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호

온라인마켓, 행복꾸러미, 상생마케팅…농민의 농협에서 국민의 농협으로

이상욱 농업경제 대표이사

  • 구자홍 기자 │ jhkoo@donga.com

    입력2014-08-21 16: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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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산물 유통 혁신 ‘농협 a 마켓’
    • 농민, 소비자, 기업 모두 만족 상생마케팅
    • 농우바이오 인수로 비료, 농약, 종자 안정적 공급
    온라인마켓, 행복꾸러미, 상생마케팅…농민의 농협에서 국민의 농협으로
    농협중앙회(농협)는 전국에서 수매한 신선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저렴하면서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농협의 특장을 십분 활용하려 올해 농산물 전문 온라인쇼핑몰 ‘농협a마켓’(www.nhamarket.com)을 새롭게 개장했다. ‘농협a마켓’은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스스로 깨우치는 신동처럼 연관 사업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전국 광역자치단체에서 생산한 농특산물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코너와 주부들이 시장에 가지 않고도 클릭 한 번으로 한 주간 필요한 식자재를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행복꾸러미’ 코너가 대표적이다.

    작은 도서관

    농산물 유통 혁신을 견인할 ‘농협a마켓’ 개장은 이상욱 농업경제 대표이사가 주도했다. 1979년 농협대 졸업 이후 35년 동안 농협에 근무하면서 줄곧 유통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서강대와 중앙대에서 각각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학구파다. 특히 이 대표는 동아일보 인물정보에 ‘유통 현장에서만 13년을 근무해 농협 내에서 최고의 유통전문가로 통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을 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유통전문가다.

    이 대표의 집무실은 농협중앙회 본관 11층에 자리 잡고 있다. 집무실 바로 옆 접견실에는 그가 그동안 모아온 각 분야 책이 벽면을 가득 메웠다. 농업경제 관계자는 “대표이사 접견실은 작은 도서관”이라며 “직원들이 도서대여 장부에 스스로 기재하고 자유롭게 원하는 책을 가져다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접견실을 도서관으로 꾸밀 만큼 책을 가까이하는 이 대표는 그 자신이 ‘유통’과 ‘마케팅’ 관련 저서를 여러 권 펴낸 저자이기도 하다. 8월 12일 오후 책 향기 가득한 농업경제 대표이사 접견실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 농업경제 대표이사로서 역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은?



    “농업경제는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 받고 많이 팔아주는 게 핵심 업무입니다. 본연의 임무를 잘 수행하려면 농산물 유통 채널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죠. 그래서 올해 초 온라인쇼핑몰 ‘농협a마켓’을 새로 단장해 문을 열었습니다.”

    이 대표가 온라인쇼핑몰에 집중한 이유는 미래 고객층인 젊은 세대 소비 패턴이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잠재적으로 우리 고객입니다. 시장에 가지 않고 컴퓨터로 구매하는 데 익숙한 이들을 선점하려면 온라인쇼핑몰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죠. 농협이 온라인쇼핑몰을 일찍 시작하긴 했는데, 그동안 재투자를 하지 않아 한동안 활성화하지 못해 ‘온라인쇼핑몰의 박물관’처럼 방치돼 있었어요. 제가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 전산 시스템도 보완하고 아이템도 늘리고 외부 전문가도 영입해서 ‘농협a마켓’을 오픈해 집중적으로 육성합니다.”

    유통 전문기관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쇼핑몰은 해마다 10% 이상 두 자릿수 성장을 계속하는 데 반해 대형마트는 2~3% 성장에 머물렀다고 한다. 이 대표가 오프라인 매장 확대보다 온라인쇼핑몰에 집중한 것은 이 같은 유통 트렌드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그는 “농협은 농산물 유통에서 다른 온라인쇼핑몰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큰 강점을 가졌다”며 성공을 확신했다.

    행복꾸러미

    ▼ 농협a마켓의 강점이라면?

    “일반 온라인쇼핑몰이 농산물을 직거래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전국 각지에서 수집한 농산물을 수도권 주변 물류센터에 저장했다가 소비자에게 보냅니다. 그러다보니 물류센터 유지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까지 소비자가 부담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전국 산지에 유통센터가 있는 농협은 말 그대로 농산물 직거래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일반 온라인쇼핑몰보다 15~20% 싼 가격에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어요.”

    ‘농협a마트’는 개장 1년도 안 돼 벌써부터 1석3조의 효과를 거뒀다. 유통 마진이 줄어든 만큼 농산물 생산 농가에는 제값을 주고 구매하고, 소비자에겐 좀 더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것. 그뿐 아니라 농협도 투자 대비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하나로클럽 같은 대형매장 하나를 내려면 땅 사고 매장 짓는 데 어림잡아 1000억 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큰돈을 들여 매장을 열어도 첫해에 1000억 원 매출 올리기가 쉽지 않아요. 이번에 새롭게 문 연 온라인쇼핑몰 ‘농협a마켓’의 올해 매출목표가 2000억 원입니다. 2017년에는 1조 원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고요.”

    농협이 농산물을 산지 농가로부터 수매하는 비율은 50%가 넘는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직접 농산물을 공급하는 비율은 10%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일반 유통업체에 비해 오프라인 매장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 때문. 그러나 농협은 온라인쇼핑몰 ‘농협a마켓’이 활성화하면 소비자 공급 비중이 비약적으로 늘 것으로 기대한다.

    온라인마켓, 행복꾸러미, 상생마케팅…농민의 농협에서 국민의 농협으로

    농협이 올해 새롭게 문을 연 온라인쇼핑몰 ‘농협a마켓’

    농협의 온라인쇼핑몰에는 다른 쇼핑몰에서 보기 어려운 특별한 코너가 마련돼 있다. 바로 ‘행복꾸러미’다. ‘꾸러미’ 사업 역시 이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고.

    “아이스박스에 달걀과 콩나물, 두부, 가지, 고추, 깻잎 등 식자재는 물론 쇠고기까지 담을 수 있도록 다양한 제품군으로 구성된 꾸러미는 소비자가 구태여 자동차 기름값을 들여가며 매장에 가지 않고서도 장을 볼 수 있도록 한 획기적인 상품입니다. 또한 농산물 유통단계를 대폭 축소할 수 있는 직거래 방식이기도 하고요. 가격대별로 구성된 꾸러미를 골라 주문하면 산지에서 곧바로 소비자에게 보냅니다. 꾸러미 사업에 많은 국민이 동참해 농가 소득 증대는 물론 가계 실질소득 증가에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꾸러미 사업은 몇몇 기업이 관심을 보이면서 새로운 장보기 문화로 정착할 조짐을 보인다. 한 주류 회사 대표는 2500여 명 되는 직원 모두에게 창립기념일 선물로 ‘꾸러미’를 돌렸고, 직원 생일선물로도 활용한다.

    이 대표는 “보낸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만족하고, 덤으로 농가 소득까지 늘려주는 ‘농협의 농산물 꾸러미’ 보내기 운동에 더 많은 기업과 단체가 동참하면 좋겠다”며 “농산물 꾸러미 보내기를 사회적 국민운동으로 승화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로컬푸드 직매장

    농협은 농산물 유통비용을 낮출 수 있는 로컬푸드 직매장도 대폭 확대했다. ‘로컬푸드’는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이동거리를 최소화해 해당 지역 소비자가 구매해 소비할 수 있도록 돕는 매장을 일컫는다. 2012년 전북 완주 용진농협에 이어 지난해 4월 제2호점으로 개장한 김포농협의 로컬푸드 직매장은 올 들어 하루 평균 판매금액이 600만 원에 달할 정도로 성업 중이다. 로컬푸드 직매장 변경 이전 하루 매출액 규모가 50만 원 수준이었으니, 직매장 전환 이후 매출액이 무려 12배 이상 는 셈. 농협은 올해 안에 로컬푸드 직매장을 전국 50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 온라인쇼핑몰 외에 농협이 새롭게 도입해 추진하는 신개념 농산물 유통방식이 있다면요?

    “농협이 매개가 돼 생산농가와 소비자는 물론, 기업까지 함께하는 새로운 유통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이른바 상생마케팅입니다.”

    ▼ 농산물 유통에 일반 기업이 어떻게 동참한다는 겁니까?

    “버스나 지하철, 심지어 화장실 변기에까지 부착 광고가 성행하는 시대 아닙니까. 조그만 공간만 있으면 광고하는 시대에 사는데, 기업 광고와 농산물 포장을 접목한 것이죠. 과거에는 가마니에 넣어 (농산물을) 판매하기도 했습니다만, 지금은 농산물 포장도 규격화가 잘돼 있습니다. 디자인도 예쁘고요. 규격화한 포장지에 기업 광고를 유치해 소비자에게 광고비만큼 가격을 낮춰 판매하는 것이죠. 지난해 제주감귤에 시범 실시했는데 소비자 호응이 뜨거웠습니다.”

    농협은 지난해 농협생명보험으로부터 3억 원의 광고비를 유치해, 1만 원짜리 제주감귤 10만 상자에 ‘농협생명이 우리 농산물을 응원합니다’라는 광고 문구를 부착한 뒤 소비자에게 광고비(상자당 3000원)로 지원받은 금액만큼 가격을 낮춰 7000원에 판매했다.

    “10만 상자면 4인 가족 기준으로 최소 40만 명에게 광고효과가 있습니다. 기업은 높은 광고효과로 이미지가 좋아집니다. 농가는 제값을 받을 수 있어 좋고요. 소비자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니 1석3조 이상의 효과가 있습니다. 기업 광고를 유치한 농산물 상생마케팅은 지난해 김장 배추값 폭락 때 농산물 수급 안정에 톡톡히 기여했습니다. 김장철 배추값이 폭락해 배추 농가가 애를 먹었는데 CJ와의 상생마케팅으로 3+1 행사를 진행했어요. 기업이 지원한 광고비로 소비자가 배추 3망을 사면 1망을 더 얹어드렸죠. 배추를 팔지 못해 밭을 갈아엎으려던 농민은 상생마케팅 덕에 소비가 늘어 판로가 열렸다며 좋아했죠. 광고를 해준 기업도 매출이 늘어 광고효과를 봤다고 하고요. 소비자도 같은 값으로 더 많은 배추를 사게 돼 만족했어요. 지난해 20개 기업으로부터 12억 원의 광고를 유치했는데, 올해는 지금까지 29개 기업으로부터 22억 원을 유치했습니다.”

    국민의 농협

    ▼ 최근 농협에서 농우바이오를 인수했죠?

    “7월 25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농우바이오 인수를 계기로 농협은 비료(남해화학)와 농약(영일케미컬)에 이어 종자(농우바이오) 등 3대 농자재를 농민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농업인을 위한 농협이 됐습니다. 농우바이오 인수는 재무적 투자 관점보다는 종자주권이라는 전략 투자 관점에서 접근했습니다.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내 많은 종묘회사가 부도났는데, 농우바이오마저 해외로 넘어가면 종자주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습니다. 인수 초기에는 재무적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특수 업종이기 때문에 잘 지도해서 좋은 회사로 키울 생각입니다.”

    ▼ 중고 농기계도 수출한다면서요?

    “얼마 전 부산에 내려가 처음으로 중고 농기계를 수출하는 것을 지켜보고 왔습니다. 중고 농기계 수출은 창조경제적 관점에서 아이디어를 낸 것입니다. 농촌에 가 보면 오래된 농기계가 여기저기 방치돼 농촌 환경을 좀먹고 있어요. 그 정도가 심해 환경 공해 수준에 이르렀어요. 농가에 골칫거리가 된 중고 농기계를 농협이 구매해 손을 좀 본 뒤 동남아 국가 등에 수출하는 겁니다. 올 한 해 트랙터와 콤바인 500대를 팔아 40억 원의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중고 농기계 수출은 농촌 환경 개선은 물론 수출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입니다. 또한 중고 농기계 수출은 신규 농기계 수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가 한번 어떤 회사 제품을 쓰면 다음에도 같은 회사 제품을 고르는 경향이 있지 않습니까. 농기계도 마찬가지입니다.”

    ▼ 농산물 유통은 물론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군요.

    “농협은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에 팔아줌으로써 농가소득을 높이는 것을 1차적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농약과 비료, 종자, 하우스 등 농자재를 저렴하게 공급해 농가경영비를 절감토록 돕고 있습니다. 한걸음 더 나가 소비자에게는 믿고 먹을 수 있는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하려 노력합니다. 농협은 ‘농민의 농협’으로 출발했지만 이제 명실상부한 ‘국민의 농협’이 됐습니다.”

    온라인마켓, 행복꾸러미, 상생마케팅…농민의 농협에서 국민의 농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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