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호

“강만수 ‘환율주권론’? 정부가 시장 흔들면 끝장”

이성태 前 한국은행 총재 격정 토로

  • 엄상현 기자 | gangpen@donga.com

    입력2015-01-22 14: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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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 前 장관, 외환위기 책임 희석하려는 것 같아
    • 정부가 환율 조정한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
    • 투기 세력에 ‘땅 짚고 헤엄치기’ 만드는 게 환율주권?
    • 기재부 장관은 금리인하 요구할 자리 아니다
    • 금통위 결정에 대한 정부 ‘재의 요구권’은 이미 사문화
    “강만수 ‘환율주권론’? 정부가 시장 흔들면 끝장”
    “별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어요.”

    수차례 통화 시도 끝에 어렵사리 연결된 이성태(70) 전 한국은행 총재의 첫 반응은 싸늘했다. 수화기를 통해 조금은 화가 난, 조금은 불만스러운 감정이 전달됐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펴낸 책 때문에 요즘 심기가 편치 않을 법도 하다. 기자들과 주변 지인들로부터 하루에도 수십 통씩 전화가 쇄도하고, 불편했던 과거사가 여러 언론을 통해 다시금 주목받으니 말이다.

    ▼ 강만수 전 장관이 쓴 책은 읽어봤습니까.

    “아니, 읽어보지 않았고요. (…)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없다니까요. 괜히 책 선전만 해주는 거지.”

    하지만 그는 전화를 끊지 않았다. 강 전 장관의 비망록 ‘현장에서 본 경제위기 대응 실록’에는 이 전 총재에 대해 비판적인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2008년 경제위기 당시 한국은행에 대해 “외환시장의 절대군주 ‘차르’가 됐다”고 비꼬거나 이 전 총재에 대해 “현실과 맞지 않는 실질실효환율을 고집했다”고 비판했다. 책을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이 총재가 이런 내용을 모를 리 없다. 몇몇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미 들었을 테고,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전 총재는 강 전 장관에 대한 반감을 감추지 않았다.



    “내 생각에는 1997년 외환위기 때 책임 있는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지금도 굉장한 부담을 느끼는 모양이에요. 강 전 장관이 그때 재정경제원 차관이지 않습니까. 누가 봐도 크게 잘못했으니까, 그걸 희석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것 같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이 전 총재는 강 전 장관이 책을 낸 의도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2008년 당시 강 전 장관과 잦은 마찰을 빚었던 환율과 금리 문제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거침없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

    ▼ 2008년 경제위기 때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을 올리자고 했는데 이 총재께서 반대하면서 마찰을 빚었다는데, 왜 그랬던 건가요.

    “누가 환율을 올려요? 강 전 장관을 비롯해 다들 환율을 올리고 내린다고 생각하는데, 그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니까요. 실물, 자본 이동, 금리 등 여러 가지가 작용한 결과로 환율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거지. 누가 환율을 일부러 올리고 싶어 올리고, 내리고 싶어 내립니까.”

    ▼ 그럼 그때 환율이 오른 게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결정된 건가요.

    “근본적으로 (강 전 장관의) 발상 자체가 마음에 안 듭니다. 외환당국은 환율 변동이 너무 심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지, 의도적으로 조정하려고 해선 안돼요. 당시 IMF(국제통화기금)라든지, 외부에다 항상 주장하고 설명해온 게 뭡니까. ‘우리가 의도적으로 환율을 올리거나 내리는 게 아니고, 외환시장에서 여러 이상현상이 나타날 때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애를 쓴다’고 늘 설명해왔지 않습니까. 그렇게 해놓고 왜 딴소리를 해요? 나는 그것 자체가 이상해요.”

    이 전 총재는, 환율은 시장의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환율시장론자다. 환율주권론자인 강 전 장관과는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다. 강 전 장관의 시각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이 전 총재 스스로도 “나는 강 전 장관과 환율에 관해서는 근본적으로 생각이 다르다”고 말한다. 혹여 정부가 환율을 조정하고 싶으면 알아서 하라는 투다.

    “‘외국환평형기금’을 왜 만들었어요? 정부에서 많은 돈을 들여 그걸 만든 것은 (환율조절) 그럴 필요가 있을 때 쓰려고 만든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 기금은 정부가 가진 것인데, 왜 자꾸 한국은행에 이야기하는지 모르겠어요.”

    ▼ 그 기금으로 환율 조정이 가능하다고 보는 겁니까.

    “조정이 가능하든 가능하지 않든 ‘그건 그쪽 책임이다’ 이 말입니다. 그게 가능하지 않다고 해서 남에게 책임을 미루면 됩니까. 그게 가능하도록 (외국환평형기금) 규모를 늘리든지, 운용 방법을 달리 생각해보든지 해야죠. 엄연히 정부가 기금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꾸 엉뚱한 말을 하는 데다…. 난 잘 이해가 안 갑니다.”

    이 전 총재에 대한 강 전 장관의 불만도 만만치 않았던 듯싶다. 다음은 강 전 장관의 책 내용 중 일부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돌출발언 때문에 970원대로 다시 떨어졌다. (2008년) 3월 24일 오후 이성태 총재가 대통령과의 첫 대면에서 적정 환율이 950원에서 1000원 사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내가 생각하는 환율 1250원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이 총재는 다음 날 아침 한국외국어대학 동창포럼에 나가 적정 환율이 970~980원이라고 발언해 하루에 29.9원을 떨어뜨려 970원대로 후퇴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루디거 돈부시 MIT 교수가 말한 대로 한국은행은 다시 외환시장의 절대군주 차르가 됐다.

    “정부가 시장 상대했다간 끝장”

    ▼ 강 전 장관은 한국은행을 절대군주 ‘차르’에 빗댔는데요.

    “그 양반이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외환시장은 외환 수급에 의해 움직입니다. 기업이나 은행이 시장에 나와서 사고팔고 하면서 움직이는 거죠. 외환당국은 가령 시장이 100을 산다면 5 정도 사주거나 팔면서 시장 상황을 예측하는 거죠. 아무리 외환당국이라고 해도 시장의 큰 흐름을 다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자칫 그런 인상을 주면 끝장입니다. 영국이 소로스에게 당했던 것처럼 말입니다(*외환투기꾼인 조지 소로스는 1992년 영국이 고정환율제도에 묶여 파운드화가 고평가된 약점을 이용해 10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화를 팔아 10억 달러의 차익을 거뒀다). 옛날처럼 강제로 가격 통제하듯이 환율을 강제할 수 있으면 몰라도, 요즘은 그런 시장이 아니잖아요.”

    ▼ 강 전 장관의 주장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요.

    “뭘 어떤 식으로 동원해서 시장을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주 세밀하고 간접적이고 미묘한, 그런 것을 통해서 ‘시장이 요런조런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하는 정도죠. 당국이 목표를 정해놓고 ‘우격다짐’으로 시장을 끌고 간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 강 전 장관은 환율주권을 주장하는데….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을 어디서도 본 적이 없어요. 이런 뜻이 있는지는 모르죠. 환율시장에 온갖 투기꾼이 설쳐대는데, 넓은 의미의 정부가 아무 행동도 안 하고 제멋대로 날뛰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는다는 뜻일 수도 있죠. 그거야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잠시 숨을 고른 이 전 총재는 강 전 장관의 환율주권론에 대해 좀 더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강 전 장관에게) 이런 질문을 하고 싶어요. 지금 당국이 주식시장에서 주가를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잖아요. 조정하려 하지도 않고. 그런데 왜 환율을 조정하려는 건지. 당국은 시장 상황에 늘 관심을 갖고 있다가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이럴 이유가 없는데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조사해서 ‘이건 뭔가가 꼬여 있다’ ‘누군가 장난을 치는 것 같다’ 그러면 그걸 바로잡아주려고 애를 써야지요.

    시장에서 결정되는 환율이 국내외 경제 상황을 잘 반영해 움직이도록 감시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깁니다. 지금 환율이 1000원인데 1100원으로 올려야겠다, 그래서 막 매입한다? 그러면 큰일납니다. 자칫 투기 세력에게 ‘땅 짚고 헤엄치기의 장’을 만들어줄 수 있는 겁니다. 이게 ‘환율주권’은 아니잖아요.”

    환율이 시장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라면, 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한다. 2008년 경제위기 때 강만수 당시 장관은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주장했고, 이 총재는 버텼다. 강 전 장관이 책에 쓴, 당시 상황에 대한 회고다.

    “강만수 ‘환율주권론’? 정부가 시장 흔들면 끝장”

    2008년 11월 23일 한승수 국무총리(가운데) 주재로 열린 ‘경제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맨 왼쪽)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맨 오른쪽).

    10월 26일 대통령 주재로 긴급대책회의가 열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참석한 자리에서 금리인하를 논의하고 다음 날 27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추가적인 인하를 하기로 결정했다. 아무래도 마음이 안 놓여 그날 오후 이 총재에게 전화를 해서 다른 나라가 다 내릴 때 올렸고 금리격차도 너무 심하니 1%(포인트) 내리면 좋겠다고 권고했더니 그는 관례대로 0.25%(포인트)를 내리겠다고 했다. 지금 상황이 위중하니 1%(포인트)를 꼭 내렸으면 한다고 말했지만 금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한다면서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에 거부권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강하게 1%(포인트)를 요구했더니 0.5%(포인트)까지는 생각해보겠지만 더 이상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이었다. 더 이상 언쟁할 수도 없어 “내 판단대로 하는 것이 좋을 거요”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다음 날 사상 최대인 0.75%(포인트)를 인하해 2006년 수준인 4.25%로 돌아갔다.

    “강 장관이 특별한 사람입니까”

    10월 30일 미국은 금리를 1%로 내리고 일본, 영국, EU, 중국도 이어서 금리를 내렸다. 한국은행은 금리를 연말에 3%까지 허겁지겁 내렸으니 중앙은행의 독립보다 고립이었고, 9월 15일 터진 리먼브라더스 사태의 대응을 위한 선제적, 결정적, 충분한 조치와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강 전 장관의 책 내용을 보면 한국은행의 금리인하가 결국 자신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는 뉘앙스가 강하다. 이 전 총재에게 책 내용을 설명하고 사실인지 묻자, 결국 참았던 감정이 폭발했다.

    “강 장관이 금리인하를 요구할 위치에 있었습니까? 자기가 뭔데 금리인하를 요구합니까. 금리를 인하하면 좋다는 주장은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정부도 할 수 있고, 기업 쪽에서도 할 수 있고. 그렇다고 해서 자기가 요구해서 내렸다, 그런 말이 성립합니까? 금리인하를 ‘주장’했다고 하면 말이 될지 모르지만.”

    ▼ 그때 강 당시 장관이 환율이나 금리와 관련해 한국은행 쪽에 요구한 적이 없나요.

    “요구한 적 없습니다. 자기 권한에 속하지 않은 일을 무슨 근거로 요구하나요.”

    ▼ 강 전 장관은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도 그렇고, 나중에 전화로도 요구했다던데요.

    “개인적으로 주장할 수는 있죠. 그렇지만 내가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한국은행에 요구한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아 저 사람은 저런 주장을 하는구나’ 그렇게 생각은 할 수 있겠죠. 요구하려면 그럴 만한 권한이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 당시 강 장관의 주장이 한은의 금리인하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건가요.

    “왜 영향이 없었겠어요. 다만 강 장관이 특별한 사람입니까. 회의석상에 강 장관 혼자 있었습니까.”

    ▼ 당시 이명박 대통령께서 강 장관 주장에 힘을 실어주지는 않았나요.

    “힘을 실어주고 안 실어주고를 떠나, 그걸 참고하고 안 하고는 한국은행에서 알아서 할 일입니다. 한국은행과 금통위가 기재부 장관이나 대통령 지휘를 받는 데는 아니잖아요. 거기서 지시할 권한이 있습니까? 없어요. 그쪽에서 강하게 주장하면 한국은행 쪽에서 참고는 하죠. 한국은행은 이것저것 다 참고해서 결정을 내리는데, 그걸 내가 요구해서 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그러면 뭐하려고 국가기관을 따로따로 둡니까. 그건 말이 안 되는 얘기예요.”

    ▼ 대통령도 요구할 수 없습니까.

    “한국은행의 발권력 동원에 대해서는 평상시 대통령도 요구할 수 없습니다. 다만 기획재정부가 금통위의 결정에 반발해 ‘재의 요구권’을 발동할 때 최종 결정권자는 대통령입니다. 법에 그런 조항이 살아 있어요. 그런데 그 조항은 잘못된 겁니다. 지금 같은 금융시장경제에서 현실적으로 정부가 ‘재의 요구권’을 사용할 수 없어요. 만약 사용한다면 금융시장에서는 난리가 날 겁니다.”

    ▼ 정부의 ‘재의 요구권’ 자체가 사문화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부로서는 ‘우리가 그걸 발동할 수도 있으니 당신들이 미리 알아서 하시오’ 이런 심리적인 압력효과를 노리고 조항을 존치하는 거겠죠. 한국은행도 심리적 압력을 받는다고 볼 수 있죠. 그렇더라도 한국은행 본연의 업무, 가령 금리 결정이나 통화량 조절 등에 대해서는 대통령도 지시권이 없습니다. 물론 중앙은행도 자기 멋대로 하는 것은 아니에요. 가령 인원이나 예산 등 정부의 승인을 받는 조항이 있어요. 정부는 중앙은행법에 있는 여러 가지 장치, 예컨대 총재나 부총재, 금통위원 임명권 같은 것을 적절하게 활용해 중앙은행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괜히 옛날이야기 끄집어내서…”

    ▼ 강 전 장관은 중앙은행의 독립이 인플레이션 걱정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디플레이션 위기에도 독립만을 외치면 오히려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는데요.

    “그건 그 사람의 주장이지, 언제 어느 누가 한은이 인플레이션만 관리한다고 했습니까. 인플레이션 때문에 경제가 불안하면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노력하고,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면 그 반대방향으로 노력해야지. (강 전 장관이)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게, 지금 한국은행법에 있는 ‘물가안정 목표제’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주장해서 집어넣은 거예요. 지금 와서 무슨 딴 소리예요?”

    ▼ 2008년 경제위기를 선제적 조치로 잘 극복했다는 강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합니까.

    “경제위기를 잘 극복했으면 거기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다 잘한 겁니다. 자기 혼자 잘해서 극복한 건 아니잖아요. 자기가 한 것은 크게 잘했다고 생각하고, 잘못한 것은 남 탓으로 돌리고 싶은 심리가 있는 것 아닙니까. 기획재정부가 한 일은 기획재정부에서 한 것이고, 한국은행이 한 일은 한국은행에서 한 겁니다. 또 환율이나 금리가 움직이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건데, 그걸 억지로 붙들어 매거나 끌고 가다보면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기겠죠. 자본과 외환이 자유화된 상황에서 당국이 그럴 만한 강력한 힘을 가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강력한 힘을 행사하다보면 오히려 어딘가 다른 데 주름살이 생깁니다. 경제라는 게 그런 겁니다.”

    통화 말미에 이 전 총재는 강 전 장관을 향해 다시 한 번 불만을 쏟아냈다.

    “얼마 전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렸잖습니까. 그렇다고 해서 최경환 장관이 ‘그거 내가 시켜서 내린 거요’ 그렇게 말하면 됩니까? 그거와 뭐가 달라요? ‘한국은행 사람들 아무 물정도 모르고 가만히 안 움직이고 있으려는 거 내가 나서서 금리 내린 거야’ 그렇게 말하면 됩니까. 괜히 옛날이야기 끄집어내서….”

    전화통화를 시작한 지 어느 덧 50분이 지났다. 이 전 총재는 할 말을 다 쏟아낸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박근혜 정부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요즘 금리인하를 놓고 한국은행과 비슷한 신경전을 벌이는 중이다. 이 전 총재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했다.

    “정부는, 한국은행이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주길 바라겠지요. 하지만 한국은행도 애로가 있기 마련이죠. 정부에서 뭘 하려는데 국회가 안 움직여준다, 여당이 안 움직여준다, 뭐 이런 것과 비슷한 것 아니겠어요? 다 주어진 조건 아래서 어렵게 일해나가는 거지, 어떻게 모든 걸 정부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겠어요. 하다보면 뜻대로 안 될 때도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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