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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자살 줄일 최선의 방책은 ‘심리적 부검’ 도입”

‘자살 예방 전문가’ 이광자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자살 줄일 최선의 방책은 ‘심리적 부검’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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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OECD 국가 중 10년째 자살사망률 1위
  • ● 불통의 사회…‘경청’과 ‘공감’만이 자살 막아
  • ● 강원지역 자살률 국내 최고, 최근 세종시 부각
  • ● 출산 장려보다 자살 예방이 더 중요
  • ● “언제든 죽을 수 있으니, 잠시 미뤄라”
“자살 줄일 최선의 방책은 ‘심리적 부검’ 도입”
자살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수첩에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유서 형식 글을 남기고 서울역 앞 고가도로에서 분신자살을 기도한 40대 남성의 충격적 사망 소식(1월 1일)이 새해 벽두를 잿빛으로 물들인 건 잇단 자살 행진의 서곡에 불과했다.

치매를 앓던 노부모 간병에 지친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이특 씨 아버지의 자살(1월 6일), 숭례문 부실공사 의혹 조사에 참여했던 충북대 박모(56) 교수의 자살(1월 18일),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를 적극 제기했던 박상표(45)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의 자살(1월 19일)이 줄줄이 뒤를 이었다.

그뿐 아니다. 아토피 피부염 증상이 악화된 딸(8)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부산 30대 여성의 자살(1월 20일), 역시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통받던 대구 여고생(16)의 자살(1월 24일), 조류인플루엔자(AI) 차단 방역으로 토종닭을 출하하지 못하는 처지를 비관한 전북 김제시 50대 축산농민의 음독자살(2월 6일), 주정차 단속 민원에 불만을 품은 인천 60대 택시기사의 분신자살(2월 7일), 우울 증상이 있던 울산 50대 여성의 자살(2월 8일), 충북 청주 세 모녀 동반자살(2월 10일) 등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자살 사건은 일일이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우리나라의 자살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 2003년 이래 무려 10년째 수위를 달린다. 2012년 한 해의 자살자만 1만4160명. 인구 10만 명당 28.1명에 달한다. OECD 국가 평균인 인구 10만 명당 12.5명을 매년 2~3배 웃돈다. 2011년 정신질환실태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자살을 시도한 사람도 10만8000명으로 추산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자살사망률을 낮추는 데 힘써야 할 정책결정자(국회의원 및 보좌관)의 자살 인식 수준은 매우 낮다. 2월 9일 건강증진재단의 ‘우리나라 일반 국민과 정책결정자들에 대한 자살인식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인 501명과 정책결정자 158명, 자살 예방업무 담당자 121명을 대상으로 자살 인식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정책결정자는 모든 조사항목에서 자살 인식 수준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자는 신앙적 믿음이 부족하다’ ‘자살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등의 항목에서 자살 예방업무 담당자보다 정책결정자가 더 수긍함을 보여준 것. 이는 우리 사회가 자살에 둔감한 현실에 대한 방증의 하나다.

성별과 연령, 계층,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염병처럼 번지는 자살을 막을 방도는 과연 없는 걸까.

2월 4일 자타 공인의 국내 최고 ‘자살 예방 전문가’로 꼽히는 이광자(66)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을 만났다. 그는 이화여대 간호학부 교수(정신간호학)로 지난해 8월 말 정년퇴임한 직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에 의해 설립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초대 원장으로 발탁됐다.

이 원장은 교수로 임용된 1976년 당시 막 설립한 국내 최초 자살위기 상담기관인 ‘한국생명의전화’(LifeLine Korea, 이하 생명의전화)에서 상담봉사를 시작해 이후 37년 동안 상담활동 및 5000여 명의 상담원 양성 교육을 병행했다. 또한 한국자살예방협회 창립에 참여했고, 자살 관련 연구와 강의, 자문 등을 꾸준히 해왔다. 현재도 생명의전화 이사 및 교육위원장, 생명의전화 국제협회 한국대표로 활동 중이다.

한 해 1만4000명 ‘자살 선진국’

▼ 최근 들어 부쩍 자살 사건이 두드러지는 듯하다.

“사실 2012년 자살사망률 28.1명은 2011년의 31.7명보다 3.6명(11.8%)이 감소한 것이다. 2011년까지 줄곧 늘다 줄었는데, 이는 2012년 3월 ‘자살 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 예방법)’ 시행 이후 전국에 광역자살 예방센터가 확충된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생명의전화 같은 상담기관들의 지속적 상담 실시, 한강교량의 ‘SOS생명의전화기’ 설치·운영, 지하철역사의 스크린도어 설치, 농촌지역 노인 자살 예방을 위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농약 보관함 설치, 서울 노원구와 동대문구 등 기초자치단체의 지역사회 중심 자살 예방사업 추진 등에 힘입은 것이라 추정되지만,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 2012년 기준으로 10년 전인 2002년과 비교하면 자살률이 10.2명, 즉 57.2%나 급등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오는 9월 나올 2013년 통계를 살펴봐야 한다.”

▼ 왜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고 보나.

“무엇보다 급격한 사회·경제·문화적 변화의 영향이 크다. 다른 나라라면 100년 이상 걸렸을 텐데, 우리나라는 불과 40여 년 만에 세계에서 유례 없는 압축 성장을 급속도로 이뤄냈다. 그에 반해 내적 가치관의 성숙은 더뎌 고난에 대한 대처능력, 분노 조절 능력, 인내력이 부족한 자아능력 약화를 불러왔다. 삶의 의미와 목적의식을 상실하고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팽배한 걸 보면 그렇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10년 기준 세계 13위, 고등교육 인구는 인구비례로 세계 1위다. 반면 부패지수는 180개국 중 39위, 행복지수는 103위로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한마디로 경쟁·성취 위주, 물질만능, 향락지상이 판치는 세상이다. 이젠 다들 웬만큼 먹고살게 됐는데도 빈부격차와 사회양극화는 한층 심화돼 나도 남만큼은 돼야 한다는 정체성 혼란을 곧잘 겪는다. 그 속엔 ‘나’가 없다. ‘우리’와 집단의식을 더 중요시하니 늘 튀지 않아야 한다. 그러니 나답게 살지 못한다. 생각해보라. 다 같이 못 먹고살던 보릿고개 시절에 자살자가 많았던가. 흔히 의학계에서 자살의 주요인으로 꼽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은 정작 전체의 4분의 1에 그친다. 자살은 더는 개인적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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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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