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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상생, 개방의 기수 민형종 조달청장

  • 글·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사진·박해윤 기자

혁신, 상생, 개방의 기수 민형종 조달청장

혁신, 상생, 개방의 기수 민형종 조달청장
지난해 3월 취임한 민형종 조달청장은 취임 두 달 만에 ‘조달행정 혁신 100대 과제’를 선정했다. 이토록 빠른 정책 수립이 가능했던 것은 민 청장이 조달청에만 33년 근무한 ‘조달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민 청장은 “조달청의 문제점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고, 취임 후 ‘현장에 답이 있다’는 믿음으로 중소기업 생산 현장 등을 부지런히 돌면서 해결책을 찾았다”고 말했다. 조달청은 과제 수립 1년도 되지 않은 올 2월 “장기 과제를 제외한 97개 과제를 추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100대 과제 중 그가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도모하는 일이었다. 많은 중소기업이 조달청 입찰에 참여하려 해도, 복잡한 입찰 절차와 서류 제출 부담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조달청은 중소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계약기간은 늘이는 등 ‘손톱 밑 가시’를 빼는 정책을 도입했다. 이 덕분에 지난해 전체 조달청 구매 중 중소기업 매출은 2조3000억 원 늘었고, 여성 기업 매출도 3000억 원 늘었다. 조달청에 등록된 창업 2년 이내 초보 기업 수도 500개 가까이 늘어났다.

“대기업 위주의 성장과 경제 양극화가 사회적 문제인데, 조달청은 중소기업의 조달시장 진출을 도와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용을 창출하도록 유도합니다. 또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으로 벤처 및 창업 기업이 늘었는데, 조달청은 이들에게 안정적 판로를 지원해 창조경제와 경제혁신의 주역으로 자리 잡도록 지원합니다.”

입찰 과정 인터넷 생중계

또한 조달청은 중소기업의 해외 조달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한다. 미국, 유럽연합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개방한 해외 조달시장은 5500조 원 규모. 조달청은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조달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 베트남, 태국 등지에 ‘정부조달 시장개척단’을 파견했고 중소기업과 함께 해외에서 열린 ‘정부조달전시회’ 등에 참여했다. 지난해 국내 중소기업은 해외 조달시장에서 총 1억33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민 청장은 “국내 공공 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이 70% 이상 차지하는 등 포화상태”라며 “조달청은 이들 중소기업이 해외 공공 조달시장에 진출하도록 적극 지원해, 올해는 2억 달러 이상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조달청 납품 및 입찰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민 청장은 지난해 공공 조달시장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획기적인 방안을 도입했다. 턴키설계심의, 최저가낙찰제 저가심사 등 각종 심사·평가과정을 CCTV로 실시간 공개한 것. 올해부터는 ‘나라장터’ 사이트를 통해 전 국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민 청장은 “청렴은 조달청 공무원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공유와 개방을 중시하는 ‘정부 3.0’의 기치에 맞게 앞으로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며 국민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민 청장 취임 후 조달청에는 비리 관련 시비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2002년 오픈한 나라장터는 업체 등록부터 입찰, 계약, 대금 지불까지 조달 관련 전 업무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국가종합전자조달 시스템이다. 유엔은 나라장터를 ‘세계 최고의 전자조달 모델’이라고 평가했고 몽골, 베트남, 코스타리카 등이 나라장터 시스템을 벤치마킹했다.

조달청은 지난해 10월부터 나라장터 시스템을 아파트 관리사무소, 사회복지단체 등 민간에 공개했다. 현재 913개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나라장터에 등록했고, 56건의 입찰이 진행됐다. 민 청장은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는 나라장터를 통해 27년 만에 관리 업체를 공개적으로 바꾼 후 연간 500만 원의 이익을 얻었다”며 “가격 정보와 원가계산 시스템 등 조달청의 노하우가 담긴 나라장터는 사실 국민 세금으로 구축된 것이므로 온 국민이 공유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조달청은 정부와 민간 사이의 ‘가교’ 노릇을 하면서 정부 문턱을 낮추는 기관입니다. 향후 나라장터를 비영리단체, 중소기업에도 개방해 창조경제 확산에 기여할 겁니다.”

신동아 2014년 3월 호

글·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사진·박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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