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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리포트

“암 줄기세포 잡아야 암 고친다”

‘면역요법’으로 암 치료하는 구라모치 쓰네오 박사

  • 도쿄=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암 줄기세포 잡아야 암 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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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기 몸의 면역세포를 증식해 스스로 암을 이길 수 있도록 돕는다는 ‘면역요법’.
  • 이 치료법을 처음 개발한 사람은 일본 센신 병원의 구라모치 박사다.
  • 그는 이 치료법으로 많은 환자에게 새 삶을 줬다. 구라모치 박사는 최근 도쿄에서 열린 특별 강연회에서 “암에도 줄기세포가 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 암 줄기세포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서는 암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암 줄기세포 잡아야 암 고친다”

면역세포 배양실에서 연구 중인 구라모치 박사와 그의 저서.

암은 인류에게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새로운 치료법이 속속 개발되면서 완치율은 올라가고 있지만, 아직도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제1원인이면서 치료 과정도 까다로운 질병이다.

암을 치료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은 표준치료. 외과요법(수술), 화학요법(항암치료), 방사선요법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치료법은 오랜 기간 발전을 거듭하며 상당한 성과를 내왔다. 조기에 발견할 경우 완치에 가까운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의 비율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0여 년간 암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의 비율이 20% 이상 늘었다는 통계가 있다. 특히 발병해도 증세가 뚜렷하지 않고 치료가 어렵기로 소문난 폐암, 췌장암 등의 발병률과 치사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로운 암 치료법이 나올 때마다 큰 관심을 쏟는다.

최근 암 치료 분야에서 주목받는 대표적인 치료법이 ‘면역세포 치료요법’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이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이 치료법은 암 환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면역력을 극대화해 환자 스스로 암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다. 조금 더 전문적으로 설명하면, 우리 몸속의 여러 가지 면역세포가 서로 관계하면서 ‘자기’와 ‘비(非)자기’(異物·항원)를 분별한 뒤 ‘비자기’만을 공격해 제거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이 치료법을 ‘자가면역세포 치료요법’이라고도 한다.

일본 구마모토 현 센신 병원의 구라모치 쓰네오(66) 박사는 바로 이 면역세포치료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는 인물이다. 세계 최초로 면역세포치료법을 개발해 상용화했고,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특허를 받았다. 올해 8월 우리나라에서 받은 특허는 ‘암 면역치료용 세포의 제조방법’이다. 구라모치 박사는 도쿄대 의과학연구소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시피 의대와 캐나다 몬트리올 맥길 의대에서 내과학과 면역학을 연구했으며 일본 성마리안나 의대 면역학과장을 지냈다. 면역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꼽히는 그는 이미 오래전에 혈액에서 면역세포가 모여 있는 림프구를 15분 만에 분리해내는 기술을 확립하는 등 괄목할 만한 업적을 남겼다.

5가지 면역세포 활성화

구라모치 박사의 암 치료법을 간단히 정리하면 사람의 몸속에 있는 5가지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다시 환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치료법은 ‘5종복합 면역세포 치료법’으로 일컬어진다. 5개 면역세포란 △‘자연살해세포’로 불리는 NK세포 △항원을 찾아내 다른 면역세포에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수지상세포 △암세포를 공격하는 기능을 맡는 감마·델타-T세포 △가장 강력한 암 종양 공격 세포인 킬러-T세포 △면역세포의 작용을 총괄하는 NKT세포를 말한다.

구라모치 박사는 2006년경부터 이 치료법으로 암 환자들을 치료해왔고, 지난 수년간 의미 있는 임상 결과를 도출했다. 그가 원장을 맡고 있는 센신 병원의 임상 결과에 따르면 구라모치 박사는 15년 동안 3500여 명의 환자를 치료했는데, 2009년부터 올해 1월까지 면역치료법을 적용한 암환자 189명(남 89명, 여 100명) 중 23%인 43명에게서 암덩어리가 완전히, 혹은 일부가 사라지고 종양 수치가 떨어져 삶의 질이 개선됐다. 치료법의 유효성이 확인된 환자는 61%에 달했다. 그에게서 치료를 받은 환자의 92%(174명)가 이미 암덩어리가 다른 인접 장기로 전이된 3~4기 암환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구라모치 박사 외에도 면역요법으로 암을 치료하는 의사와 의료기관은 많다. 그러나 구라모치 박사의 연구는 이들과 본질적으로 다른 면이 있다. 기존의 면역요법은 여러 면역세포 중 1~2개만을 증식해 활용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모든 면역세포를 한 번에 활용하는 면역치료법을 상용화한 것은 구라모치 박사가 처음이다.

구라모치 박사는 최근 ‘5종복합 면역세포 치료법’을 보다 발전시킨 ‘신(新)수지상세포획득 면역백신요법’(일명 수지상세포치료)도 병용해 치료율을 높이고 있다. 이 치료법은 암 항원을 발견해 치료세포인 T-세포에 전달하는 수지상세포가 보다 정확하게 암 항원을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 치료효과를 높이도록 한 방법이다. 기존의 치료법이 면역세포의 자연적인 기능에 의존했다면, 새로운 치료법은 면역 능력을 인위적으로 높인 방법이란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구라모치 박사의 암 치료법은 환자 자신의 면역세포를 활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인위적인 장치 없이 자기면역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이라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 등과 병행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병행할 때 면역치료 효과가 더 커진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구라모치 박사는 “그래서 우리 병원에서는 면역치료와 함께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같이 하도록 환자들에게 권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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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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