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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어머니 위해 게임 개발 하나용

  • 글·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2013-11-21 15: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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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 어머니 위해 게임 개발 하나용
    출시 12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며 모바일 게임 열풍을 이끈 게임 ‘윈드러너’. 이제 일본과 중국에서도 열풍을 이어가는 이 게임 개발자 하나용(32) 링크투머로우 과장이 최근 세상에 딱 한 사람을 위한 게임을 만들었다. 치매에 걸린 칠순 어머니다.

    어머니는 7년 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증세가 점차 심해져 올 초부터 혼자 생활하기 어려워졌다. 비밀번호를 잊어 집엘 못 들어갔고 전기포트를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 불을 낼 뻔했다. 식사한 지 5분도 안돼 “배고프다”고 하기 일쑤.

    하 과장은 어머니의 치매 진행을 늦출 방법을 고민했다. 간단한 산수 문제나 퀴즈를 풀게 했지만 어머니는 “귀찮다”며 잘 하지 않았다. 재미있으면서 효과적인 치료법을 연구하던 그는 직업이자 취미인 게임 개발에서 답을 얻었다.

    그는 1부터 50까지 순서대로 숫자를 세거나, 불이 반짝이는 순서대로 화면을 누르는 등 아주 간단한 게임을 만들었다. 어머니는 게임에 흥미를 보이며 혼자 아이패드를 켜고 게임을 했다. 최근 하 과장이 어머니를 위해 만든 게임은 ‘카운팅 히어로’. 화면 속 빨간 집과 파란 집 중 병사가 더 많이 들어간 집을 고르는 게임으로, 틀린 답을 고르면 붉은 용이 화면 가득 불을 뿜어낸다. 화면을 집중해서 보고 손으로 마우스를 조작하므로 치매 진행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최근 게임을 마약, 알코올, 도박과 함께 중독산업으로 규정하는 ‘게임중독법’이 발의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OX퀴즈나 사칙연산, 두뇌 트레이닝 등 컴퓨터 게임은 치매 치료 과정에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하 과장은 “앞으로도 어머니와 같은 치매 환자에게 좋은 게임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완치가 어려운 치매는 진행을 늦추는 게 최선입니다. 아들이 게임을 만들어줬다는 것을 잊을 때도 있지만, 정신이 온전할 때는 늘 아들과 며느리에게 ‘고맙다’고 하는 어머니와 오래오래 함께 살고 싶어요.”



    He & S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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