는 극히 일부분만 사실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국정원장 관저는 국정원 뒤편의 대모산 자락에 있다.

도곡동 건물은 국정원이 안가로 사용하다 외국 정보기관장이 방한하면 숙소로 제공하는 곳이었다. 외국 정보기관장의 숙소를 호텔에 잡으면 경호상 여러 가지 문제로 불편하다. 국가원수라면 일반인을 통제하며 경호할 수 있지만, 정보기관장은 한국에서의 동선(動線) 자체가 비밀이기에 호텔을 통제하는 경호를 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선진국 정보기관도 외국 VIP를 위한 숙소를 운영한다.

국정원장은 대통령을 제외한 그 누구를 만나도 ‘갑(甲)’이 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역대 국정원장은 대개 사람 만나는 것을 즐겼다. 외부에서 만나면 거대한 경호조직이 따라붙으니 ‘폼’도 날 것이다. 그런데 원세훈 전 원장은 노무현 정부의 초대 국정원장인 고영구 씨, 현 국정원장인 남재준 씨와 더불어 ‘3대 관저귀신’으로 불렸다. 세 사람은 낯을 가리는 탓인지 국정원 밖 나들이를 거의 하지 않고 관저 생활을 고집했다.

그런데 40여 일간 관저를 수리할 일이 생겨 원 원장은 사저(私邸)로 옮겨갔다. 사저는 주택가에 있는데, 국정원장이 보는 눈이 많은 사저에서 출퇴근하면 경호상 허점을 노출할 수 있다. 그래서 가끔씩 숙소를 옮겼는데, 그때 도곡동 건물을 세 번 이용했던 것이다. 그러니 그곳이 국정원장 관저라는 보도는 정확하지 않다. 국정원은 언론이 걱정해줄 정도로 이목이 쏠리는 곳에 원장 관저를 만들지 않는다.

‘사실’에 이어 ‘판단’도 공개

국무총리를 가리켜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권력서열’로 따지면 2인자는 국정원장이다. 그 이유로는 국정원장이 대통령 다음으로 삼엄한 무장 경호를 받는 것을 꼽을 수 있다. 국무총리와 국방장관이 탄 차 뒤에는 한두 대의 경찰 차량이나 헌병 차량이 수행한다. 국정원장 못지않은 힘을 가진 대통령비서실장은 그마저 없어 운전기사가 경호원 노릇까지 할 판이다. 국정원장 차는 무장을 숨긴 국정원 요원이 여러 대의 차량에 분승해 전후로 호위한다. 국정원장이 내릴 곳에는 ‘맨 인 블랙’이 먼저 나타나 사전 통제를 한다.

국정원장 관저도 무장 경호를 받는데 그 수준이 청와대 다음이다. 국무총리나 국방장관, 합참의장, 경찰청장 관저는 주택가에 있지만 국정원장 관저는 청와대처럼 ‘사람 사는 모습은 TV로나 봐야 하는’ 인적이 드문 곳에 있다. 대통령은 관저(‘사저’로 부르는 경우도 많다)로 사람들을 불러들여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정원장은 ‘음지의 2인자’라 사람도 못 부르고 대통령의 부름에 대기해야 한다는 구속을 받는다. 한 국정원 관계자가 이런 우스갯소리를 들려줬다.

“국정원 뒤에 ‘국정사(國情寺)’라는 절이 있다. 그 절 주지스님의 법호는 ‘유발(有髮)’이고, 법명은 ‘대처(帶妻)’다. 절은 상당히 크지만 스님은 오랫동안 지내온 보살 한 분하고만 산다. 주지가 바뀌면 보살도 함께 바뀌는데, 새로 오는 주지도 항상 법호는 유발이고, 법명은 대처다. 국정원장은 대개 나이가 많아서, 자식은 밖에 두고 부인하고만 들어와 지내니 대처스님이고, 머리를 깎지 않았으니 유발 스님이다. 대모산 속 국정원장 관저는 너무 적적해 보통사람은 갑갑증을 견디지 못한다. 원장보다 부인이 더 힘들어한다.”

남재준 국정원장이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6월 20일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북방한계선) 발언이 담긴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문을 내놓은 데 이어, 6월 25일에는 전문(全文)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남 원장은 2급 비밀문서로 돼 있던 이 회의록에 대해 비밀 해제해 전문을 제공하게 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국민은 노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NLL에 대해 어떤 식으로 말했는지 소상히 알게 됐다.

이뿐만 아니라 남 원장은 7월 10일 대변인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해 NLL을 포기했다”는 요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사실’에 이어 ‘판단’까지 공개한 것이다. 격투기에서 상대를 테이크 다운시킨 후 팔이나 목을 꺾어 항복을 받으려는 굳히기에 들어간 형세다. 여기에 김관진 국방부 장관도 호응했다. 7월 12일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이 주장하는 군사경계선과 NLL 사이의 수역을 공동어로구역으로 만들면 우리가 관할하는 수역을 북한에 양보하는 결과를 낳는다. NLL 남쪽으로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는 것은 NLL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제가’→‘내가’ ‘저는’→‘나는’

국정원이 내놓은 전문은 과연 노무현-김정일 발언을 그대로 옮긴 것일까. 이 문제에 정통한 국정원 간부는 “100%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평소에도 ‘저는’ ‘제가’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그래서인지 김정일을 만났을 때도 계속 ‘저는…’ ‘제가…’를 반복하며 보고하듯이 말했다. 대화 내용도 답답한데 용어도 스스로를 낮춘 것 일색이라 ‘저는’은 ‘나는’으로, ‘제가’는 ‘내가’로 바꿔 정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조작’에 대해 민주당은 절대 시비를 걸지 않을 것이다. 거는 순간 또 다른 덫에 걸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회의록 내용보다는 공개 행위에 대한 비난에 집중하고 있다. 남 원장이 회의록을 공개한 것은 국정원 직원의 정치 개입을 금지한 국가정보원법(9조) 등을 위반한 것이라며 고발했다. 남 원장과 국정원을 상대로 국회 국정조사도 벌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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