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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장려했느니 우리 시대의 작가여!

사진작가 권태균의 죽음에 부쳐

  • 김동률 | 서강대 MOT 대학원 교수 yule@empas.com

오, 장려했느니 우리 시대의 작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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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장려했느니 우리 시대의 작가여!
나는 이제 허망하게 이승을 떠난 한 중년 남자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그는 35만km를 달린 진한 갈색의 낡은 SUV를 몰고 다녔다. 내비게이터가 없는 차다. 대신 낡아 해어진 뒷자리에는 너덜너덜한 축척 5만분의 1 두툼한 대형 지도책이 있다. 국내에서 축척이 가장 작아, 역으로 가장 자세히 나와 있는 때 묻은 지도다. 카키색 사파리 차림에 챙이 넓은 모자가 썩 잘 어울린다.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나오는 사진작가 킨케이드를 연상하면 쉽겠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한반도 남쪽 산하를 누비고 다녔다. 그의 관심은 한국의 자연과 그 속에 부대끼고 사는 한국인이다. 출발은 ‘뿌리 깊은 나무’다. 이제 전설이 돼버린 이 잡지에서 그는 개발 광풍 속에 사라져가는 한국 문화와 역사, 한국인의 삶을 흑백사진에 담았다. 시절이 하수상해 잡지는 군사정권의 등장으로 폐간되고, 그는 중앙일보 출판부로 옮겨 작업을 계속한다. 언론매체에 등장한 그의 사진은 늘 사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개인적인 작업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수차에 걸친 개인 전시회의 타이틀은 ‘노마드(nomad)’. 그는 이 땅의 사람, 그것도 가지지 못한 자, 수상한 세월이나 권력 또는 그 무엇에 휘둘려 뿌리까지 파헤쳐져 떠나야만 하는 자들의 곤고하고 남루한 삶을 렌즈에 담아왔다. 지난 정부 때는 청와대로 초대돼 의전비서실에서 4년 남짓 대통령의 동정을 카메라에 담는 일을 맡았다. 이른바 ‘대통령의 사진가’였다. 객관적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자리였다.

그는 한없이 겸손한 사람이다.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소곤소곤 말하는 그의 수다는 마치 북미 평원을 날아 다니는 허밍 버드의 울림과 같이 소박했다. 그와 나는 지난 10년간 붙어 다녔다. 시베리아 냉기가 몰려온 겨울날, 그는 아직은 한창인 나이에 떠났다. 눈빛은 맑고 티가 없이 깨끗했으며 때때로 몹시 쓸쓸하고 외로워 보였다. 그는 꿈이 무척 많은 사람이었다. 그에 대한 추억은 이미지로, 또는 그리움으로 존재한다.

오, 장려했느니 우리 시대의 작가여!

맨드라미 꽃과 소녀, 1990년 전남 진도

오, 장려했느니 우리 시대의 작가여!

장례식을 마치고, 1988년 경남 합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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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 서강대 MOT 대학원 교수 yul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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