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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대한 사회라야 개인도 행복하다”

‘행복도상국 일본’ 저자 메자키 마사아키의 행복론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관대한 사회라야 개인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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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규모로 보면 일본은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다. 하지만 ‘국민행복’이란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도상국 수준이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한국은 높은 자살률과 낮은 출산률로 신음하고 있다. ‘행복도상국 일본’의 저자 메자키 마사아키는 세계 100개국을 돌며 부유한 국가에 사는 국민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를 파헤쳤다.
  • 그의 얘기는 일본의 얘기인 동시에 한국의 얘기다.
“관대한 사회라야 개인도 행복하다”

서울의 한 서점에 진열된 자신의 저서 한국어 번역본을 들고 있는 메자키 마사아키 씨.

한남자가 있다. 일본 게이오대 상학부 졸업 후 세계적 금융투자회사 메릴린치에 입사해 파생금융상품 트레이더로 일하며 도쿄, 런던, 뉴욕 등 국제 금융의 최전선을 누볐다. 한때 회사를 통틀어 세계 최고의 수익을 올리며 잘 나가던 그는 ‘합법적 도박판’과도 같은 금융계에 회의를 느껴 돌연 사표를 던진다.

이후 10년간 인도, 동유럽, 아프리카, 중남미 등 100개국을 돌아다녔다. 세계 구석구석을 떠도는 동안 그는 ‘개인이 행복한 사회’는 일관된 경향과 특성을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행하면서 체험한 것을 체계적인 ‘행복론’으로 정립하기 위해 영국 런던대에서 사회인류학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사회가 관대할수록 개인의 행복감이 커진다”며 이른바 ‘사회개인주의’를 정립해야 개인의 행복도가 높아진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스스로 납득할 때까지

세계 여행을 마친 그는 직접 보고 들은 경험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행복도상국 일본’이다. 일본이 경제 규모에서 세계 수위를 달리면서도 정작 국민 개개인은 그리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파헤친 보고서다. ‘국가는 부유한데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제목의 한국어 번역본(페이퍼로드, 신창훈 역)도 출간됐다.

일본처럼 높은 자살률과 낮은 출산율로 고민하는 한국 사회는 일본과 유사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국민은 행복해하기는커녕 오히려 불안감이 더 커진 게 현실이다. 우리보다 앞서 경제 발전을 이룬 일본이 여전히 ‘행복도상국’에 머물러 있는 원인을 살펴보는 것은 한국이 직면한 현실의 문제를 진단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행복도상국 일본’의 저자 메자키 마사아키(45) 씨를 만났다. ‘신동아’의 인터뷰 제의에 메자키 씨는 바쁜 일정을 쪼개 한달음에 도쿄에서 서울로 날아왔다. 그는 자신이 행복을 느끼는 일을 실행하는 데에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 고액 연봉이 곧 성공으로 통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큰돈을 벌 수 있는 직장을 그만두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돈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돈만으로 행복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금융 트레이더의 세계는 돈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합법화한 도박판’에서 10년, 20년 영혼을 팔며 인생을 소비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 가장 먼저 어느 나라를 여행했나.

“인도를 1차 목적지로 삼았다. 가는 도중에 아시아 여러 나라를 여행했다.”

▼ 왜 인도인가.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내가 모르는 그 무언가가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금융의 세계는 논리로 미래를 예측하고 모든 것을 숫자로 해석한다. 그런데 인도에서 접한 명상의 세계에서 숫자와 논리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명상은 ‘지금 여기에 있는 나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를 찾는 내면 여행이었다. 힌두교 승원 아슈람에서 1년 넘게 명상에 빠졌다.”

처음엔 2~3년 안에 세계 여행을 마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3년 안에 여행을 마치려 한 것은 3년을 ‘사회 복귀의 한계’로 여기는 일본 사회의 암묵적 상식 때문. 그러나 여행을 떠난 지 3년이 지나도록 인도에 머무르던 그는 이 ‘상식’을 깨고 ‘스스로 납득할 때까지 여행을 계속하겠다’고 마음먹었다.

▼ 여행 기간이 길어질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진 않았는지.

“불안감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호기심도 그만큼 컸다. 미지의 세계를 좀 더 보고 싶다는 행복한 열망에 힘입어 불안감을 다스리며 여행을 계속했다.”

인도를 떠난 메자키 씨는 파키스탄을 경유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했다. 그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란으로 넘어갈 때쯤 9·11 테러 사건이 터졌다. 시리아, 요르단, 이스라엘, 레바논 등 중동 국가를 여행하려던 그의 계획은 테러 이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의 공습이 예상됐기 때문. 결국 터키를 경유해 동유럽으로 향했고, 이후 아프리카와 중남미를 여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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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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