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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잘못했다, 무지했다, 미안하다…내려놓으니 다시 채워지더라”

‘돌아온 언니’ 스타 강사 김미경의 재기 일성(一聲)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잘못했다, 무지했다, 미안하다…내려놓으니 다시 채워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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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석사논문 표절 논란 이후 첫 인터뷰
  • ● 이화여대 “논문 독창성 인정하지만 일부 ‘재인용’ 오류”
  • ● 혼자 논문 수정하며 내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 ● 고교 자퇴한 아들 위해 ‘축하파티’…실패가 아니라 선택
  • ● 백마 탄 남자는 없다. 창업 정신으로 결혼해라
“잘못했다, 무지했다, 미안하다…내려놓으니 다시 채워지더라”
‘스타 강사’ 김미경 아트스피치 원장이 돌아왔다. 석사논문 표절 논란으로 모든 방송에서 하차한 지 1년 만이다.

지난해 초 ‘김미경 열풍’이 불었다. tvN ‘김미경 쇼’는 케이블 방송으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올렸고 ‘드림온’ ‘언니의 독설’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등 그의 저서들은 한꺼번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김 원장은 미래가 불안한 취업준비생, 일과 육아에 지친 워킹맘 등에게 “꿈을 품고 정진한다면 못 할 일이 없다”며 따끔한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이에 많은 사람이 그를 ‘꿈 멘토’ ‘국민 언니’로 추앙했다. 그가 출연한 MBC ‘무릎팍도사’는 이례적으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오르며 화제가 됐다.

내려앉기 전에 내려놓기

하지만 3월 20일, 조선일보가 1면에 그의 석사논문 표절 의혹을 다루면서 ‘김미경 열풍’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조선일보는 2007년 2월 김 원장이 이화여대에 제출한 석사 학위논문이 기존 연구·학위논문을 최소 4편 짜깁기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그는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며 자취를 감췄다.

설 명절을 앞둔 1월 마지막 주, 서울 마포구 하중동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논문 사건’ 이후 첫 인터뷰를 앞두고, 다소 상기된 모습이었다. 김 원장은 2월 중순 발간될 새로운 책을 내밀었다. 책 제목은 ‘살아 있는 뜨거움’. 포근하면서도 강렬한 다홍빛 커버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자기계발서는 여러 권 썼지만 에세이는 처음”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새로운 책을 언제 구상했냐고 물으니 “내가 작년에 시간이 좀 많았니?”라며 화통하게 웃었다. 걸걸한 목소리와 화끈한 말투는 그대로였다.

김 원장은 스스로를 ‘어쩔 수 없는 촌년’이라 표현한다. 1964년 충북 증평에서 태어난 그는, 손대는 사업 족족 실패한 아버지 대신 평생 양장점을 운영하며 가계를 꾸려온 어머니의 억척스러움을 꼭 빼닮았다. 연세대 작곡과에 수석 입학하며 상경의 꿈을 이뤘지만 음악 대신 학생운동에 빠져 대학 시절을 보냈다. 결혼 후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던 스물아홉, ‘꿈이 시키는 대로’ 기업 강사가 됐다. 20년 가까이 기업을 돌며 여성 리더십, 여성 마케팅 등에 대해 강의했고 2006년 MBC 희망특강 ‘파랑새’로 TV 강의를 시작했다. 2011년부터는 ‘김미경의 파랑새’라는 ‘토크 콘서트’ 형식의 강의를 시작해 매달 청중 500여 명을 만났다. 그는 “결혼했으니 일을 그만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한 번도 해본 적 없을 정도로 30년간 쉼 없이 달려왔다고 고백했다.

▼ 평생을 바쁘게 살아왔는데 지난 1년 공백이 낯설진 않았나요?

“방송을 쉬자 기업 강의 요청도 줄어들었어. 프리랜서한테 스케줄은 목숨과도 같은데, 많은 회사가‘사건에 연루된 사람을 강사로 초청하기 어렵다’며 강의를 취소한 거야. 회사 규모를 그대로 운영하기 어려워졌고 직원이 여럿 나갔어. 그런데 잘된 일이지. 비운 만큼 채우는 건데, 이왕이면 화끈하게 많이 비우는 게 좋지. 대통령 중에도 감옥에서 내공을 쌓은 사람이 있잖아. ‘내려앉기 전에 내려놓자’는 생각으로 마음을 많이 비웠어.”

▼ 내려앉는 것과 내려놓는 것이 다른가요?

“많이 달라. 무너지는 걸 아등바등 안고 있으면 쿵 내려앉는 거고, 내가 포기하면 내려놓는 거지. 내려놓았을 때는 내가 어디까지 내려가는지 알 수 있지만, 타의에 의해 내려앉기 시작하면 끝이 어딘지 몰라. 내려놓고 그다음에 채우기 시작하는 거지.”

‘증평 촌년’의 꿈, 어학연수

▼ 지난해 6월부터 3개월간, 미국 어학연수를 다녀왔죠?

“내가 태생적인 촌년이잖아. 대학 때 가장 부러운 게 아버지 돈으로 미국 유학 가는 애들이었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영어로 강의를 해서 베트남, 중국 등 동남아에 내 강의 콘텐츠를 퍼뜨리는 거거든. 근데 그간 하루에 강의를 7, 8건씩 했는데 영어 공부할 시간이 어딨어. 그저 결심과 포기를 반복했지. 그런데 일이 줄어드니 직원들이 ‘원장님, 지금이 일도 적고 영어 공부하기에는 적기예요’라며 나를 미국으로 보내줬어요. 직원들한테 참 고맙지.”

▼ 30년 만에 영어 공부, 잘되던가요?

“정말 오랜만에 영어를 접했지. 진짜로 영어가 왼쪽 귀로 들어왔다가 오른쪽 귀로 쏙 빠져나가더라고. 미국 뉴욕대 여름 어학코스에 갔는데, 한국 학생이 몇몇 있었어. 스무 살 갓 넘은 뽀송뽀송한 애들이야. 한참 토익, 토플 공부하다 온 애들이랑 내가 비교가 되겠어? 근데 내가 잘하는 거 있잖아, 억척스러운 거. 거기서도 3, 4시간만 자면서 공부했어. 글쓰기나 PT(발표)는 본문 전체를 외워버렸고, 단어는 큰 종이에 그림을 그려서 벽에 붙여놓고 외웠어. 오렌지를 쥐어짜는 그림을 그리고 ‘squeeze’, 자동차 문을 당기는 그림을 그리고 ‘pull’, 이런 식으로. 처음 입학할 때는 레벨 시험에서 9단계 중 밑에서 3단계로 들어갔는데, 졸업할 때는 글쓰기 시험에서 96점 받았어. 비법? 그냥 다 외워버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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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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