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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평화공원은 국가 대사…소지역주의 매몰돼서야”

정갑철 강원 화천군수

  • 구자홍 기자 │ jhkoo@donga.com

“DMZ평화공원은 국가 대사…소지역주의 매몰돼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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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DMZ 155마일 관통 ‘평화고속도로’ 건설해야”
  • ● “DMZ-민통선 사이 시범 국립공원 조성하자”
  • ● 분쟁지역 30개국 탄피 녹여 만든 ‘평화의 종’
  • ● 남북 자유 왕래하는 수달, 평화홍보대사 임명
“DMZ평화공원은 국가 대사…소지역주의 매몰돼서야”
정전 60주년을 맞은 2013년 여름, DMZ(비무장지대)를 끼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 ‘총성 없는 전쟁’이 뜨겁다. 경기도와 강원도 등 광역자치단체는 물론 기초자치단체들까지 ‘DMZ세계평화공원’ 유치전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DMZ평화공원, 강원도냐, 경기도냐’ ‘경기-강원 DMZ평화공원 유치전’ ‘DMZ평화공원…고성도 나서’ ‘경기도-강원도, DMZ세계평화공원 공동 추진 논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방미 때 미 의회 연설에서 DMZ세계평화공원 조성 구상을 밝힌 뒤 언론매체를 장식한 헤드라인들이다.

치열한 留置경쟁

남북갈등 해결 방안의 하나로 박 대통령이 제시한 세계평화공원 구상을 지방정부가 저마다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유치전을 벌이면서 과열, 혼탁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어느 지역은 배제됐다는 둥 어느 지역으로 낙점됐다는 둥 미확인 소문들이 떠돈다. ‘경기도는 파주, 강원도는 철원과 고성으로 평화공원 후보지가 정해졌다’는 설도 나돈다. 관련 부처는 “특정 지역으로 결정된 바 없다”며 “아직 초안을 마련하는 단계”라는 입장이다.

강원도 화천군은 10여 년 전부터 군(郡) 차원에서 다각도로 DMZ평화공원 조성을 추진해왔다. 정갑철(68) 화천군수는 이전투구 양상으로 전개되는 DMZ평화공원 유치전에 대해 “세계적인 평화공원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자체 간 이기주의에 매몰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정 군수를 8월 6일 ‘쪽배축제’가 한창인 화천군에서 만났다.

“DMZ세계평화공원은 정전 60주년을 맞아 분단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DMZ를 세계평화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려는 국가적 사업입니다. 그런 중요한 사업이 소지역주의로 빠져드는 것 같아 답답해요. 자치단체 처지에선 다들 유치하고픈 욕심이 있을 겁니다. 평화공원 조성을 둘러싼 논의가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 된다’는 식으로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잘못하면 평화의 상징을 만들려다 지역 갈등과 반목만 키울 우려가 있어요.”

▼ 성공적으로 조성하려면 어떤 접근법이 필요할까요.

“미 의회에서 박 대통령이 밝힌 평화공원 구상은 접경지역 주민은 물론 남북한 국민 모두의 가슴에 와 닿는 얘기였어요. 대통령이 해외에서 밝힌 큰 생각이 국내에 들어와 좁은 틀에 묶여서야 되겠습니까. 평화공원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분들이 대통령의 큰 생각을 잘 헤아려야겠죠.”

각 지자체 고유 특성 살려야

“DMZ평화공원은 국가 대사…소지역주의 매몰돼서야”

평화의 댐 부근에 설치된 세계평화의 종.

▼ DMZ평화공원을 추진하는 분들이 먼저 현장을 직접 찾아봐야 할 텐데요.

“돌아보고 민심도 청취해서 조성 계획안을 짠다면 더 좋겠지요. 대통령이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 된다는 생각을 미리 갖고 평화공원 조성 구상을 밝히지는 않았을 겁니다. DMZ와 접해 있는 자치단체가 강원도에 5곳, 경기도에 3곳, 인천에 2곳 등 모두 10곳이나 됩니다. 그런데 어느 한 곳을 정해 평화공원을 만들겠다고 하면 나머지 9곳이 다 싫어하지 않겠습니까. DMZ가 어느 한 지역의 전유물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고요.”

조곤조곤 얘기하던 그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경기도와 강원도가 경쟁하고, ‘철원이 맞다’ ‘고성이 좋다’ ‘파주, 연천이 더 낫다’는 식의 지엽적인 얘기를 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DMZ는 한반도를 동서로 관통합니다. 작은 지역으로 축소해 접근하면 DMZ평화공원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것 아닙니까. 평화공원을 지역 단위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DMZ가 있는 곳 어디라도 평화공원이 될 수 있도록 큰 틀에서 접근해야죠. 특정 지역을 중심에 놓고 사고를 하니까 저마다 자기에게 유리한 논리를 펴는 것이죠.”

▼ DMZ 155마일을 전부 공원으로 조성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닐 듯합니다.

“우선 DMZ를 관통하는 평화고속도로를 만들어야죠. 그 고속도로를 따라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각자 보고 싶은 곳에 가서 관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세계평화공원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겠어요? DMZ 주변 지자체들은 강이 흐르거나, 호수가 많거나, 땅이 넓거나, 많은 역사 유적지를 보유하는 등 고유의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지역 특성을 살려 모두가 평화공원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정부 차원에서 평화고속도로를 검토하고 있는 것 같진 않은데요.

“DMZ를 끼고 있는 10개 지방자치단체가 모여 ‘접경지역 시장·군수협의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인재 파주시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데, 이 회장이 주축이 돼서 평화고속도로 건립 필요성을 알아보는 연구 용역을 의뢰했습니다. 용역 결과가 나오면 정부에 공식 요청할 것입니다.”

▼ 군사분계선을 따라 고속도로를 닦는 것은 군사 안보 차원의 검토가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요.

“근시안적으로 보면 안보에 영향을 미치고 군사작전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세계적인 공원이 조성됐다고 생각해보세요. 국가 전체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한다면 구태여 반대할 이유가 있을까요.”

▼ 정 군수께서는 박 대통령이 밝힌 세계평화공원 구상에 앞서 일찌감치 ‘DMZ국립공원’ 건립을 주장했습니다.

“2009년에 DMZ국립공원을 제안했습니다. 국립공원이 만들어지면 사실 지역에는 큰 도움이 안 됩니다. 오히려 규제만 많아지고 인센티브는 적거든요. 그런데도 DMZ에 국립공원을 만들자고 한 것은 보존에 따른 효용가치가 높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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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 기자 │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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